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로 샤넬, 안 돼? [Th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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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의힘이 ‘달콤한 보너스’가 된 실업급여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여성·청년들이 ‘시럽급여’를 받아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도 사고 있단 건데요. 실업급여를 노동자 마음대로 쓰면 안 되는 걸까요? 흥청망청 쓸 정도로 많긴 할까요? 김해정 노동 담당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을 가거나 명품을 사면 안 되나요? 법에 걸려요?
김해정 기자: 다 가능합니다. 실업급여를 어떻게 쓸지는 노동자의 선택입니다. 실업급여 재원은 세금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낸 보험료(각각 월급여의 0.9%씩)에서 나오기도 하고요. 다만 해외여행을 갈 땐 ‘실업인정일’을 잘 챙겨야 합니다.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재취업 활동을 했는지 확인을 받는 실업인정 신청을 해야 합니다. 고용센터에 출석하거나, 온라인으로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하죠. 온라인 신청을 해외에선 할 수가 없도록 막아놨어요. 실업인정일을 바꿀 순 있지만 수급 기간 중 1번만 가능합니다.
[The 2] 실업급여를 넉넉히 주긴 하나요?
김해정 기자: 아니요. 실업급여는 실업 전 3개월 동안 받은 평균월급의 60%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저임금 노동자에게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실업급여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금액(하한액)을 정해놨습니다. 최저임금의 80%(1일 6만1568원)로요. 최저임금의 80%면, 정말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만 해주는 것이죠. 실업급여 제도의 목적이 구직 기간 중 최저 생계를 보장해주는 거니까요.
[The 3]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더 줄여야 한단 건가요?
김해정 기자: 그들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많은 ‘역전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저임금 노동자 월급에서 4대 보험이나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부분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급은 179만9800원, 최저 월 실업급여는 184만7040원이 됩니다. 일 안 하고 받는 돈이, 일하고 받는 돈보다 더 많단 것이죠. 이런 역전현상이 일어나는 실업급여 수급자가 전체 수급자 163만명 중 28%인 45만3천명이나 된다고 정부·여당은 주장합니다.
왜곡된 면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가 세후 월급보다 많은 사람은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 중 5% 정도일 거라고 분석합니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내는 실질 소득세율이 낮고, 고용보험료의 80%도 정부가 대신 내주고 있단 것이죠.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급이 정부·여당 계산보다는 좀 더 많단 뜻입니다.
[The 4] 정부·여당은 최근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해 받은 사람이 한 해에 10만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김해정 기자: 이 수치는 오히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규모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5년 동안 3번이나 실직당했다면, 큰 스트레스를 받았겠죠. 실업급여는 자발적으로 사직하면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수급자 대부분은 해고당한 사람이죠. 또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매달 고용센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구직 활동 중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노동부는 부정수급자가 없는지 정기적으로 조사하고요. 이런 기준과 절차가 있는데도, 고의로 반복수급을 하거나 부정수급자라고 의심부터 하는 건 이상합니다.
[The 5] 고용보험 내는 걸 아까워 하는 직장인들도 있어요.
해정 요원: 해고당할 가능성도 작고 노조 가입률도 높은 대기업 직장인들은 실업급여를 받는 상황이 잘 상상이 안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대기업 직장인도 실업률이 0%는 아니잖아요. 보험이란 것 자체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 일단 발생하면 피해가 큰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임금 수준이 높아 보험료를 많이 냈다면, 나중에 실업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고용보험에서 받는 게 실업급여만은 아닙니다. 육아휴직, 산전후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이 모두 고용보험에서 받는 급여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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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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