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수근 상병 눈물의 영결식..."아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눈물바다 된 영결식…대전현충원서 영면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고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영정 사진을 어루만지며 울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북 북부지역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소속 고(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이 오늘(22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해병대장(葬)으로 치러졌습니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들을 비롯해 이종섭 국방부장관, 해병대 장병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지역 국회의원 등 800여 명이 참석해 순직 장병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영결식은 고인의 유해 입장,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약력보고, 해병대사령관 조사, 동기생 추도사, 헌화 및 분향, 조총 발사 및 묵념, 폐식사, 유해 이동 순으로 거행됐습니다.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영현이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해병대원들이 태극기가 덮인 채 상병의 관을 들고 나타나자 영결식장 안 유족들의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전우를 지키지 못한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랑하는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님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해병이 있는 모든 현장이 안전할 수 있도록 돌아보겠으며,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빈다”며 경례했습니다.

채 상병의 유족은 영결식에서 국민과 정부가 보낸 추모 뜻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또 다른 해병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채 상병 부모 대신 입장문을 낭독한 고모는 “전 국민의 관심과 위로 덕분에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며 “해병 가족의 일원으로서 국민과 함께 해병대를 응원하며 해병대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영결식 도중 아들의 영정 사진을 부여잡으며 오열했고, 30여 분 만에 탈진해 임시 의무실로 옮겨져 영결식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채 상병이 잠들어 있는 관 운구를 시작했을 때 휠체어를 탄 채로 “아들 사랑해 정말 사랑해. 사랑해. 많이 사랑해. 사랑해...”라고 말한 채 관 위로 쓰러져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고 이후 한없이 쏟아진 눈물로 이미 기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지만 관을 꼭 부여잡은 채로 먼 길 떠나는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또 했습니다. 어머니는 이윽고 다시 또 탈진하며 관을 잡고 있던 손이 놓아졌고, 관은 운구차 위에 실렸습니다.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는 화장을 거쳐 국립현대현충원에 안치됩니다.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영현이 운구차로 이송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최근 호우피해에 따른 실종자 수색작전에 참여했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이후 14시간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채 상병은 전북소방본부에서 27년을 근무한 채 모(57) 소방대원의 아들로, 채 씨 부부가 결혼 생활 10년 차 되던 해인 2003년 1월 시험관 시술로 얻은 외동아들입니다. 원광대 건축학과에 재학 중이던 채 상병은 1학년을 마친 뒤 해병대에 입대했으며, 전공을 살린 건축가와 좋아하는 운동인 헬스 트레이너를 꿈꾸었던 청년이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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