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납치' 신림동서 '흉기난동'…서울 한복판 치안 이대로 괜찮나

한병찬 기자 서상혁 기자 장성희 기자 2023. 7. 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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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강력 사건 몇 번째…일상공간에서도 범죄" 시민 불안
"신림동 칼부림은 '현실 불만형'…범죄 공포감 희석도 중요"
21일 오후 2시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칼부림 사건 범인이 도주하고 있는 장면이 녹화된 골목 폐쇄(CC)회로 영상캡쳐.(독자제공) 2023.7.21/뉴스1

(서울=뉴스1) 한병찬 서상혁 장성희 기자 = "서울 한복판에서 또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이모씨(31)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씨는 "최근 도심에서 강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언제 어디서 내가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상가 골목에서 조모씨(33)가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후 2시20분쯤 조씨를 살인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고 자세한 범행 동기를 수사하고 있다.

한국 국적의 조씨는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된 전력 14건 등 전과와 수사받은 경력 자료가 총 17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업은 없으며 피해자 4명과는 일면식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들은 이른바 '강남 납치 살해 사건'과 '금천구 보복 살해 사건'에 이어 도심 한복판에서 또 다시 발생한 강력 사건에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최모씨(28)는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인적이 드문 곳인지 알았는데 제가 자주 오는 곳이어서 깜짝 놀랐다"며 "대낮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에서 범죄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달 전엔 강남구에서, 2달 전엔 금천구에서 강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번엔 심지어 대낮에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다"며 "최근 들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범행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한모씨는"우범지역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일상적 공간에서도 반복되니 너무 무섭다"며 "호신용 스프레이(분무기)나 전기 충격기를 마련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이용준씨(27)는 "사람들이 밀집한 공간에서 흉기 난동이 일어났단 소식에 깜짝 놀랐다"며 "언제 또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몰라서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은 지난 3월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이경우(36)등 일당이 40대 여성 A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이다. 금천구 보복 살해 사건은 5월26일 오전 7시쯤 서울 금천구 시흥동 한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김모씨(33)가 자신을 데이트폭력으로 신고한 전 연인을 살해한 사건을 말한다.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현장에 핏자국이 남아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인근에서 칼부림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경찰은 피의자를 검거하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신림역 인근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는 전과와 수사 받은 경력 자료가 총 17건 있는 3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2023.7.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일부 시민들은 전과와 수사받은 경력이 17건이나 되는 사람이 또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분노했다.

대학생 성모씨(25)는 "범죄 경력이 17건이면 갱생의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부산 돌려차기 남'도 그렇고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것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심모씨(29)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격리해야 된다는 주장이 많던데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니 형량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으로 범죄를 저지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건을 '현실 불만형' 범죄로 보고 시민들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안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무차별 범죄는 '현실 불만형' 범죄로 정의할 수 있다"며 "피의자가 발언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내가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했고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는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사람을 비인격화해 자인한 공격적 행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체포 직후 "열심히 살았는데 잘 안되더라"고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도심 한복판에서 반복되는 범죄에 시민 불안이 확산하는 부분에 대해 "통계적으로 살인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설령 줄어들어도 잔인한 범죄를 일상에서 마주하면 공포감이 증폭한다"며 "경찰이나 정부에서 범죄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범죄 공포감을 희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경찰은 112신고만 받는 수동적 전략인데 지역 실정에 맞게 가시적 순찰을 하는 등 치안 전략을 대폭 수정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범죄경력에 대해서는 "소년부 송치가 14건이라는 것은 대부분 보호 처분으로 끝났다는 얘기인데 악행에 대한 불이익을 주고 차후 범행을 예방하는 시스템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전날 조씨의 집을 수색해 휴대전화 1개를 입수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르면 금명간 조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21일 오후 칼부림 사건이 일어난 신림역 근처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독자제공)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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