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는 바라지 않아, 존중해주세요”···거리로 나온 교사들
자발적으로 5000여명 모여
“운이 좋아 살아있습니다”
전교조 별도 집회도 300명
“가르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권위를 달라는 게 아닙니다. 교사를 존중해주시고, 믿어주세요. 교사가 교육자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서울 서초구의 한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저연차 초등교사 A씨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섰다. 검은 의상에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모인 교사들은 A씨의 죽음이 “남 일 같지 않다”며 “교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 주최 측 추산 5000여명의 교사 및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교육부에 “00초 교사 사망에 대해 학부모에 의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교육 당국의 대처는 어떠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며 진상 규명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교사들은 초등교사 폭행 사건에 이어 신규 초등교사가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교육계에 잇따른 비보들이 ‘남일 같지 않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2년차 초등교사 B씨는 “누군가에겐 그저 한 사람의 죽음일 수 있지만 나와 교직에 있는 모두는 ‘나를 향할 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짠 수업자료가 가득하던 교사 커뮤니티는 어느새 악성학부모 민원·아동학대 민원으로 넘쳐나기 시작했다”며 “언젠간 나도···,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 9년차 초등교사 C씨는 “나는 운이 좋아 아이들이 말을 잘 들어줬고,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살아)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들은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바랄뿐이라고 외쳤다. C 교사는 “교실에서 나눈 재미난 농담과 칭찬, 이를 일기에 써서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기억한다. 우린 이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며 “항상 장난 하는 아이, 나쁜 말을 하며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선생님을 속상하게 하는 아이들조차 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추모 집회는 특정 교원단체가 주최하는 형태가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교사 생존권 보장’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진상규명 촉구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집회를 열고 A씨의 죽음을 추모했다. 300여명의 교원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무너져버린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 당국과 국회의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며 “교육이 가능한 학교와 선생님들이 마음껏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을 위해 전 사회가 함께 나서달라”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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