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두 얼굴] 챗GPT 시대, 일자리 소멸 위기론의 진실은

금준경, 박서연 기자 2023. 7. 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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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감소 우려 이어지지만 새 일자리 무시 못해
OECD는 '최저임금'과 '단체교섭' 강조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미국에서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 가능하다는 이유로 노동자 해고가 잇따르면서 인공지능발 일자리 위협 공포가 커지고 있다. 기존 기술 혁신과 달리 사무직 노동자 일자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적지 않을 전망이기에 '일자리 소멸' 공포는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사무직에 위협이 된 인공지능

“챗GPT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불안했는데, 실제로 내가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올리비아 립킨은 카피라이터였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일이 급격히 줄었고 지난 4월 해고됐다. 회사는 명시적인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후 관리자들이 '카피라이터를 쓰는 것보다 챗GPT를 쓰는 것이 저렴하다'는 글을 올린 사실을 알게 돼 해고 사유를 추측할 수 있게 됐다. 이 사례는 지난 6월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된 내용이다.

▲ 사진=Gettyimagesbank

지난 3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펜실베니아 대학교 연구진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피해를 보는 직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직업으로 수학자, 세무사, 회계사, 작가, 웹디자이너, 기자, 통번역사 등이 꼽혔다. 반면 인공지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직업군은 설거지 담당 직원, 오토바이 수리공, 즉석요리 조리사 등으로 나타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5월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2023' 보고서는 비서, 은행 텔러, 우편 서비스, 계산원과 매표원, 데이터 입력원 등을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직군으로 꼽았다.

일자리 소멸? 오히려 늘어난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량실업은 물론 일자리가 소멸 위기론까지 커지고 있다. OECD가 제조업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일부 회원국 노동자 5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동자 10명 중 6명은 향후 10년간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우려는 크다.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볼 때,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8%에 그친 반면 '전반적으로 볼 때, 줄어드는 일자리가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한 응답자는 80%에 달했다.

미국 인사관리 컨설팅회사인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에서 8만 명이 정리 해고를 당했는데, 이 가운데 3900명은 인공지능 기술에 따른 정리해고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 조사를 언급하며 “인공지능으로 인한 인력 감축이 이제 막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드롭박스, 체그 등 미국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 도입에 따른 인력 감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향후 5년 내에 인사 분야 등 7800명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한국리서치 조사 갈무리

실제 일자리 감소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2023년 고용 전망' 보고서를 통해 “38개 회원국 전체 고용의 약 27%를 차지하는 숙련된 직종이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로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망했다.

여러 분석을 종합하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새롭게 일자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세계경제포럼(WEF)이 45개국 8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발표한 '미래 직업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까지 69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는 반면 83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사라지는 일자리는 전체 고용의 2% 가량이다.

오히려 일자리가 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3월 골드만삭스는 인공지능이 전세계적으로 3억개에 달하는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공지능연구소가 발간한 '글로벌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게시된 인공지능 일자리 공시는 전년(40만 건)대비 2배에 달하는 79만 건으로 나타났다. 미국 IT매체 와이어드는 2010년대 딥러닝과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바람이 불면서 사무직 대량실업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정작 사무직 고용이 5% 늘어났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당신의 일자리는 (아마도) 안전할 것이다' 제목의 기사를 내고 대량 실업 위기론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소멸이 급작스럽게 닥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을 담았다. 실제 자동전화 교환시스템이 1892년 발명됐지만 미국 전화 교환원 수는 20세기 중반에 가장 많았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조합이 방파제 역할을 하기에 실제 일자리 감소 규모는 예상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비 위한 국가의 역할? '친노동' 정책 필요

조사 주체나 방식에 따라 전망에는 차이가 있다. 지나친 공포감 조성이나 낙관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샘 올트만 오픈AI CEO는 미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일자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티아스 코만 OECD 사무총장은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 직장 내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혜택이 위험보다 더 클지는 우리가 취하는 정책에 달려 있다”며 “정부가 노동자들이 변화에 대비하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기회로부터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저임금 제도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보장은 인공지능이 임금에 가할 수 있는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정부와 규제 당국은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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