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다
성희롱·학부모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
역할 못하는 관리자들, 교사 혼자 감당
학생인권이 문제? 대립시킬 문제 아냐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해온 주제네요.
◆ 신혜림> 한때 업무 만족도가 굉장히 높고 안정적인 직장으로 불렸던 교사라는 직업. 더 이상 선호 직업이 아닙니다. 교대 입학생이 사실상 미달 상황으로 가고 있고, 2022년 3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최근 1년간 퇴직한 근속연수 5년 미만의 초중고 교원들이 589명이었대요. 전년도 303명에 비해서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거죠. 한국교총이 지난 5월 진행한 전국 교원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여기서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냐' 이런 물음에 긍정하는 답변이 불과 20%라고 했습니다. 2006년 설문조사를 시작했는데 그때 이후로 역대 최저입니다.
◇ 채선아> 많이 힘들다고는 들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한 것 같아요.
◆ 신혜림> 취재를 해보면, 교대 나와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데도 로스쿨 준비를 한다든가, 플랜B를 준비하는 교사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교권과 아동 인권을 대립시켜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건가 탐구해보겠습니다.
◇ 채선아> 오늘 제가 본 기사도 교사와 관련된 일이었는데 깜짝 놀랐거든요. 어제 익명 커뮤니티에 교사인 여자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 남성이 쓴 글이 올라왔어요. 교실에서 "선생님은 남자만 잘 꼬시죠" 이런 발언을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한 거예요. 그래서 주의를 줬는데 이 학생이 남자친구하고 데이트하는 선생님을 목격한 후에 "야 이 XX야. 뜨거운 밤 보내, XX" 이런 식으로 비속어를 섞어서 선생님한테 문자를 보냈다는 거예요. 선생님은 부모님한테 말을 했는데 부모님은 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거든요.
◆ 신혜림> 교사 대상 명백한 성희롱이죠. 성폭력 범죄가 요즘 들어서 교사 대상으로 급격하게 증가를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고요. 근본적으로 뭐가 문제냐고 하면, 선생님을 쉽게 선 넘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벌어지는 일들인 것 같아요. 선을 넘지 말아야 된다고 가르쳐줘야 되는 사람도 사실 교사인 거잖아요.
◇ 채선아> 학생들은 선이 어딘지 모르잖아요.
◆ 신혜림> 그 선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천천히 가르쳐줘야 돼요. 급식 받을 때 줄 서기랄지 정리정돈이라든지, 타인한테 함부로 대하지 않기, 소리 지르지 않기, 이런 것부터 가르쳐야 되는 건데 문제는 교사들이 이런 생활지도가 너무 힘들어서 나가떨어지고 있다는 거죠.
◇ 채선아> 그런 선을 배우기 시작하는 곳이 초등학급이다 보니까 초등학교 교사들의 고민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학부모와의 관계도 있고
◆ 신혜림> 맞아요. 이번에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두 가지 유형의 사건을 가져왔는데요. 먼저 지난해 10월, 이것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인데 '초등학교 교사가 새벽에 학부모로부터 받은 문자'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에요. 이 글에 따르면 학부모 A씨가 새벽 1시 46분에 상담 메시지를 보내와요. 이게 학부모와 교사만 쓸 수 있는 전용 상담 앱의 캡쳐 이미지여서 신빙성이 높은데요. 학생이 부모에게 말하길, '선생님이 도덕책 안 가져온 사람은 한 시간 내내 서 있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도덕책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아이가 그날 밤 경기를 일으켰다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학부모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경찰서에 문의해보니 줘패야 아동학대라고 하는데 편법으로 아이들 조지시면 저도 편법으로 선생님을 조질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시겠어요"
◇ 채선아> 학부모가 이런 문자를 새벽 1시 넘어서 보냈다고요?
◆ 신혜림> 교사가 답장합니다. "어머니, 오늘 아이들한테 확인을 해봤는데 제가 도덕책 안 가져온 사람은 수업시간 내내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 조석영> 이 때 부모가 선을 넘었다는 여론이 컸죠.
◆ 신혜림> 그런가 하면 지난해 12월에는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았어요. 한 학생이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한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게 나무란다" 이런 속담이 있잖아요. 그 말을 이 학생이 듣는 자리에서 반복해서 여러 학생들이 말하게 해서 그 해당 학생을 망신 준거죠. 또 한 학생이 일기장에 그 선생님에 대한 안 좋은 말을 한 거에요. 그래서 그 일기장 내용을 공개한다거나, 평소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을 점심 후에 급식실에 혼자 40분 정도 남아 있게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자존감을 건드리는 유형의 교사였던 거죠. 근데 이 교사가 아동학대 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았는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가 됐어요.
◇ 채선아> 학생들이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지는 잘 모르는 상황이어서 쉽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징역형은 좀 과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는 있을 것 같아요.
◆ 조석영> 저는 교사가 저렇게까지 한 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아동학대로 사법처리까지 될 수준이냐가 문제인 거죠.
