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마크 저커버그를 이렇게 부르며 도발했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록스타 CEO 격투기 대결 성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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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sure Earth can’t wait to be exclusively under Zuck’s thumb with no other options.”
(세상이 아무런 대안 없이 저크의 지배를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게 확실해)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맞수의 격투기 대결이 화제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가 주인공입니다. 대결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은 메타가 트위터와 비슷한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스레드’(Threads)를 내놓겠다고 하면서부터입니다. 발끈한 트위터 소유주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격투기 대결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다섯 손가락 중에 가장 굵은 ‘thumb’(엄지)는 ‘최강’이라는 뜻입니다. ‘under thumb’는 ‘엄지손가락 아래에 있다’ ‘지배 하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엄지로 콱 누르면 그 밑에 있는 벌레는 죽은 신세나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저커버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저커버그를 “Zuck”(저크)라고 부른 것도 조롱하려는 의도입니다. ‘저크’는 하버드대 시절부터 친구와 동료들이 저커버그를 부르는 애칭입니다. 머스크가 저커버그와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저크”라고 부른 것은 “내가 너를 잘 알지”라는 의미입니다. “Zuck the Fourteenth”(저크 14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오만한 전제군주 루이14세처럼 저커버그도 독재자라는 것입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14세’는 뺐습니다.
머스크, 저커버그 같은 경영자들은 젊은 나이에 회사를 세워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rock star complex’(록스타 증후군)를 가졌다고 합니다. 숭배하는 팬들에 둘러싸인 록스타인 양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은 도전 제의가 들어오면 그것이 기술 개발이든, 격투기 ‘현피’(현실세계 대결)이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났다 하면 으르렁거리는 IT업계 숙명의 라이벌들을 알아봤습니다.
What would I do? I wouldn’t be in this situation.”
(나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나는 그런 상황에 부닥치지도 않아)
저커버그는 머스크뿐 아니라 애플 경영자 팀 쿡과도 사이가 나쁩니다. 저커버그와 쿡은 2010년대 초반 ‘누구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 나은가’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상대의 불행은 나의 행복인 법. 2018년 페이스북이 제3자 정보 도용 사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일으키자 쿡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상황을 가정할 때는 ‘would’를 씁니다.
이 발언에 분노한 저커버그는 단칼에 휴대전화를 바꿨습니다. 이전까지 아이폰을 쓰던 그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갤럭시폰으로 바꿔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기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페이스북 전 직원도 바꾸도록 했습니다. “We’ve encouraged our employees and executives to use Android because it is the most popular operating system in the world.”(우리 임직원에게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가장 인기 있는 운영체제니까)
Jeff who?”
(제프 누구?)
머스크는 저커버그 외에 싸움 상대가 많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전기 자동차(테슬라)와 온라인 쇼핑(아마존)은 전혀 다른 분야라서 다툴 일이 없지만, 우주가 무대가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민간 우주 개발업계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설립은 블루오리진이 2년 앞서지만, NASA(미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을 대거 영입해 먼저 두각을 나타낸 쪽은 스페이스X입니다. 의기양양한 머스크는 한 모임에서 베이조스를 만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I actually did my best to give good advice, which he largely ignored.”(나는 좋은 충고를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는 거의 듣지 않더라)
2013년 스페이스X가 NASA 발사대 단독 사용권을 얻자 블루오리진은 정부에 공식 항의했습니다. 머스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프 누구라고” 하면서 쏘아붙였습니다. 이름 뒤에 “who?”가 붙으면 상대가 누군지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하찮은 상대라는 뜻입니다. 절치부심한 베이조스는 최근 NASA의 화성 탐사선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머스크를 많이 따라잡았습니다.
We’re coming after you buddy.”
(친구야 우리가 추격하고 있어)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CEO로 복귀했을 때 회사 상태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PC 시장은 델컴퓨터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CEO는 당시 곤경에 처한 애플을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I’d shut it down and give the money back to the shareholders.”(나 같으면 회사 문 닫고 주주들한테 투자금을 돌려주겠네)
이 말은 잡스를 다시 일어서게 했습니다. PC 아이맥 시리즈를 개선해 델컴퓨터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델컴퓨터가 저렴한 대량 생산이 특기였다면 아이맥은 세련된 디자인이 무기였습니다. 잡스는 1997년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델을 “buddy”(친구)라고 비꼬며 “우리가 맹추격하고 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come after’는 ‘뒤를 따르다’ ‘잡으러 가다’라는 뜻입니다.
