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즐겁고, 더 빠르게...스레드로 수다 떠는 기업들 는다
반말로 글 쓰거나 댓글로 소통하기도
여기선 컨펌 안 받고 내맘대로 올려도 되겠지?
롯데웰푸드 스레드 계정 '롯데웰푸드 스윗스타그램'
롯데웰푸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Threads)에 '롯데웰푸드 스윗스타그램'이라는 계정을 열며 이런 설명을 달았다. 기존 회사 SNS에는 미리 동의를 얻어야 게시물을 올릴 수 있지만 스레드에서는 담당자 판단에 따르겠다는 도발인 셈이다. 이 회사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푸드의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롯데제과의 새로운 이름, Welcome 롯데웰푸드'라는 다소 딱딱해 보이는 글귀를 단 것과는 온도 차가 크다.
메타의 새 SNS 스레드의 게시물도 인스타그램과 달랐다. '쓰레드 30분 만에 깨달은 것', '식품회사 입사 N년 차 장점: 과자를 무한대로 먹을 수 있다. 단점: 과자를 무한대로 먹을 수 있다'처럼 수다를 떠는 듯한 게시물이 많았다. 스레드에서는 이용자 사이의 소통을 '반모'(반말모드)로 한다는 이용 팁에 따라 반말로 게시물을 쓰거나 댓글을 달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22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인스타그램은 공식 계정으로 회사 소식이나 이벤트 등을 진행할 때 쓴다면 스레드는 소비자와 보다 친근하게 대화하는 창구 역할"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업 마케팅팀이 새로운 홍보 채널로 스레드를 활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트위터의 대항마로 등장한 스레드가 출시 닷새 만에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가입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자 국내 기업들도 너나없이 계정을 만들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객들과 소통을 활발히 했던 패션 플랫폼이나 식품 등 유통 기업들은 초기부터 스레드 공략법을 적극 분석 중이다.
개인 계정처럼 친근하게... 스레드 활용법은
스레드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인스타그램 계정과 연결해 팔로어와 연동된다는 점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4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인스타그램 앱 사용자 수는 2,167만 명에 달했다. 이에 힘입어 6일 국내에서 스레드 앱이 출시한 뒤 닷새 만인 11일에는 스레드 앱 설치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패션 유통 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스레드 계정은 중복(21일)을 맞아 "다들 복날에 점심 뭐 먹어?"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는 등 '패션 회사에 다니는 친구의 계정'이라는 콘셉트로 스레드를 운영 중이다. 회사 샘플실에서 향수 제품을 직접 써보고 상품을 추천하는 짧은 영상을 올리는 등 이용자가 마치 친구와 수다를 떨며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롯데홈쇼핑의 히트상품인 벨리곰도 스레드에 입성했다. 롯데홈쇼핑은 캐릭터팀을 따로 두고 벨리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는데 스레드는 마치 '회사원 벨리곰'이 운영하는 개인 계정처럼 쓰인다. 사람 크기의 벨리곰이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이나 마라탕을 배달받는 모습 등을 영상이나 사진 게시물로 올리고 이용자들과 소통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용자와 적극 소통을 통해 팬덤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더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같은 '즉각성'이 스레드의 가장 큰 장점"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 약 18만 명을 보유한 크림(KREAM)은 주로 상품 정보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스레드에서는 댓글로 팔로어 수를 늘리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최애' 스니커즈를 그려서 올리면 그림으로 그린 해당 스니커즈 제품이나 크림 포인트를 주는 '제1회 KREAM배 천하제일 사생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관련 게시물에는 댓글만 80개 넘게 달리면서 이용자들이 개성 있는 그림 실력을 뽐냈다. 인스타그램에는 댓글에 사진을 못 넣지만 스레드는 댓글에 사진, 영상을 붙일 수 있다.
또 크림의 스레드에는 비 오는 날 신고 온 직원의 스니커즈 사진, 밤새 마케팅 담당자가 스레드를 하다 도착한 회사 입구 사진, 이벤트를 준비하는 직원의 뒷모습 등을 날것 그대로 담고 있다.
양현영 크림 마케터는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위주라 편집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반면 스레드는 텍스트를 바탕으로 해서 빠르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시간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계정에 올리기까지 3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무신사에 맞는 옷 없어" 장난치는 벨리곰
현재까지 다른 SNS보다 비공식적인 공간으로 인식되는 스레드에서는 이용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서로 장난치듯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티셔츠 광고 게시물에 롯데홈쇼핑이 운영하는 벨리곰 계정이 '나한테 맞는 옷이 무신사에 없음을 항의 중'이라고 댓글을 달고 다시 무신사가 이를 인용해 게시물을 올리는 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트위터에서는 게시물을 올리면 바로 이용자에게 피드백이 오고 SNS 안에서 화제가 되는데 스레드 역시 이용자 반응이 빠르다"며 "기업들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의존해 영상, 사진 기반의 SNS를 많이 쓰지만 텍스트 위주의 스레드도 또 다른 창구로 많이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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