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 뒤로하고…철거 앞둔 '충정아파트·영단주택'
[앵커]
개발이냐, 보존이냐. 쉽게 답을 정하기 참 어려운 문제죠, 최근 우리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건물들에 잇따라 완전 철거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건물 일부라도 남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끝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조익신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높다란 빌딩 숲 사이에 자리 잡은 낡은 녹색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정원 위로 하늘이 뻥 뚫린 독특한 구조가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1937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현존 최장수 아파트', 충정아파트입니다.
애초 도요타 아파트란 이름을 시작으로 트레머 호텔과 코리아호텔, 유림아파트를 거쳐 충정아파트로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재개발 논의가 시작된 것도 이미 40년이 넘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정비계획안을 가결 하면서 완전 철거가 결정됐습니다.
보존이냐, 철거냐 수십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겁니다.
서울시는 기념 공간을 따로 만들 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오랜 숙원이 해결됐다며 반기는 분위깁니다.
다만, 세간의 관심이 여전히 부담 스럽습니다.
[충정아파트 주민 : 자꾸 여러 사람이 들어와서 말없이 촬영하고 하니까, 주민들이 싫어하죠. 여기가 굉장히 낙후돼 있잖아요.]
충정아파트 자리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동 87번지.
아파트로 둘러싸인 이 마을도 곧 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줄지어 늘어선 집들. 일제시대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이 살았던 임대주택, 영단주택입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 조선에 군수기지를 만들었던 일본.
노동자들을 집단 수용하기 위해 1940년대 초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한 겁니다.
현재 산곡동엔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집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재래식 화장실과 불을 지폈던 아궁이, 당시 지붕에 올렸던 기와도 80여년 전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독신자 숙소 격인 집단 합숙소 자리도 확인됐습니다.
[손민환/부평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이 조그만한 방 안에 6명이 합숙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 이곳은 인천육군조병창과 관련해서 유일하게 남은 합숙소 공간입니다.]
해방 이후 영단주택에는 서민 노동자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강신훈/인천 산곡동 주민 : 주로 피난민들이셨고. 그 당시 전남방직이나 미군 부대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에요.]
대들보엔 살아간 이들의 흔적이 시대순으로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역사의 흔적을 뒤로하고, 영단주택은 올해 말 완전 철거됩니다.
(화면제공 : 부평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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