잡스는 델에게 무시당한 기억을 잊지 않았습니다. 2006년 애플의 시장가치가 델컴퓨터를 따라잡던 날 잡스는 직원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Team, it turned out that Michael Dell wasn’t perfect at predicting the future.”(팀원들이여, 마이클 델의 미래 전망이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어)
명언의 품격
사이가 나빠진 것은 198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를 개발하면서부터입니다. 잡스는 윈도가 매킨토시를 베낀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게이츠는 지지 않고 잡스를 ”비틀린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싸움은 인신공격으로 발전했습니다. 잡스는 게이츠를 “a stick in the mud”라고 조롱했습니다. 흙 속의 막대기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창의성 없는 현실 안주형 인간을 부르는 말입니다. 게이츠는 잡스를 “묘하게 흠집 있는 인간”(weirdly flawed human being)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살벌한 경쟁의식은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에 바탕을 둔 것이었습니다. 싸울 때조차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졌습니다. 게이츠는 잡스가 아이튠스를 내놓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혁신적인 상품으로 만들 줄 아는 능력이 놀랍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잡스는 게이츠에 대해 “그가 일군 회사는 감동적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We spurred each other on.”
(우리는 서로의 원동력이었다)
게이츠는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spur’(스퍼)는 카우보이 부츠 뒤에 달린 톱니바퀴처럼 생긴 기구를 말합니다. 이 기구로 말을 차면 자극을 받아서 빨리 달리게 됩니다. ‘자극제’ ‘원동력’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프로농구에 ‘샌안토니오 스퍼스’(San Antonio Spurs)라는 팀이 있습니다. ‘spur on’은 ‘용기를 북돋우다’라는 뜻의 동사입니다. 게이츠와 잡스는 서로의 자극이 됐고, 이들의 경쟁의식이 IT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실전 보케 360
Make sure that you’re sipping water, not chugging it.”
(물을 들이켜지 말고 천천히 마셔라)
물을 마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sip’과 ‘chug’는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마시는 소리에서 유래한 의성어입니다. 홀짝거리는 소리를 ‘sip’(십), 벌컥거리는 소리를 ‘chug’(척)이라고 합니다. ‘sip wine, chug beer’라는 말이 있습니다. 와인은 음미하면서 마시고, 맥주는 벌컥거리며 마신다는 뜻입니다.
덥다고 물을 들이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이라는 수분중독 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갑자기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몸이 붓는 증상은 이 때문입니다. 물을 마실 때는 천천히 마셔야 수분이 보충되고 과잉 섭취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12월 16일 소개된 빌 게이츠에 관한 내용입니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물러난 뒤 자선가, 강연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염병 유행을 예견해 코로나19 시대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경영자는 아니지만, 세상을 보는 연륜이 있습니다.
▶2019년 12월 16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216/98814522/1
I don’t want my brain to stop working.”
(뇌 작동이 멈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큐 시작하고 2분도 안 돼 게이츠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입니다. 죽으면 뇌도 작동하지 않으니까 처음에는 죽고 싶지 않다는 얘기인가 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가 말하려는 것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뇌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혁신가다운 발상입니다.
I didn’t believe in weekends. I didn’t believe in vacations.”
(나는 주말을 믿지 않았다. 휴가를 믿지 않았다)
게이츠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합니다. 20대 초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을 때 주말도 휴가도 없이 일한 그는 30대가 돼서야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를 세워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사생활에서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일에 모든 것을 거는 삶의 방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Stay the course through market gyrations and economic cycles.”
(경기 사이클이나 시장의 회전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결정을 밀고 나가라)
“경영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라는 질문에 게이츠는 친구 워런 버핏 얘기를 꺼냈습니다. 버핏의 투자 방식을 지켜보면서 경영 전략을 배웠다는 겁니다. 버핏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지만, 일단 내린 결정은 단기적인 외부환경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stay the course’는 원래 전쟁 용어로 ‘계속 밀고 나가다’라는 뜻입니다. ‘gyration’(자이레이션)은 시장의 등락, 회전을 말합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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