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슈] 미중 '총성 없는 전쟁'..대만의 선택은?
내년 1월 대만에선 대형 정치 이벤트가 열립니다.
바로 '총통 선거', 우리나라로 따지면 '대통령 선거' 입니다.
여섯 달 앞으로 다가온 이 선거에 미국과 중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과 닮은 국가 '대만'
청일전쟁에서 패하며, 대만은 조선과 마찬가지로 일본으로부터 50년간 식민 지배를 받았고, 공산당과 국민당 간 내분이 발생해 영토가 분리됐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뒤, 장제스의 국민당 그리고 마오쩌둥의 공산당 사이 중국의 운명을 건 '국공내전'이 발발했습니다.
전쟁에 패배하면서 타이완 섬으로 쫓기듯 넘어간 국민당과 장제스.
대륙을 빼앗긴 장제스의 중화민국은 타이완섬을 거점으로 삼았고, 이는 지금의 대만이 됩니다.
현재 중국과 대만이 양립하게 된 배경입니다.
중국국민당 VS 민주진보당 VS 대만민중당
대만의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 줄여서 국민당.
지지기반은 국공내전 패배 이후 대륙에서 넘어와 대륙인, 또는 외성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그 후예들입니다.
자신들을 밀어낸 공산당을 적대시하지만, 언젠가 대륙과 통일되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대만 중심의 통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친중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이런 국민당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치 세력은 집권당인 민주진보당. 줄여서 민진당입니다.
청나라 시절부터 대만 원주민을 밀어내면서 일찌감치 타이완 섬에 터 잡은 본성인이 주 지지층 입니다.
대만의 자립을 지향하며, 양안 통일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반중 친미 성향을 띄고 있습니다.
그외 유력 정당으로 대만민중당이 있습니다.
2019년에 창당한 민중당의 지지층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로 민진당, 국민당의 독주를 막고 제 3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진행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을 가까이하는 정책을 폈고, 그 영향으로 '양안관계'를 둘러싼 긴장은 고조돼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집니다.
여당인 민진당에서는 라이칭더 현 부총통이 총통 선거에 출마합니다.
반면, 8년 만에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는 친중 성향 대만 최대 야당, 국민당은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을 총통 후보로 확정했습니다.
중립을 표방하는 민중당에선 커원저 전 타이베이 시장이 출마합니다.
대만 여야 총통후보들 앞다퉈 미국 방문
제 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 후보도 9월 중에 미국을 찾습니다.
우선 라이 후보는 중국과 대만 내 친중 세력의 반발을 우려해 방미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파라과이 방문을 전후해 미국을 경유하며 미 의회·행정부 인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이 총통의 방미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접견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됩니다.
라이 후보는 "내년 1월 선거는 중국 또는 미국을 선택하는 선거"라고 밝혀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올해 4월 차이 총통의 매카시 하원의장 접견을 빌미로 중국군이 벌인 대만 봉쇄 무력시위를 부각하는
이른바 '반중' 안보 이슈로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으로 읽힙니다.
미국과 안보 연대를 강화해 대만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거죠.
국민당 허우 후보는 9월 뉴저지주로 갑니다.
명분은 대규모 화교 연차총회 참석입니다.
화교 연차총회 참석으로 국민당의 친중 노선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미국 방문으로 친중 색깔을 희석해 중립 성향의 유권자에 다가서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거죠.
선거를 앞둔 여야 총통 후보들의 잇단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대만 총통 선거가 민진당 정권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미국과 교체되길 강력히 희망하는 중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이후 대만 정부와 일체 접촉을 꺼려왔으며, 내년 총통 선거에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다져왔습니다.
중국은 외교 당국자를 통해 "미국과 대만 사이 어떠한 형식의 공식 왕래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과 가까워지려는 민진당을 강하게 압박해왔습니다.
반면, 국민당과의 관계 증진에는 힘쓰는 모습입니다.
중국은 국민당을 공식적인 대화 파트너로 삼아 지난 2월에는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을, 4월 초엔 마잉주 전 총통을, 5월 초엔 롄성원 국민당 부주석을 잇따라 초청해 융숭히 대접했습니다.
국민당에 대한 지원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힌 겁니다.
실제로 중국은 대만을 대표해 중국과 어떤 협정을 맺거나 서명할 권리가 없는는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을 대표급으로 대우함으로써 국민당만이 대만 의제에 있어 중국 당국과 대등한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대만 총통 선거 여론조사
지난 6월 대만 TVBS방송이 실시한 성인 1천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유·무선전화 여론조사 결과,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33%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라이 후보는 30%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으며,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23%로 3위에 그쳤습니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입니다.
커원저 후보와 라이칭더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3%포인트였지만, 커원저 후보와 허우 후보는 오차범위 밖의 큰 격차를 보인 겁니다.
중국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겠죠.
친중 세력인 허우 후보의 당선으로 대만 정권이 교체되는 게 중국 입장에선 최선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도 성향으로 꼽히는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 당선을 차선책으로 보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
중국 견제에 사활을 건 미국 입장에서 민진당의 집권 연장은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은 세계 3대 국제수송로이자 동아시아의 전략 거점인 대만해협을 중국이 장악하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군사적으로 미국은 항공모함을 대만해협으로 급파하는 등 대치 국면을 조성하며 중국에 물러설 의지가 없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경제적으로 첨단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정책도 적극적으로 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의 역할이 디리스킹 정책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은 반드시 대만을 우방으로 두어야 합니다.
이같은 원칙에 입각해 미국 의회 의원들은 민주·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친미 성향의 민진당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미 국무부는 대만에 한화 8천억 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습니다.
판매 승인 무기에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AMRAAM)' 2백기와 고속 레이더 파괴용 공대지 미사일 100기 등이 포함됐습니다.
미 국무부는 "판매 무기가 대만의 영공 방어와 지역 안보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고
대만 국방부도 "중공군의 위협과 도발로부터 영공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라이 후보의 내달 방미에 대해 "이동 거리를 고려할 때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일상적이며 지난 수십년간 10명의 대만 부총통이 미국을 경유했다"면서 "중국이 이를 도발적 행동의 명분으로 삼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친미' 민진당이냐, '친중' 국민당이냐, "친미·친중 다 싫다" 제 3당 민중당이냐...
대만 국민들의 선택을 앞두고 미중 두 열강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획·구성·편집 : 손민성(smis93@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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