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배틀' 박효주 "분량의 무게? 중요하지 않았다"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3. 7. 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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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틀 박효주 / 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박효주는 매 작품마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2회 만에 사망 전개를 맞이했음에도 그 강렬함으로 깊은 잔상을 남겼다. 분량의 무게는 중요치 않았던 '행복배틀' 박효주다.

ENA 수목드라마 '행복배틀'(극본 주영하·연출 김윤철)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오유진(박효주)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박효주는 극 중 의사 남편 강도준(이규한)과 두 딸을 둔 주부 오유진 역을 맡았다. 겉으로 보이는 행복을 과시하기 위해 비밀은 철저히 감추고, 때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들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악랄함을 열연했다. 누군가로부터 죽임을 당한 순간에는 처절함을 그려내 소름을 안겼다.

박효주는 먼저 "도대체 오유진을 누가 죽였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묘하더라. 오유진의 죽음을 주변에서 얘기해 준 것 자체가 많이 위로됐다. 모든 표현들이 감사하고 힘이 난다"며 "오유진이란 인물로 삶을 돌아보게 됐다. 시청자분들도 그런 시간이 되셨길 바란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오유진은 남편의 추악한 비밀을 알고 분노하다 남편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후 드라마는 오유진에게 약점을 잡힌 엄마들의 관계, 강도준의 비밀이 본격적으로 그려졌다. 결과적으로 오유진은 방송 2회 차에서 사망했지만, 각 인물들과의 관계성이 밝혀지며 최종화까지 깊은 잔상을 남겼다.

출연을 고민하진 않았냐는 질문을 받자 박효주는 "당연히 고심했다. 어떤 스태프는 제가 아직도 특별출연인 줄 알고 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대본이 처음에 나왔을 때 유진이가 후반부에 어느 정도 비칠지 궁금했다. 이미 제 마음속엔 결정이 됐더라. 나중에는 그래도 상관이 없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유진이란 인물이 강렬했다. 무게감이 어마어마했다"며 "어려움과 고단감,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을 시켜주신 감독님에게 고마웠다. 처음 뵙는데 임무를 수여받은 듯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박효주는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2회 안에 모든 욕망을 보여줘야 해 어려웠지만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어느 순간 그 분량의 무게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행복배틀 박효주 / 사진=ENA 제공


촬영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박효주는 "1~2부와 뒷부분 죽는 장면까지 모두 몰아서 찍었다. 오히려 제일 뒷부분은 마지막쯤에 찍었다. 그래서 어려웠다.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갈 때 호흡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지 걱정하던 차에 '행복배틀' 방송이 시작하더라. 그걸 보고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극 중 오유진은 사망 전까지 모든 엄마들의 적으로 부딪히며 갈등을 빚었다. 이를 연기한 박효주는 때론 악을 지르거나 몸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호평받았다. 박효주는 연기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과하게 해도 폭이 인정이 되는 캐릭터라 변화들이 너무 많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어려웠다"며 "어떻게든 원하는 걸 가지고자 하는 시동이 늘 켜진 인물이다. 2부에서 죽었어도 '이 여자가 다시 살아날 것 같다'는 뜨거운 용광로 같은 느낌을 가지고 가려했다. 쉽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나중에는 마음이 편했다"고 설명했다.

베란다에 거꾸로 매달려 사망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애를 썼다는 박효주다. 그는 "우선 배가 너무 아팠다. 나중에 찍으면 안 되냐 엄살을 부리기도 했는데 촬영 초반이 아니었으면 못 찍었을 거다. 에너지가 가장 차 있었을 때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죽음이 굉장히 중요했던 캐릭터다. 호흡 하나하나 정말 애썼다"고 덧붙였다.

한창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박효주는 "체기 있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15~16부쯤 오유진이 털어놓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런 신 하나 없이 죽었구나 싶었다. 소리만 지르고 죽었다가 몇 달을 버티고 나서 찍고 나니 몇 달 치 체기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정말 쉽지 않았다"고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행복배틀'은 생채기를 남긴 작품이 됐다고 한다. 박효주는 "역할 때문인지 저한테 있는 욕망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또다시 연기가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한동안 유연하게 지냈던 시간 속에서 다시금 직업의식을 돌아보게 순간들이 있지 않나. '행복배틀'은 도움의 시간들이었고, 타이밍이 지금이어서 다행이다. 역할을 떠나 배우로서 공부가 됐고, 자극을 많이 받은 시간이었다. 배틀의 시작이었다"고 밝게 웃었다.

행복배틀 박효주 / 사진=ENA 제공


공교롭게도 전작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미혹'에서도 아픔 있고 파란만장한 서사를 가진 엄마 역을 소화한 박효주다. 실제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박효주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흐름에 따라 모성, 감성적인 역할을 풀어낼 수 있는 인물을 만나 재밌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들의 이야기 폭이 넓어졌다는 시대의 감성도 있다. 과거에는 보편적인 캐릭터가 많았는데 요즘은 다양하지 않나. 저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 아내, 여자로서 공감대가 많은 것 같다. 예전엔 형사 역할을 많이 했는데 요새 작업하는 캐릭터들은 진하게 공감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효주는 "나이를 먹고 연기함에 있어 즐거운 점은 흐름에서 겪는 고민과 화두를 작품에서 표현할 수 있고, 간접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가는데 영양분이 된다. 연기를 꾸준히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차분히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바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갈망을 드러낸 박효주. 그는 "문 열고 나가면 바로 앞에 있을 것 같은 인물들. 그런 사람 냄새 가득한 이야기들이 그립고 하고 싶다. 장수하고 욕망 좀 없고. 동네 터덜터덜 걸어 다니는 힐 안 신는 그런 인물, 숨쉬기 편안한 그런 캐릭터가 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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