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겨줘 감사했다” 서이초 교사가 작년 제자 부모들에게 보낸 편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A교사가 지난해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 학부모들에게 쓴 편지가 공개됐다. 1998년생인 A교사는 지난해 3월 이 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로 처음 교편을 잡았고, 올해도 1학년 담임교사를 맡았었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2학년도 학부모가 기억하는 고인의 손편지를 제보 받아 추모의 뜻으로 공개한다”며 A교사가 직접 쓴 편지를 공개했다. 해당 편지는 A교사가 지난 2월 10일 2022학년도 1학년 학급 학부모들에게 보낸 것이다.
A교사는 편지에서 “감사한 마음을 전달 드리고 싶어 이렇게나마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드리려 한다”며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교실에 처음 들어서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이들과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고 했다.
A교사는 “2022년은 저에게 참 선물 같은 해였다”며 “그 여느 때보다도 너무나 훌륭하고 착한 아이들을 만나 함께 할 수 있음에 저에게도 너무나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1년이었다. 순수하고 보석처럼 빛나는 스물일곱 명의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앞으로 교직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했다.
이어 “천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저도 더 열정을 갖고 가르칠 수 있었다”며 “참으로 귀한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아이의 학교생활을 늘 지지해주셨음에 담임교사로서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학부모님들께서 든든히 계셔 주신 덕분에 우리 1학년 X반 공동체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며 “1년이라는 시간동안 가르치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고 흐뭇했다. 원 없이 웃으며 즐거웠던 순간, 속상하고 아쉬웠던 순간들 모두가 아이들의 삶에 거름이 되어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존재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끝으로 A교사는 “앞으로 X반 친구들 모두 함께 한 공간에 모두 모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서로를 기억하고, 좋은 추억을 가득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오래오래 응원하겠다. 1학년 X반의 담임교사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한편 서이초등학교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던 A교사는 지난 18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서울교사노조는 A교사 죽음 배경에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A교사가 남긴 메모 형식의 일기장을 분석한 결과 특정 학부모에게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혹 전반을 확인하고 업무방해 수준의 불법이 발견되면 적극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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