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교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교권’ 지켜줄 법안은?
교육계선 실효성 대책 촉구도…“교사에 책임 몰리는 문제부터 해소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사망을 둘러싸고 학교에선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폭언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A씨의 일기장에는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갑질' 정황이 적혀있었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교사 B씨도 분노 조절 문제가 있던 제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 교사는 상담 수업을 빠지려던 학생과 실랑이를 벌이다 몸을 수십 차례 가격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 교사는 몸보다 마음의 멍이 더 큰 상태다. 그는 "아이들을 다시는 못 볼 것 같다"며 눈물만 삼키는 중이다.
해당 사건들로 '교권 추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교사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그간 빗발치는 학부모 민원 등 각종 교권 침해로 피해가 쌓여왔다며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교내 갈등 상황을 해결해야 할 교사 본인도 학생으로부터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점은 교사들에게 심각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 등 교권 관련 법안들에 따르면, 교사는 아동학대로 신고만 당해도 사실관계를 떠나 곧바로 직위 해제된 후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다수 교사의 생활지도 권리를 보호해줄 장치가 없는 셈이다. 때문에 교육계 현장에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처벌되지 않도록 면책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교내 다양한 갈등 상황을 교사 한명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학교·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붙잡기만 해도 아동학대?"…교권 보장 나선 국회·정부
이에 국회도 교권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과 '초·중등교육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을 내놓았다. 교사들이 아동학대 신고 위협에 무방비하게 노출돼있는 허점을 보완하려는 취지에서다.
강 의원이 6월 발의한 교원지위법 개정안에는 '무고하거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발의한 같은 법 개정안에서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선 징계 처분을 학생부에 기록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또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교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이 의원이 5월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는 교사의 고의·중과실 없는 정당한 생활지도와 관련해 조사 및 수사가 이뤄질 경우, 경찰이 사전에 교육청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신고와 관련해, 지자체·수사기관 조사 전 담당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해 '보호 장치'를 두도록 했다.
여야 지도부도 그동안 상임위 문턱에 머물러있던 교권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입을 모았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교권 보호를 위한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민주당이 적극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교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8월 임시국회부터 관련법 심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측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도 일제히 '교권 보호법' 강화를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20일 오후 전국시도교육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국회에서도 선생님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확고하게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도 입장문을 통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법·제도적 정비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교사 혼자 감당 못하는 문제 많아…민원창구도 별도 필요"
교육계에서도 뒤늦게나마 법안 통과에 박차가 가해진 부분은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필요하다"며 "교권을 조금 더 강화하고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육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달라는데 초점을 맞춰서 저희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장 일선에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에 대해 '교사에게만 책임이 과중되는 점'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직 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교육당국은 현장의 어려움을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맡겨둔 채,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등은 교사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실효성 있는 방책으로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대한 강력한 '법적 보호 장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학생의 심각한 문제행동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의 학교 배치 ▲갈등상황 대비 교사·학교 측 행동 매뉴얼 마련 ▲민원의 직접 전달을 막기 위한 교내 공식 민원 창구 설치 등도 대안으로 함께 제시했다.
윤미숙 정책실장도 현재 교내 시스템에 대해 "악성 민원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하며 "그런 민원의 경우는 교사에게 다이렉트로 오지 않고 정제의 과정을 거친 다음 (오게 되면) 지금보다 민원이 더 줄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실로 전화가 왔을 때 '지금 이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등의 통화 연결 문구를 넣는 것과, 교실에 녹음이 되는 전화기를 설치하는 것 등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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