◆ 신혜림> 온라인상에서도 '이거 진짜 잘못한 거 맞다. 근데 이게 징역형 감이야?'라는 의견이 많아요. 왜냐하면 너무 큰 범죄를 저지르고도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을 받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실제로 아동학대 신고가 유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는 하는데 아닌 말고식의 신고가 대부분인 경우여서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항상 경찰이나 법원이 학교 내 갈등에 등장하는 사례들이 계속되고 있는 거죠. 보통 현실은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사례 중간 어디쯤일 거예요. 그 중간의 일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큼 섬세하게 처리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정부랑 국회는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가, 좀 매우 거칠어 보인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채선아> 어떻게 다루고 있는데요?
◆ 신혜림> 지난 4월에 학교 폭력 관련한 논란이 컸잖아요. 그래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브리핑이 4월에 있었는데 거기서 국무총리가 한 발언이 있어요.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며 학교 폭력을 제어해야 하는 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 조석영> 한덕수 총리 말은, 학폭의 원인은 교사가 학생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거고, 그게 학생 인권 때문이라는 얘기인데, 과연 학교 폭력이 그것 때문일까요?
◆ 신혜림> 학폭 이슈가 불거지니까 그걸 잡겠다고 교사 권리랑 학생 권리를 대립시키는 발언을 국무총리가 한 거잖아요. 이 방향성에 따라서 국회도 움직였거든요. 여당에서 지난 5월에 법안을 제출했는데 이 법안이 학교랑 학부모를 갈라치기 하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교육위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했는데,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
◆ 조석영> 표현이 전부 모호한데, 생활 지도는 일단 고의 아닐까요? 중대한 과실, 정당한 생활지도, 애매한 표현들이죠.
◆ 신혜림> 일단 기준이 너무 모호하고, '아동학대에 사실상 면책을 주는 법이 아니냐, 아동학대에 면책이 어디 있냐, 대체' 이런 얘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는 해요. 그런데 민주당에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가 됐거든요. 여야 할 것 없이 계속 이런 법안이 등장하니까 청소년 인권단체나 학부모 단체가 좀 격하게 반발하고, 거기에 교사 단체가 대응하고 계속 지금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채선아> 당연히 학생은 학대당하면 안 되는 거고, 교사의 권리도 침해당하면 안 되는 건데, 그 두 개가 양립할 수 없는 걸까요?
◆ 신혜림> 우리는 학생인권과 교사의 권리, 이 둘을 가지고 계속 대립시키면서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앞서 말씀드린 두 사례의 공통점이 있어요. 교육 공간이 사법 공간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거예요.
◆ 조석영> 모든 게 다 경찰과 변호사, 검사, 판사가 개입해서 처리되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 채선아> 지금 학폭 대책 때문에 변호사들만 돈 많이 번다는 얘기도 나오잖아요.
◆ 신혜림> 2022년에 전교조가 발표한 '아동학대 사안 처리 과정 실태조사'라는 조사가 있었는데요. 자신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초등 교사가 무려 90%를 넘는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선 '본인이 신고 당하거나 동료 교원이 신고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47%가 넘어요. 취재를 해보면 '떠든 아이 이름 적기' 정도도 아동학대로 고소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요.
◆ 조석영> 그게 부적절한 행동이냐 아니냐는 논쟁할 수 있는데 고소할 일이냐는 게 문제죠.
◆ 신혜림> 신고가 남발되고 있다는 거죠. 왜 이렇게 사법처리로까지 가는 걸까? 학교 안에서 일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명확한 처리 기준과 매뉴얼이 있다면 법원까지 안 갈 수도 있는 상황이 분명 존재했다고 교사들은 얘기하거든요. 이걸 보면서 저는 오래된 회사의 문제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시스템이 없고 중간관리자가 역할을 안 하는 거죠. 학교로 치면 교장과 교감 같은 관리자, 교육청이 이 관리자라고 할 수 있죠.
◆ 조석영> 그러라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 신혜림> 그런데 그 역할을 안해서 모든 문제가 교사 한 명한테 집중되고, 고소를 당해도 그걸 개인이 다 감당해야 되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 채선아> 문제가 생겼을 때 담임교사한테 얘기하지 교장, 교감과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상상해본 적이 없네요.
◆ 신혜림> 교장과 교감은 선임 교사, 선배들이잖아요. 많은 것들을 경험해본 사람일 테고, 그래서 미국 같은 경우는 문제 학생 상담은 그냥 교장 교감의 업무예요. 그들이 판단하기에 '이거 상담의 효과가 안 난다'하면 단호하게 학생에 대해 출석 거부를 한다든가 해서 다른 아이들 학습권도 보호한다고 하고요. 김민석 전교조 교권 상담 국장은 '우리나라도 학교장의 교육활동 관련 분쟁 조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된다. 그런 매뉴얼이 있어야 된다. 그리고 교육청 시도교육청은 아동학대 전담기구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배치해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 조석영> 지금 없다는 소리잖아요.
◆ 신혜림> 없죠. 우리가 지금 서로를 공격하고 고소할 권리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 또 아동학대에 책임을 묻지 않는 법안, 이런 얘기 할 게 아닌 거예요. 학교는 대화를 어떻게 하는지, 갈등의 조정을 배우는 첫 번째 장소잖아요. 학교의 문제들도 대화로 풀 방법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필요한 건데, 지금 그런 게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선생님이 잘못했다' '부모가 문제다' 이런 얘기만 할 게 아니잖아요. 얼마 전까지 교육당국에서 킬러 문항 얘기를 계속 했는데 지금 정말로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어딘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신혜림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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