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것들 [쓴소리 곧은 소리]
김건희 여사 ‘해외 쇼핑’ 해명 등 대통령실의 메시지 관리 능력도 취약
(시사저널=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다가 다시 추락하는 더불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도는 4월 2주째 27%까지 추락했다가 그 후 30%대 후반까지 회복했다. 7월 1주에는 38%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7월 2주 조사(11~13일)에서 32%로 주간 낙폭으로는 올해 최대치인 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무당층'(-11.0%p), '정치 저관심층'(-10.0%p), 광주·전라(-12.0%p)와 부산·울산·경남 지역(-11.0%p), '무이념층'(-22%p) 등에서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갤럽 측은 "해양수산 관련업 비중이 큰 남부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통상 대통령 직무 평가는 최근의 국정 성과, 사건, 발언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건이 대통령 직무 평가에 영향을 미치려면 크게 세 가지 여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상대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덜한 사람들도 사건을 알 만큼 널리 알려져야 한다. 둘째, 사건이 대통령과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사건이 대통령에 대한 전반적 태도를 바꿀 만큼 의미 있어야 한다. 야권의 공세 강화와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 등으로 그간 관망했던 정치 무관심층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인지할 만큼 널리 알려졌다. 한국갤럽 6월 5주(27~29일) 조사에서 보듯이,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후쿠시마 방류로 인한 해양·수산물 오염을 걱정한다('매우 걱정된다' 62%, '어느 정도 걱정된다' 16%)고 응답했다.
중도층 끌어들일 선제적 어젠다 제시 못 해
그만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한 주간의 조사 결과만으로는 지지율 급변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지지율 급락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선 민심 바닥에 깔려 있는 '기저 요인'과 촉발 요인을 동시에 봐야 한다. 윤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저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경제 침체다. 제임스 데이비스의 'J-커브' 가설에 따르면 경제 불황으로 조성된 기대와 성취의 격차가 좌절감을 심화시키고 정부에 대한 불만과 저항으로 전환되면 민심 폭발로 귀착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를 기대했지만 체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자 실망한 국민이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둘째,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가치의 내재화가 이뤄지지 않고 개혁의 방향성도 흔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를 유독 강조한다. 그런데 거대 담론적 수준에서 자유는 인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자유를 강조하는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노동 개혁의 본질은 노동의 유연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개편인데 마치 주 69시간제가 개혁의 전부인 것처럼 됐다. 교육 개혁의 핵심은 '공교육 정상화'인데 '수시 킬러문항' 제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정부 개혁의 본질이 흔들리면서 개혁을 통한 국민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셋째, 대선 때 형성된 보수·중도 동맹의 형해화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당시 대통령실이 중도를 대표하는 안철수 의원을 "국정 운영의 훼방꾼"으로 저격한 후 중도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갤럽 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넷째, 집권당의 무기력함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힘의 안정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역동성과 다양성이 사라졌다. 더욱이,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비전과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야당의 입법 폭주와 괴담 선동을 방어하는 데만 급급하다. 한마디로 야당과의 프레임 싸움에서 지고 있다.
다섯째, 대통령실의 취약한 메시지 관리 능력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방어했다. 김건희 여사의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호객 행위에 따라 방문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논란에 대해 "정쟁화될 테니 언급 않겠다"고 했다. 국내 폭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다. 이것을 두고 야당이 비판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
추락 기저 요인 제거하고 촉발 요인 관리해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의혹 해명과 잘못된 메시지가 국민의 감정을 더 분노하게 만들어 대통령 지지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여하튼 이런 기저 요인들이 '준비된 이탈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 김건희 여사 명품 쇼핑 의혹, 수해 대처 미흡 등이 발생하면 대통령 지지율을 순식간에 떨어뜨리는 촉발 요인이 된다. 따라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은 간단하다.
지지율 추락 '기저 요인'을 제거하고 촉발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다. 향후 정부·여당은 '윤 노믹스'와 규제 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의 내재화, 보수·중도 연대의 복원을 통한 외연 확장, 국민의힘의 역동성 강화와 담대한 정치 개혁, 대통령실의 강도 높은 개편 등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 대통령 부인의 공적 역할을 보좌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정부·여당의 온갖 악재 속에서 민주당은 강도 높은 후쿠시마 오염수 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도가 32%까지 급락했지만 민주당 지지도(32%)는 국민의힘(33%)보다 뒤졌다. 이런 민주당 딜레마의 기저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투기 논란 등으로 인한 도덕성 훼손이 자리 잡고 있다. 단언컨대, 윤 대통령 지지도를 9월 추석 전까지 40%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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