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았다고?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사망’ 서이초 교사 지난해 학급 학부모들 성명
“우울증과 상관 없이 2022년 고인은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
A 교사가 이들 학부모에 보낸 손편지도 공개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A 교사가 지난해 맡았던 학급의 학부모들이 23일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A 교사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일부 보도 내용을 보고 사건이 개인 문제로 축소되는 것을 우려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한다.
이날 서울교사노조는 지난해 A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1학년 학급 학부모 4명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내용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들)학부모 4명은 고인이 우울증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제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우울증과 상관 없이 2022년 고인은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다고 제보했다”고 전했다.
학부모 B씨는 “제 자녀와 같은 반 친구와 갈등이 있었을 때, 고인(A 교사)이 너무나 차분하게 중재해줬다”면서 “교사의 지도 방식에 양육 태도를 반성했다”고 했다. B씨의 자녀는 2학년이 돼서도 종종 A 교사의 담당 학급에 들러 인사를 하고는 했다고도 했다.
B씨는 사건 발생 이후 하루 반 동안이나 학교 측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B씨의 자녀는 사건 이틀 후인 20일에도 정상 등교를 했고, 고인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마음이 아파 학교에 못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 C씨는 A 교사가 학부모와의 소통에 진심이었다고 했다. 그는 “(A 교사는) 아이들의 첫 현장체험학습에서 식사도 하지 않고 아이들 사진을 찍어 돌아오는 차편에 사진을 가득 올려줬다”면서 “2023년 2월 종업식 때는 학부모께 드리는 편지에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고 전했다.
C씨는 “고인이 우울증이 있었다는 기사를 접했지만 학부모들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한결같고 차분한 교사였다”고 말했다.
학부모 D씨는 “고인은 학생들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했던 교사였기에 학교에 돌아가셨다면 분명히 학교에 무엇인가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2022년 학급 운영 당시에도 분쟁이 있을 경우 반드시 녹음을 했기에 2023년에도 학생들 간 분쟁 녹음본이 다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지난 21일 노조는 A 교사가 올초 이들 학부모들에게 쓴 자필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손편지에서 A 교사는 “2022년은 제게 참 선물 같은 해였다. 너무나 훌륭하고 착한 아이들을 만나 함께할 수 있음에 저에게도 너무나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1년이었다”면서 “‘앞으로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아이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A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귀한 아이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아이의 학교생활을 늘 지지해 주심에 담임교사로서 마음 깊이 감사하다”면서 “학부모님들께서 든든히 계셔 주신 덕분에 우리 1학년 O반 공동체가 더 빛날 수 있었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오래 응원하겠다. 1학년 O반의 담임교사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모든 가정에 행복과 평안이 가득 넘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신규 임용된 새내기 교사였던 A 교사는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고인이 다른 장소도 아닌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이 일었다.
서울교사노조는 “202X년부터 서이초에서 근무했었거나, 현재도 근무하는 교사들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힘들어했다’라는 숨진 교사와 함께 근무한 동료교사의 증언을 공개했다.
또한 ‘해당 학급에 문제 학생이 4명 정도 있어 고인이 생활지도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도 전하며, 경찰과 교육청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A 교사의 유가족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우울증 보도에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돼서는 안된다.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학교에서 죽은 것은 고인이 학교에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학교의 교육 환경들 중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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