“차라리 오지 마세요”… ‘보복 여행’ 폭증에 몸살 앓는 지구촌 [세계는 지금]
코로나 엔데믹에 유명 관광지마다 북적
2023년 1분기 해외여행객, 2022년比 86% 껑충
WSJ “유럽·미국인 수백만명 보복관광”
각종 혼잡·문화재 훼손·현지인 주거 불안…
수용가능 규모 넘어 환경·사회 문제 야기
“해결책 못 찾으면 관광지 수명 끝날 것”
방문객 분산·통제·관광세 부과 강화 등
伊·佛·그리스 등 각국 자구책 마련 나서
주요 유적 훼손·위험 행동 엄격 규제도
‘지속 가능한 관광’ 위한 고민도 본격화
관광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은 방문객 증가에 반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용 가능 규모를 뛰어넘는 ‘과잉 관광’(Overtourism)이 야기하는 각종 혼잡·안전·환경오염 문제,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존중 부족과 문화재 훼손, 현지인 주거 불안 및 삶의 질 저하 등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서다.
◆인원 통제·관광세 등 자구책 봇물
관광객 유입 증가세는 남유럽 국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리스는 올해 31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임대료 상승, 현지인 주거 불안정의 원인이 되는 단기 임대 매물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62%나 증가했다.
친퀘테레와 함께 이탈리아 최고 해안으로 꼽히는 남부 아말피는 절벽을 따라 난 도로의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지난해 버스·택시·현지 주민 차량을 제외한 차량의 홀짝제를 도입했다.
프랑스도 적극적인 방문객 분산·통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 해 300만명이 찾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의 바위섬 몽생미셸은 인파가 몰리자 지난달 유일한 교통수단인 버스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올 초부터 하루 방문객 수를 종전보다 1만5000명 줄인 3만명으로 제한 중이다. 마르세유의 칼랑크 국립공원은 해안 절경 및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방문 허가제를 도입, 성수기 방문객을 하루 400명으로 통제하고 있다.
과잉 관광 문제 해결책으로 자주 쓰이는 정책은 관광세이다. 관광객에게 일정 금액을 부과해 관광자원 유지·보수, 교통 등 인프라 확충, 현지인 지원 등에 사용하는 것이다. 주로 숙박비나 항공료에 포함되며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어서 관광객이 내고도 눈치 못 채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 빈이나 잘츠부르크에서는 1인당 호텔 숙박비의 3.02%가 관광세로 붙는다.
최근 관광객이 급증하자 새로 도입을 검토 중인 곳도 많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가 대표적이다. 범유럽 매체 유로뉴스에 따르면 고레티 산마르틴 시장은 2025년부터 숙박 유형별로 0.5∼2.5유로(712∼3560원)의 관광세를 거두겠다는 전임자의 계획을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간 최대 300만유로(43억원)로 예상되는 관광세 수익을 역사 보전, 지역 주민을 위한 주택 확보 등에 쓰겠다며 “관광산업을 즐기면서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발리 역시 내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1인당 10달러(1만2600원)의 관광세를 걷기로 했다. 이미 숙박료에 관광세를 포함 중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내년부터 당일치기 여행객에게도 3∼10유로(4274∼1만4248원)의 입장료를 받을 계획이다.
지난 7일 일본 나라에서는 17세 캐나다 소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 도쇼다이지(唐招提寺) 곤도(金堂)의 목재 기둥에 손톱으로 ‘Julian’이라고 새기다가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일본 국보로 지정된 곤도를 훼손한 이 소년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만엔(275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광객이 급증하면 이런 ‘진상’들도 늘게 마련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중요 문화유적을 훼손했다가 고액의 벌금을 물고 심지어 징역(최대 5년)까지 살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해 언론에 보도되는데도 유사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15일에는 독일에서 온 17세 소년이 로마 콜로세움 1층 내부 벽을 긁었다가 보안요원에게 체포됐다.
방문지 문화에 대한 무지 혹은 존중 결여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주요 관광지들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 중이다. 이탈리아는 유적 훼손 행위에 최소 1만5000유로(2137만원) 벌금과 최대 5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로마 스페인계단에는 앉기만 해도 250유로(35만원) 벌금을 낼 수 있다.
일부 국가·지역에서는 각종 규제책과 세금이 능사가 아니라고 보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올리비아 그레구아르 프랑스 관광장관은 지난달 “20% 관광지에 방문객 80%가 몰린다”며 과잉 관광이 위험 수위에 달한 지역으로의 방문을 단념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수기·유명 관광지’ 중심 여행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안 시기와 지역을 제시하는 조직을 창설할 계획이다.
전체 인구(150만명)의 7배인 연간 104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미국 하와이에는 관광청을 해체·재편하는 내용의 법안이 주의회에 계류돼 있다. 과잉 관광으로 인한 쓰레기, 환경 파괴, 교통 혼잡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지인 관광세(1년간 50달러·6만3000원) 부과, 하나우마베이 등 유명 관광지 예약 시스템 등 여러 대응책을 내놨지만, 이제 초점을 ‘관광 진흥·마케팅’이 아닌 ‘지역사회와 관광의 조화’, ‘환경·문화유산 보호’ 등 지속 가능한 관광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취지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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