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천만원 이하 가입불가? 어쩌자고 이런 마담뚜를 버젓이 내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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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에 결혼정보업체 대표가 새로운 보스로 등장했다. 사장님>
가입 조건이 남자의 경우 고졸 미만, 키 167cm 이하, 연봉 4천만 원 이하, 이 세 가지 중 둘 이상 해당되면 가입불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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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결혼정보업체 대표가 새로운 보스로 등장했다. 7월 2일부터 3회에 걸쳐 출연했는데 예고를 보니 앞으로도 계속 나올 모양이다. 이 프로그램, 돈 받고 개인 업체 홍보해주나? 싶은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지나치다. 지난 202화에 이벤트 업체 대표가 출연해서 꽃값 1억 원짜리 결혼식을 소개했을 때도 아연했는데 불과 석 달 만에 왜 또 이러는지. 결혼 장려를 위해서라고? 글쎄다.
가입 조건이 남자의 경우 고졸 미만, 키 167cm 이하, 연봉 4천만 원 이하, 이 세 가지 중 둘 이상 해당되면 가입불가라고 한다. 탈모가 심한 경우에도 가입이 어렵다고. 명색이 공영방송이거늘 어찌 주말 예능에서 저런 장면을 버젓이 내보낼까? 가입비는 최저 300만원부터 조건이 붙을수록 올라서 1,000만 원까지라나. 대표가 자기 업체는 등급을 나누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가입비 차이가 바로 등급이지 뭐겠나. 그런데 방송에 스물여섯 살짜리 여성이 가입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여성이 소개받은 남성은 29세. 과연 20대들이 300만 원 가입비를 내고 선을 볼까? 요즘 세상에? 짐작컨대 다 쇼가 아니겠나.
그러나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애교에 불과했다. KBS joy <중매술사>는 아예 본격적으로 중매업체 홍보에 나섰다. 매회 중매인 네 명이 출연하는데 <중매술사>가 틈틈이 강조하는 게 '결혼은 애국이다'. 아니 결혼이 개인의 선택이지 왜 애국인가? 여기서 중요한 건 의뢰인들이 내거는 조건. 첫 화 32세 가정의학과 전공의 여성이 내건 조건이 연봉 1억이었다. 자신이 얼마 안 있어 전문의가 될 텐데 본인보다는 상대방이 많이 벌면 좋겠다는 것. 2화에는 학원 강사가 출연했다. 이 남성은 연봉 8천만 원을 조건으로 걸었다. 주위 친구들이 이 정도는 버는지라 일반적인 금액이라고 판단했다고.
커플 매니저라는 신조어가 나왔지만 통칭 중매쟁이고 과거에는 매파였다. 동네마다 매파가 있었다. 다리를 놓아주고 소개비를 받고 성혼이 되면 사례비를 받는 사람. 또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마담뚜'라는 존재가 있었다. '마담뚜' 기억하는 분들 계실지 모르겠다. 바로 결혼 시장을 교란시킨 주범들이다. 패물을 몇 세트를 해줘야 되네, 혼수를 어떻게 해가야 되네, 시어머니 비취반지 해줘야 한다, 밍크 사줘야 한다, 실크 이불, 보료 해가야 한다, 법조인이나 의사와 결혼하려면 열쇠 세 개 필수, 이런 거 다 중매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왔지 싶다. 각 업체들과 연결해주는 역할도 했으니까. 물론 수수료를 챙겼겠지.
두 프로그램 모두 결혼 장려를 구실로 내세우겠으나 연봉 4천만 원 이하면 가입이 어렵다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연봉 1억 원을 조건으로 내건 <중매술사>, 방송을 보고 결혼을 하고 싶어질까? 오히려 나 결혼 못하겠네, 포기하는 분이 더 많지 싶은데? 당신들이 말하길 결혼이 애국이라며? 저 정도 연봉을 받아야 애국도 할 수 있는 거네요?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KBS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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