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흉기난동 현장에 추모행렬…퍼지는 범행영상에 충격도(종합)
주민 불안감 호소…'무섭다고 손님 안 올라' 상인도 걱정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22일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는 전날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추모하는 시민의 발걸음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오전 8시반부터 10분간 찾아온 시민만 20명이 넘었다. 이들은 흰 국화를 바닥에 놓고 묵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누군가 가져다 둔 낮은 상은 고인에게 올리는 술과 음료 등으로 가득했다.
벽면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심란한 마음에 찾아왔다. 안타깝고 어이없고 허망하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꾼다'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 100여개가 빼곡히 붙었다. 추모객들은 포스트잇을 읽다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시민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평일 대낮에 흉기난동이 벌어져 사망자까지 발생한 데 대해 충격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금천구에서 아침부터 서둘러 왔다는 서은정(32)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사람이 허무하게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나흘 전만 해도 이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모(47)씨는 "대낮 시내 한복판에서 이유도 없이 흉기에 찔려서 죽었다"며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안전한 곳은 어디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들렀다는 김한솔(23)씨는 "유동 인구가 많다 보니 이곳에서 싸움은 자주 일어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민들까지도 다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의 범행을 목격했던 주변 상인은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이번 일로 신림동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면 어떡하느냐며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인근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서모(31)씨는 전날 밤 급하게 구매한 호신용 금속너클을 보여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씨는 "과거 복싱 체육관 관장까지 했었는데 CCTV 영상에 찍힌 범행 장면을 보니 불안하더라"며 "마음먹고 흉기 들고 덤비면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손님들도 불안해서 앞으로 신림동에 안 오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하더라"며 "어제는 평상시보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 일찍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 바로 옆 식당에서 일하는 김상화(60)씨도 "현장을 목격한 다른 종업원이 충격이 컸는지 말도 제대로 못하더라"면서 "시민들이 식당으로 피하러 들어오고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상시에는 밤에만 250만원 어치를 파는데 어제는 100만원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며 "아들도 어제 신림역에서 약속을 잡았는데 무서워서 취소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 시민의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전날 오후부터 조씨가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나는 영상과 옷에 피를 흥건하게 묻힌 채 현행범 체포되는 영상이 여과 없이 유포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련 뉴스를 찾아보다 우연히 영상을 접했다는 직장인 조모(24)씨는 "고통스러워 하는 피해자의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며 "자극적 영상이 시민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고 유족들에게는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삭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현장을 무분별하게 노출한 온라인 사진·영상 게시물에 대해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삭제·접속 차단 등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날 오후 2시7분부터 3분여 동안 범인 조모(33)씨가 관악구 신림동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1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고 나머지 2명은 치료 중이다. 당초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던 부상자 1명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4명은 모두 조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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