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어 버스 통행로 막는다…다시 시작된 전장연 시위, 역사가 깊은 방식이라고? [스물스물]
4차선 도로 휠체어로 막아
독일도 잇달아 이동권 시위
“공감 끌어낼 방법 생각해야”
전장연 버스 투쟁은 장애인 지원금 관련 서울시 발표가 계기가 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서울시 장애인 활동지원금을 전수조사한 결과 348명이 부정수급을 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지원금을 중단‧축소할 방침이라 밝혔다.
전장연은 12일 성명서를 통해 “전장연 ‘마녀사냥’에 나선 오세훈 시장에 맞서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을 매일 서울 시내 전역에서 수시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실제로 매일 버스 투쟁을 진행 중이다.
버스 지연 시위에서 전장연은 경찰 측과 부딪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 앞에서 지선버스 앞을 가로막다 경찰로부터 업무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 20일에는 버스 시위 도중 경찰관을 깨물어 체포된 전장연 활동가 유진우 씨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유씨는 지난 17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중앙버스정류장에서 버스탑승시위를 하다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검거하려던 경찰관의 팔을 깨물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유 씨가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주거지를 옮기는 등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필순 전장연 기획실장은 “구속 수사의 원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유 씨에 대해 무리하게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며 “경찰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깨무는 행위가)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고 중증장애인이라 표현할 수 있는 저항 방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전장연의 버스 투쟁을 지켜보는 시민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종로구 일대를 자주 다닌다는 20대 직장인 정 모씨는 “몇년째 계속되는 전장연 시위를 보면 아직까지도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이 더딘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한창 바쁠 시간대에 도로 일대를 막아버리면 많은 시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시민들을 포섭하는 방식이 아닌 대치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고수한다면 시위가 동력을 얻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1995년 봄, 웨일스 지역에서 한 젊은 남성이 기차역 승강장에서 자신의 몸을 수갑으로 채워 선로에 고정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를 계기로 영국 전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10만여명이 참여하는 장애인 차별 철폐 운동이 진행됐다. 장애인들은 버스와 기차에 자신의 몸을 묶어가며 저항했다. 당시 시위 영상을 보면 장애인들이 분노한 버스 기사에게 “당신의 동정엔 관심이 없고 우리가 원하는 건 다른 시민들처럼 이 버스에 올라탈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울부짖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해 영국에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독일에서도 비교적 최근까지도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장애인 단체 활동가 네 명이 기차역 플랫폼 난간에 끈을 묶어 매달리는 시위를 벌였다. 2013년 독일 연방정부가 여객자동차운수법(PBefG)를 개정하면서 2022년 1월까지 대중교통에 배리어 프리를 적용하도록 규제했지만 프랑크푸르트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활동가들의 시위로 3시간가량 열차 지체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 전장연도 2021년 12월 3일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활동지원, 장애인권리 예산 등의 반영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전개했다. 이번달부터는 지하철에서 버스로 시위 장소가 변경됐다. 기습 시위로 인해 시민들은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겪었다.
‘시민의 공감’은 전장연이 풀어야 하는 가장 큰 숙제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시위의 핵심은 약자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긴 하지만 국민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라며 “현재 전장연에 박힌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특정 세대가 아닌 다양한 세대의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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