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폭우에도 든든… 수해 막는 안전판 된 ‘대심도 터널’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지하 50m에 길이 4.7㎞·직경 10m 규모
잠실 수영장 85개 맞먹는 저류배수터널
장마에 풀가동… 양천구 물난리 사라져
서울서 첫 설치… 수방 대책 전환점으로
광화문·강남역 등에도 사업 추진 예정
거액 사업비용에 일부선 ‘가성비’ 제기
근대 기상 관측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서울에 내린 지난해 8월 8∼9일. 하루 및 시간당 최다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운 비가 퍼부은 이틀간 서울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풀가동’에 들어갔다.
당시 강서·양천구에 설치된 유입 수직구 3곳이 큰 역할을 했다. 하수관이 일정 수위를 넘기면 관거와 연결된 지하 유도수문이 열리고, 이 수문으로 들어온 빗물이 유입 수직구를 거쳐 터널로 모인다. 이렇게 터널을 따라 흘러간 빗물은 유출 수직구를 통해 목동 빗물펌프장을 거쳐 안양천으로 배출된다. 유입 수직구 쪽 터널 깊이를 펌프장 쪽보다 얕게 해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원리를 이용해 배출한다.
유입 수직구 3곳와 함께 터널 가스를 배출하는 환기 수직구, 터널과 펌프장 유수지를 연결하는 유출 수직구, 배수량을 감시하는 유지관리 수직구 3곳 등 모두 6개의 수직구가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구성한다.
총사업비 1381억원이 투입된 이 시설의 저류량은 잠실 올림픽 수영장 85개와 맞먹고, 2013년 첫 삽을 떠 2020년 5월 운영에 들어갔다.
분지인 강서·양천구는 과거 침수 피해가 잦아 우면산 산사태가 있었던 2011년 기습 폭우 당시에도 물바다가 됐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유례없는 폭우에 서울시가 마련한 수방 대책의 핵심으로 손꼽히는데, 시간당 10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대비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
강종구 양천구 치수과 배수시설팀장은 지난 10일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게릴라성 집중호우 시 기존 하수관의 부담을 덜어 주는 데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일부선 ‘가성비’ 의문도
콘크리트 중심의 개발로 투수층이 점점 사라져 도시 배수시설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된다. 비가 땅에 흡수되지 못하고 지표면에 유출되면 하수관 수위는 올라가고 침수 피해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 9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수해예방 시민 대토론회’에서 10여년 전 서울시 수방 대책을 담당했던 전 하천관리과장인 고태규 장맥엔지니어링 고문은 “당시 10년간 5조원을 투입해 고질적인 침수 지역 7곳에 대심도 터널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그 과정에서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왜 추진하려고 하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결국 신월 대심도 터널은 추진됐지만, 그 외 지역은 다른 방법으로 대체됐다”며 “대심도 터널 외에는 직접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어서 지금까지 강남 일대 침수가 일어나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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