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과 금지' 예비비…경기도 18개 시·군 '미준수'
경기도 시·군 31곳 중 18곳이 올해 예산 총액의 1%가 넘는 ‘예비비’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예비비는 일반회계 예산 총액의 100분의 1 범위 안에서만 편성해야 하지만 도내 기초지자체 절반 이상이 이를 어기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고양시, 용인시 등 지자체 11곳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 해도 예비비 편성비를 1% 이하로 내리지 못했다.
■ 지방재정법상 예비비는 예산의 100분의 1 범위 안이어야
22일 지방재정 365의 ‘예산재정지표’를 통해 연도별·지역별 예비비 확보율을 분석해봤다.
먼저 예비비는 예산 편성과 예산 심의 시점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대비해 국회의 승인을 얻어 세출예산에 편성, 필요할 때 사용하는 금액을 말한다.
예비비는 당초 일반회계 예산 총액의 100분의 1 범위 안에서 편성해야 하며, 재해·재난 관련 목적 예비비는 별도로 편성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6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전국적으로 예비비 확보율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6%에서 2022년 1.5%로 1%포인트(p) 떨어졌다가 올해 1.7%로 다시 오른 바 있다.
올해 기준 광역시 기준으로는 광주 본청의 예비비 확보율이 1.2%로 가장 높았고 인천 본청이 0.3%로 가장 낮았다.
도(道) 단위에선 제주 본청(1.1%)이 최고, 경기본청(0.3%)이 최저였으며, 시(市) 단위에선 충남 공주시(8.9%)가 최고, 경기 오산시(0.2%)가 최저였다.
■ 예산 심의 안 받는 돈…지방재정 운용실태 꼼꼼히 살펴야
예산총액의 1%를 초과해 예비비를 편성하는 것 자체가 지방재정법에 위배되지만, 이외에도 예비비 편성비를 낮춰야 하는 이유가 있다.
예비비는 ‘불가피한 지출소요’에 대처하기 위한 재원이므로 필요가 발생하는 경우는 ‘특정사업비’로 집행돼 예비비 자체의 집행율은 사실상 ‘0%’여야 하는데, 그 예비비가 줄지 않고 늘어난다는 건 전체적인 예산운용 실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나라살림연구소 측은 “만일 예비비가 용도에 맞게 활용됐다면 연중 추경을 통해 타 사업에 배정되면서 당초 예산 편성액에 비해 감액됐어야 하고, 긴급한 필요가 전혀 없었을 경우엔 당초 예산 금액이 유지됐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당초 예산에 비해 회계연도 말에 예비비가 증액됐다면 효율적이지 못한 재정 운영을 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예비비는 지출의 신축성을 보장하고 있는 제도인 만큼 의회의 예산 심의 원칙에서도 예외로 설정돼 있다. 기본적으로 지출 항목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긴 해야 하나, 실질적으로 무분별하게 활용하려 마음 먹으면 재정이 과다지출될 수 있는 게 바로 이 예비비다.
따라서 법적으로 둔 제약이 ‘1% 범위 내’이고, 지자체들 역시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지켜야 한다.
■ 고양·용인·화성 등 11곳 3년째 ‘1% 기준’ 미준수
경기일보는 경기도 31개 시·군에 한정해 예비비 현황을 살펴봤다. 법 개정 후 최근 3년치(2021~2023년도)의 일반회계를 기준으로 했다.
분석 결과, 3년 연속 예비비 확보율이 1% 미만이었던 곳은 ▲의정부시 ▲파주시 ▲군포시 ▲오산시 ▲여주시 등 5곳에 그쳤다.
반대로 3년 연속 예비비 확보율이 1%를 초과한 곳은 ▲고양시 ▲용인시 ▲화성시 ▲평택시 ▲광명시 ▲안성시 ▲포천시 ▲하남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11곳에 달했다.
과천시의 경우 2021년 예산 규모 4천27여억원에서 예비비가 1천291여억원으로 32.07%에 달했으나, 이듬해 그 폭을 2.37%(3천944여억원 중 93여억원)로 대폭 낮추더니 올해는 0.71%(3천777여억원 중 26여억원)까지도 더 줄인 모범사례로 꼽힌다.
반면 동두천시는 2021년 예산 규모 4천142여억원 중 107여억원이 예비비(2.59%)였으나, 1년 만에 예비비 확보율이 10.16%(4천789여억원 중 486여억원)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4천993여억원 중 265여억원(5.36%)으로 지난해에 비해 낮추긴 했어도 여전히 경기도내에서 가장 예비비 확보율이 높은 수준이다.
■올해도 18곳 예비비 1% 초과…“과다 편성시 제재도 필요
2023년도 한 해만 한정했을 때 경기도 시·군 31곳 중에서는 18곳이 예비비를 1% 초과해 편성한 상태다.
동두천시 다음으로 안성시(5.25%)와 포천시(3.56%)의 예비비 확보율이 1%를 크게 넘어섰다. 이는 최저치인 오산시(0.24%)와 광주시(0.3%)와 비교하면 최소 11.8배에서 최대 21.8배까지 벌어지는 격차다.
집행 계획이 없는 예산인 예비비를 과도하게 편성하는 것, 추경을 통해 오히려 예비비가 늘어나는 것은 잉여금 발생의 원인이 된다. 지출 또는 운용되지 못한 만큼 지역주민은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도 풀이된다.
신희진 나라살람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방재정의 목표는 체계적인 계획 수립으로 당해연도 세입을 주민들에게 당해연도에 행정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예비비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지방재정이 쓰여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행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페널티 등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바람직한 방향은 의회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집행부가 예비비를 과도하게 편성하지 않도록 경계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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