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유 레벨업' 김노은 PD "불쾌한 웃음은 지양"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플레이유' 시리즈는 비슷한 포맷과 내용, 자주 보는 예능인들 사이 나타나 '신선함'으로 주목받았다. 사실 긴장감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라이브'는 제작진에게 있어 너무나 어려운 포맷이다.
그러나 믿고 맡기는 전문 방송인 유재석에 대한 신뢰 그리고 제작진만의 소신이 더해져, 색다르면서도 퀄리티있는 건강한 웃음으로 많은 사랑받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플레이유 레벨업'(연출 김노은)은 한순간에 캐릭터가 삭제되고 빌런이 사는 세상에 떨어진 유재석이 '유'님들과 집단지성의 힘으로 빌런을 찾아내 미션을 클리어 하는 예능 콘텐츠.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후 40분 분량으로 편집된 방송은 매주 화요일 티빙(TVING)을 통해 12회가 공개된다.
'플레이유'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무사히 라이브 방송을 마무리한 김노은 PD는 "꼭 도파민 중독 같다. 시청자 리액션으로 먹고 사는데, 시청자 반응을 (라이브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리스크가 큰 만큼 롤러코스터 12번은 완주한 기분이다. 특히 시즌1까지 2년 동안 유대감도 쌓여 허전한 마음도 큰 거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2에서는 다양한 장치와 미션에 '스토리'를 담아 차별화했다고 밝힌 김 PD는 "시즌1 때 스토리가 이어지면 좋겠다란 피드백을 받아, 그걸 중점으로 빌런 세상에서 점점 성장하는 게임 캐릭터 같은 스토리를 썼는데 잘 통한 거 같다"라고 입소문을 분석했다.
'플레이유 레벨업'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슈퍼 IP인 '나 혼자만 레벨업'(원작 추공)을 차용한 자치를 콘셉트에 녹여냈다. 김노은 PD는 "재석 님이 주인공이랑 히어로처럼 점점 성장하면 좋겠다란 큰 콘셉트가 있었다. 어떤 과정을 거치면 좋을까 생각했을 때, 빌런을 타파하면 보는 분도 같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판타지 세계관을 현실에 접목시켜 현실 속 빌런을 물리치며 성장하면 서사가 쌓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플레이유 레벨업'으로 남자 예능인상을 받은 유재석의 수상 소감처럼 새로운 도전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플레이유' 시리즈를 연출하며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김노은 PD는 "생방송이란 것 자체가 제작진에게 부담이 크다. 아무리 준비를 해도 어디선가 실수가 나오고 결함이 나올 수 있다. 항상 생방 전에 너무 떨려서 잠을 못 잔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노은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플레이유' 시리즈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메인 플레이어 유재석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유'의 처음이자 끝인 유재석 님이 기둥처럼 버텨주셔서. 사실 유재석 님이 너무나 안정적이라 저희가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재석 님은 저희를 뭘 믿고 저렇게 하시지? 싶을 정도다. 항상 게스트도, 대본도 모른 상태로 투입이 되시는데 그걸 항상 살려주신다. 저희도 어떻게 하면 재석님이 즐겁게 놀라실까 궁리하며 게스트와 미션을 설정했다"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유재석 님이 100%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계시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노은 PD의 유재석을 향한 신뢰는 또 다른 답변에서도 엿보였다. 유재석이 아닌 다른 호스트를 앞세운 생방송 프로그램이 있냐는 질문에도 "사실 생방송은 가급적 안 하고 싶은 포맷이다. 그렇지만 재석 님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다른 호스트와 작업하기엔 제 능력이 부족한 거 같다"라며 "'플레이유' 역시 재석 님을 믿고 간 것이 너무나 컸다"라고 말할 정도.
'플레이유' 시리즈는 '유'님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전투표, 하트시스템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플레이유' 시리즈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댓글. 다만 라이브다 보니 비방·욕설 등 정제되지 않은 댓글들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제작진 차원에서도 관리 중이라고. "카카오페이지 어플에서 기본적으로 '금칙어'로 악플, 욕이 사전 필터링된다. 또 실시간 모니터링 제작진이 있어 블록처리하고 다시보기에도 편집해서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라이브 방송'에 대한 접근성 문제로 시청자층에 다소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작진 역시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게임방송 느낌이 나서 10~20대가 많이 볼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김 PD는 "생각보다 30~40대 이상도 많이 들어오시더라. 그러면 조금 더 그분들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미션을 짜야겠다란 생각도 있다"면서 "분명 한계도 있긴 하다. 그 시간에 들어오기 힘든 분들이 계신다. 본방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어 티빙에서 보실 수 있도록, 투 트랙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변화 등 방송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제작진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김노은 PD에겐 예능 PD로서 '웃음'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있었다. "예능은 웃음이 기본이지만, 그게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웃음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욕심이 나긴 한다. '여기서 좀 더 하면 웃길 수 있을 거 같아' 그렇지만 '혹시 보는 분들이 불쾌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면 가급적 빼고 있다. 많은 예능PD들이 그 경계선에서 고민할 거라 생각된다. 불쾌한 웃음은 지양하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불쾌한 웃음을 지양하는 것만 아니라 시즌2에서는 사회적 이슈가 녹아있는 미션 배경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시험지 유출, 층간소음, 빵 가격 폭등 등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와 관련 빌런들이 등장한 것.
물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를 '예능'으로 가져온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김노은 PD는 "예능이라 '딥'하게 다룰 순 없다. 시험지 유출, 층간소음 등 가벼운 느낌에서 시작해 빵·밀 사재기 등 조금씩 세지는 식으로 구성했다"라며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논의를 많이 해서 쉽게 풀자해서 미션 과정 자체라기보다, 오프닝과 엔딩에서 풀어지는 걸 강조했다. 미션 자체는 예능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라고 밝혔다.
'플레이유 레벨업'은 매회차 라이브 시청자수 증가로, 평균 라이브 조회수 5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랑받고 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시즌3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시즌3 계획에 대한 질문에, 김노은 PD는 "일단 티빙 공개까지 끝나고 생각해봐야 할 거 같다.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새로운 포맷을 해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라고 열린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플레이유'라는 신개념 방송 포맷을 이끌어낸 김노은 PD가 꿈꾸는 새로운 예능 포맷은 또 무엇이 있을까. 그는 "지금은 PD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거 같다. 저희 역시 새로운 시도를 좋게 봐주셔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지금 당장은 뭘 해야겠다란 생각보다 저희도 시장조사가 필요할 거 같다.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어서 다음 시즌엔 뭘 해야 할까란 고민이 계속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이번만 아니라 시상식을 보면 전문 예능인 인재풀이 적어졌다란 느낌이 들더라. 전문예능인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한다. 재석 님도 후배 예능인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아서, 아마 제가 아니더라도 예능 쪽에서 그런 시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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