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우친다’는 조민, ‘몰랐다’는 조국...딸은 재판서 “父도 공범” 인정할까
‘조국 입시비리 가담’ 증언해야 할 판
[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한 입장을 확인한 뒤 공범인 딸 조민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조 전 장관, 어떤 입장을 보였나요?
“생업에 종사하고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했기 때문에 딸이 어디서 무슨 체험학습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난 모른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딸이 입시에 제출한 서류는 위조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아니라 “나는 바빠서 딸의 입시에 관여하지 않아 모른다”는 주장입니다. 딸의 입시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딸과 공모하지도 않았고, 딸의 입시 비리에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취지입니다.
◇조국 전 장관은 정말로 딸의 입시에 어떠한 관심도 없었던 걸까요?
아시겠지만, 조 전 장관은 아내 정경심 전 교수와 함께 아들이 미국 대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을 도왔습니다. 1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조 전 장관이 아들을 도운 게 사실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조 전 장관이 그간 보인 왕성한 사회활동에서 ‘남아중심주의’ 혹은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미국에 있는 아들의 시험은 도우면서 딸의 입시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주장은 언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국 전 장관은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건가요?
조 전 장관이 딸 조민씨와의 공모관계를 부인한 건, 조씨가 입시 비리에 대해 자백하고 그 행위를 반성한다는 사실과 양립할 수 있습니다. 만일 검찰에서 조씨가 “어머니와 제가 입시 서류를 위조하고, 아버지는 전혀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저의 모든 행위를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면 조 전 장관의 ‘나는 몰랐다’는 항소심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거죠.
하지만 이러한 조씨의 진술은 지금까지 나온 정 전 교수의 대법원 확정판결과 조 전 장관의 1심 판결 내용과는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검찰도 제대로 된 자백으로 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검찰은 조민씨에 대해 어떤 답을 내릴까요?
답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명확한 건 검찰의 답은 기소 아니면 불기소(기소유예), 둘 중 하나입니다. 벌금형에 처해 달라는 뜻의 약식기소를 할 수는 없습니다. 조씨의 혐의 중 공문서위조가 있는데, 여기엔 벌금형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문서 위조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그 나머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공소시효 7년)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일괄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검찰은 8월 중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조씨 입시 비리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은 조씨가 조사과정에서 한 진술과 조 전 장관의 ‘나는 몰랐다’는 주장에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조씨 역시 아버지가 입시 비리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조씨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가정 하에 검찰이 불기소처분(기소유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조씨를 조 전 장관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불러야 할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조 전 장관의 죄를 밝히기 위해 딸인 조씨가 증인이 되어 ‘아빠와 함께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게 맞다’고 해야 하는 거죠. 게다가 조 전 장관의 진술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 되므로 양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조 전 장관은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검찰이 조씨를 불기소한다면, 조 전 장관의 재판에 조씨를 증인으로 소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륜에 반하는 재판정을 만들어선 안 되니까요. 만일 검찰이 증인 소환을 염두에 둔다면, 차라리 조씨를 기소해서 법원이 나머지 판단을 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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