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뒤 돌아보게 돼"…시민들 '묻지마 칼부림' 공포

전재훈 기자 2023. 7.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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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면서도 뒤를 계속 돌아보게 되더라".

전날 '묻지마 칼부림'이 벌어졌던 서울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시민들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며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참극으로부터 하루가 지난 22일 서울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길은 추모를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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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떠는 신림동 주민들
"길 가면서 계속 뒤 돌아봐"
"내가 당할 수도 있었던 일"
치안 걱정에 이사 갈 고민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30대 남성이 지나가던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22일 범행 현장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2023.07.2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여기 오면서도 뒤를 계속 돌아보게 되더라".

전날 '묻지마 칼부림'이 벌어졌던 서울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시민들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며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사건 피의자 조모(33)씨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흉기에 일면식도 없던 행인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친 상태다.

참극으로부터 하루가 지난 22일 서울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길은 추모를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조씨는 길이 100m가량의 이곳 골목을 다니며 시민 4명을 차례차례 흉기로 공격한 뒤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사망한 피해자가 공격을 당해 쓰러진 곳에는 국화꽃과 소주병이 들어서 있었다. 바로 뒤 빈 상가 매장의 유리창에는 '같이 신림에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안 좋아. 부디 하늘에서 행복하세요', '마음이 너무 아파요. 부디 천국에서 쉬세요' 등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글이 적힌 포스트잇이 수십장 붙어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시민들은 원한 관계에 따른 보복범죄도 아닌, 묻지마 테러였다는 점에서 극심한 불안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손만승(33)씨는 "가만히 있어도 누가 와서 등에 칼을 꽂을 것 같아 무섭다. 오면서도 계속 뒤를 쳐다봤다"며 "진짜 집에만 있어야 하나 싶다"고 했다.

손씨는 "이런 일에 분노해도 기사에 댓글을 다는 것 말곤 재발 방지를 위해 기여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무기력하다"고도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공포감을 호소했다.

신림동 주민인 여대생 우모(22)씨는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라 충격"이라며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의 평범한 하루가 평범하지 않은 하루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림동에서 거주하는 김모(64)씨 부부는 "자기가 불행하다고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정상인가. 이제 동네를 잘 못 돌아다닐 것 같다. 밤에는 더 안 돌아다려고 한다. 치안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림동에서 자취한다는 외국인 유학생 바하레(22)씨는 이사를 고민 중이다. 그는 "서울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신림에 자취방을 구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집을 옮겨야 하나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재훈 기자 = 오후 5시30분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음에도, 우산을 쓰고 추모를 하기 위해 찾은 이들로 골목이 북적였다. 2023.07.22. kez@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오후 5시30분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음에도, 우산을 쓰고 추모를 하기 위해 찾은 이들로 골목이 북적였다. 인근 상인은 추모 공간에 쏟아지는 비를 막기 위해 천막을 펼쳤다.

아이와 함께 추모 현장을 찾은 유진선(42)씨는 "어리고 평범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에게 찔려 죽어서 마음이 아프다"며 "큰아이가 인근에 자주 놀러 오는데, 다음부터 여기 오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살인 혐의를 받는 조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 등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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