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때 "축구는 사커" 했다가 뭇매 맞은 바이든, 이번엔 종목명 생략

김태훈 2023. 7. 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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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여자 월드컵에 출전 중인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며 '축구'라는 표현을 쏙 빼 눈길을 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여자 대표팀의 첫 시합을 하루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응원 동영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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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월드컵 출전한 美 대표팀 응원하며
'축구'라는 종목 이름은 아예 언급 안 해
'풋볼이냐, 사커냐' 논란 재연 의식한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여자 월드컵에 출전 중인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며 ‘축구’라는 표현을 쏙 빼 눈길을 끈다. 유럽의 축구 강국 등 미국을 제외한 세계 거의 대부분 나라가 축구를 영어로 ‘풋볼’(football)이라고 표기하지만, 미국은 미식축구(아메리칸풋볼)와의 구별을 위해 ‘사커’(soccer)란 단어를 쓴다.

미국은 남자 축구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나 여자 축구는 세계 최강으로 이번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피파 여자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이 선전하길 기원하며 SNS에 올린 게시물. ‘미국 대표팀’이라고만 했을 뿐 어느 종목인지 그 이름은 뺐다. 바이든 대통령 SNS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여자 대표팀의 첫 시합을 하루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응원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미국 여자 국가 대표팀은 챔피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몸으로 구현하고 있다”며 “미국 팀 이겨라”(Go Team USA)라고 외쳤다.

현재 피파 여자 월드컵이 열리고 있음을 아는 축구 팬들이야 상관 없겠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 입장에선 무엇을 응원한다는 건지 헷갈릴 법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축구라는 종목 이름을 생략한 탓이다. 그는 미국 대표팀이라고만 했을 뿐 무슨 경기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2022년 카타르 피파 남자 월드컵 때의 트라우마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당시 조별리그를 통과한 미국은 16강전에서 강호 네덜란드와 만났다. 시합 전 바이든 대통령은 SNS 응원 영상에서 축구공을 든 채 “이 종목은 사커라고 불리죠”라고 말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 축구 팬들은 발끈했다. ‘축구는 사커가 아니고 풋볼’이란 항의 댓글이 온라인 공간에 쇄도했다. 홀로 사커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미국의 오만함을 꼬집는 글도 눈에 띄었다.

결국 미국은 실력에서 한 수 위인 네덜란드에 1-3으로 져 16강을 끝으로 탈락했다. 그러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SNS에 “미안해요 조(Sorry Joe), 풋볼이 이겼어요(football won)”라고 적었다. 겉으로는 패자인 미국을 위로하는 듯하지만 실은 ‘축구는 역시 사커가 아니고 풋볼’이란 속내가 담겨 있다.

2022년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남자 월드컵 16강전 미국 대 네덜란드 경기를 앞두고 미국 대표팀을 응원하며 SNS에 올린 동영상의 한 장면. 축구는 ‘풋볼’이 아닌 ‘사커’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에 미국을 뺀 세계 각국 축구 팬들의 항의와 야유가 쇄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SNS 캡처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은 뤼터 총리를 향해 “엄밀히 말하면 ‘풋발’(voetbal)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풋발은 축구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단어다. 강호 네덜란드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미국한테 이긴 것이지 풋볼이 사커를 이긴 건 아니라는 바이든 대통령 나름의 항변인 셈이다.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응원 메시지를 올리며 축구란 종목명을 뺀 것은 ‘축구가 풋볼이냐, 사커냐’ 하는 해묵은 논쟁이 다시 벌어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괜히 다른 나라 축구 팬들을 자극해 미국 대표팀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여자 대표팀은 2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베트남을 3-0으로 완파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앞으로 네덜란드(27일), 포르투갈(8월1일)과 남은 조별리그 시합을 치른다.

미국은 역대 8차례 열린 피파 여자 월드컵에서 절반인 4번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독일(2회 우승), 노르웨이·일본(각 1회 우승) 순서다. 직전의 2019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디펜딩 챔피언 미국은 이번 대회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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