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부가 인터뷰로 풀어낸 유흥식 추기경의 삶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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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국무원 소속 프란체스코 코센티노 신부가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추기경의 개인사를 비롯 사제·주교직, 오늘날 교회에 관한 그의 사상을 담아낸 '라자로 유흥식'이 번역출간됐다.
그는 성직자 중심주의를 경계하고 교회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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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교황청 국무원 소속 프란체스코 코센티노 신부가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추기경의 개인사를 비롯 사제·주교직, 오늘날 교회에 관한 그의 사상을 담아낸 '라자로 유흥식'이 번역출간됐다.
신간에는 한국인 성직자 중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이 된 유흥식 추기경이 살아온 궤적과 천주교 성직자로서의 고민과 생각이 담겼다.
유 추기경은 한국 전쟁 중 태어나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없다. 가족은 어머니와 누나, 형까지 세 명이다. 누군가 어린 그에게 "네 아버지는 실종되셨다"고 전했을 뿐 그는 자세한 내막을 지금까지 모른다.
그는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했지만 몹시 쾌활했다. 초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았고, 교우관계가 두터웠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제는 먼저 친교의 사람이어야 한다"며 "그럴 때 그는 비로소 다른 사람들을 향한 선교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이 고등학생 때 천주교와 본격적인 연을 맺었다. 그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이름을 딴 대건중학교를 졸업한 후 가정 형편상 장학금을 주는 대건고등학교에 진학해 천주 교리 지도를 받으며 세례를 받았다.
그는 성직자의 길을 가는 과정에서 상황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증언한다. 그는 세례받은 지 최소 삼 년이 넘어야 한다는 신학교 입학 자격에 발목이 잡혀 입학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그해 신학교 입학생 수가 평년보다 줄면서 이례적으로 입학을 허가받았다.
유 추기경은 "주님은 그 일을 통해 제게 큰 가르침, 곧 규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의 삶"이라며 "매사에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두루 살펴보아야 함을 가르쳐 주셨다"고 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이후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성경에서 금기시되는 이혼을 대할 때도 윤리 규범이나 교회법 조항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리셨다고 해서, 우리의 삶과 관련된 상황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완벽해지지는 않았다"며 "그리스도교의 법률적 관점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고 하지 않더라도 삶은 계속될 수 있기에 완고한 편견으로 말미암아 거룩한 은총의 불꽃을 꺼뜨리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직자 중심주의를 경계하고 교회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를 남과 다른 사람이자 하느님에게 특별히 선택받은 우월한 사람이라고 여기면서 일종의 안정감을 느끼는 사제가 있다"며 "이런 경향은 인간적인 나약함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한다.
유 추기경은 "(몇몇 성직자들의) 머릿속에 특정 사람들에 대한 이론적 정의나 선입견이 이미 가득 차 있지 않은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며 "(젊은이들은) 아름답고 진실한 증거를 드러내는 사람을 만나면 감동하고, 자신을 열며 자기를 내어놓는다. 그들이 관심을 갖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앙은 말씀을 사는 삶이라고 유 추기경은 생각한다. 그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문화적 차원이나 도덕적 의무 준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던지는 질문을 받아들이고 그 말씀이 내 마음을 건드리도록 자신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22일 오후 4시 서울 명동성당 지하에 있는 1898광장에서는 유흥식 추기경이 직접 참석하는 북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 라자로 유흥식/ 유흥식 지음/ 성연숙 옮김/ F. 코센티노 엮음/ 바오로딸/ 1만3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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