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HUG마저 배신을?...“전세금 4억 돌려주세요”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법적 집주인 교체후 나몰라라
보험료 납부했어도 구제 안돼
주택 신탁 면적 지난해 급증
법원, 신탁 통한 사기방지 위해
등기제도 개선안 검토할 예정
30대 중반인 직장인 A씨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보증보험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임차기간이 만료된 현재 전세보증금 4억원을 반환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집주인 B씨가 전세임대 도중에 자신의 장모에게 집을 ‘신탁’하는 바람에 법적으로 B씨의 장모(C씨)가 새로운 집주인이 됐기 때문입니다. HUG는 새 집주인인 C씨에게 전세계약종료확인서를 받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억울했습니다.
여전히 실질적인 집주인은 B씨이고 B씨도 이를 인정합니다. 실질적인 소유주인 B씨는 “돈이 없다”며 새로운 세입자가 오면 그때 전세보증금 4억원을 돌려주겠다고 버티는 중입니다. 등기부등본에 적혀있는대로 법적 집주인인 C씨를 찾아갔지만, 그녀 역시 “B씨와 말하라”며 전세계약종료확인서 발급 동의를 거부했습니다.
A씨는 “부동산 신탁을 통해 대놓고 전세사기와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는데, HUG는 아무런 구제를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럴거면 왜 HUG서 보증보험료를 꼬박꼬박 걷어갔냐”고 반문합니다.
신탁이란 말그대로 맡긴다는 의미로, 위탁자가 자신의 재산을 수탁자에게 이전시키고 수탁자는 그 재산을 신탁목적에 따라 관리·처분해 수익자(위탁자 혹은 제3자)에게 귀속시키는 제도입니다. 주택 신탁 구조를 보면, 실질적인 집주인(위탁자)가 부동산 신탁회사(수탁자)에 신탁을 맡기게 되고, 수익자는 돈을 빌려주는 은행입니다. 은행 입장선 비상상황 발생시 근저당을 설정하면 경매까지 가야하는데 신탁을 설정하면 소유권이 있는 수탁자(부동산 신탁회사)의 재산만 처분하면 됩니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신탁을 선호합니다.
그렇게 되면 수탁자(위의 사례는 C씨·보통은 부동산 신탁회사)가 법적인 집주인이 되버리고, 실질적인 집주인인 위탁자는 임대인으로서의 법적 책임(보증금 반환 의무 등)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짓고 임차인 전세보증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일당들이 이 같은 주택신탁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주택 신탁은 얼마나 계약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물론 이 통계는 신탁설정뿐만 아니라 신탁해지까지 같이 합쳐진 통계인지라 정확한 신탁 현황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부동산 신탁과 관련된 면적이 2022년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은, 조직적인 주택 신탁을 통한 전세사기 건수도 그만큼 증가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전세사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터지면서 사회 문제가 된거고요.
법원행정처는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는 현상이 결부되어 사회초년생 등 주거취약계층인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며 “법률지식이 부족한 임차인이 위탁자(실질적인 집주인)에게 법적 처분권한이 있다고 오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타 국가 사례를 참고해 신탁등기사항을 등기부등본에도 직접 기록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요청서에 적시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하며 일부 요건에 해당되는 피해자에 대한 구제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HUG에 보증보험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신탁으로 인해 임차기간 도중 법적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구제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죠. 제2의 주택신탁 피해를 막기 위해선 법원행정처 연구용역대로 등기부등본에 신탁내용을 자세하게 설정해서 계약 체결때부터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공인중개사에 대한 법적 책임도 강화), 전세보증보험 반환과 관련해 90%를 담당하는 HUG 역시 주택 신탁과 관련된 대응을 보다 유연하게 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주택 신탁에 따른 전세사기 피해자가 추가로 생기지 않게끔 정부가 한 번 더 챙겨야 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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