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발 우편물 포비아' 21~22일 1000건 넘게 전국 동시다발 발송(종합)
현재까지 인명 등 직접적 피해 없어…'브러싱 스캠' 가능성
(전국=뉴스1) 정진욱 박건영 김종서 남승렬 조민주 송보현 강교현 전원 고동명 기자 = 3일째 전국 곳곳에서 해외에서 건너온 정체불명의 우편물들이 발송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정체 불명 소포 관련 신고는 지난 21일 기준, 총 987건 접수됐다. 이튿날에도 신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인천지역에서 테러 의심 국제우편물 관련 접수된 신고는 총 84건이다. 이중 경찰에 인계된 건은 33건, 군 인계 3건이며, 나머지 48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됐다.
전날 오후 3시26분께는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한 주택 우편함에 대만발 국제우편물이 발송돼 있다는 신고가 112로 접수됐다.
당시 신고자는 "한달 전 쯤 우편물이 왔는데, 잘못 발송돼 조만간 수거해 갈 것으로 생각하고 우편함에 그대로 뒀다"며 "대만발 우편물을 수령했을 경우 신고하라는 방송을 보고 뒤늦게 신고했다"고 알렸다.
조사 결과 이 우편물은 한달 전 발송됐다. 약봉지 크기의 봉투에 겉면에는 '마스카라'라고 기재돼 있었다.
경찰은 군부대, 특공대 등 유관기관에 공동대응 요청을 한 뒤 조사를 벌였으나, 내부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서는 22일 오후 1시를 기해 테러 의심 국제우편물 관련 접수된 누적신고는 총 31건이다. 이중 경찰에 인계된 건은 9건이며, 소포 7점은 부산환경연구원으로 보내 정밀분석 의뢰를 맡긴 상태이다. 오인신고는 3건이며, 나머지 12건은 확인중이다.
광주와 전남에서는 22일 오전 9시 기준, 광주에서는 24건, 전남 29건 등 총 53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대구에서도 수상한 우편물 신고가 잇따랐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이날 오전 현재까지 '위험물질이 들어 있다'고 의심되는 해외배송 우편물 신고가 40여건 접수됐다.
경북지역에서도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총 7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오인신고 45건, 경찰 인계 26건, 군 수거 1건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 구미 16건, 포항 14건, 경산 9건, 경주 9건, 김천 7건, 예천 4건, 안동 3건, 봉화 2건, 영주 2건, 울진·영덕·영천·청도·문경·칠곡 각 1건씩이다.
울산에서는 전날 장애인 복지시설에 이어 우체국에서도 의심 우편물이 발견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21일 오후 5시59분께 동구 전하동 동울산우체국에서 집배원이 우편물 분류 중 동구의 장애인 복지시설로 온 대만발 국제우편물과 동일주소에서 발신한 우편물이 발견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본부는 해당 소포를 수거 정밀검사를 위해 봉투와 공기 시료를 국방과학연구소로 보냈으며, 피해를 조사중이다.
울산에서는 앞서 20일 12시30분께도 동구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직원 3명이 대만에서 발송된 우편물을 개봉한 뒤 어지럼증과 호흡 불편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경기도에서는 21일 오후 8시 기준 80건의 유해물질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의 1차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대부분 비어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비닐 재질의 충전재나 립밤 같이 저렴한 물건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소포에 담긴 '공기'를 포함한 내용물 분석을 의뢰했는데,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없다. 공식 결과는 이르면 24일 발표될 전망이다.
소포 개봉 후 어지러움과 마비 증상을 호소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혈청' 검사에서도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브러싱 스캠' 가능성을 제기한다.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다수에게 발송해 온라인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2020년에도 중국 우편 주소가 적힌 소포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생화학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결국 브러싱 스캠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해당 소포 안에는 식물의 씨앗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24일 발표될 성분 분석 결과를 토대로 향후 수사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주한 대만대표부는 최근 대만 등에서 유해물질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유입된 것과 관련해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중간 경유한 후 한국으로 최종 도달했다"고 밝혔다.
대표부는 22일 누리집 게시글을 통해 "주한국 대표부는 이번 사안을 즉각 우리 재정부관무서(財政部關務署, 대만의 세관 업무 기구)에 통보해 조사를 진행토록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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