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극단 선택에 들끓는 교단의 분노… 일선 교사들의 이야기 [긴급점검]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9년차 교사 A씨는 지난 20일 세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교사를 무시하는 일이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제는 진짜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교육은 ‘옳고 그름’을 알려줘야 하는데 이젠 옳고 그름이 아니라 (아이들의) ‘좋고 싫음’이 중요해졌다”며 “모든 게 즐겁고 좋을 수는 없는 건데 일단 아이들의 기분이 나쁘면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가 잘못을 하면 훈육을 해야 하는데, 훈육 당한 아이가 기분이 나쁘면 아동학대가 된다”며 “이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9년차 교사인데 예전과 지금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느껴지나.
“지난해쯤부터 바뀌었다. 교사들의 커뮤니티가 있는데 제가 신규 때만 해도 자료 공유 글이나 수업 팁 같은 글이 인기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턴 그런 글들이 안 보이고 ‘고소당했습니다’, ‘그만 두려 합니다’ 이런 글들이 인기글에 올라온다. 제 주변에도 고소당한 분들이 많아졌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학교에서 느끼는 달라진 점은?
“기피 학년이 바뀌었다. 원래는 6학년이 기피 학년이었다. 아이들이 저학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했다보니 제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기피 학년이 1학년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학부모 때문이다. 시도때도 없이 연락을 하니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어떤 학교는 1학년 선생님 절반가량이 일을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병가를 썼다.”
—학부모들이 개인 번호로 연락하는 경우가 많은지?
“정말 자주 온다. 시도 때도 없이 온다고 보면 된다. 새벽에 전화가 오거나 하면 안 받을 때도 있다. 제가 수업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건데 연락이 안 되면 일단 화를 내신다. 학교에선 아이들이 하루종일 말을 걸기 때문에 정말 정신이 없는데 뒤늦게 연락을 받으면 ‘뭐하셨냐’, ‘논 것 아니냐’, ‘왜 대답이 없었냐’ 이런 답변이 온다. 연락하는 이유도 대부분 중요한 것들이 아니다.”
—주로 어떤 연락인가.
“자발적으로 방과 후에 필요한 아이들에게 보충학습을 해준 적이 있다. ‘보충’은 말 그대로 필요한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이고 필수도 아니다.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한 학부모님이 연락이 와서 본인 아이 학원 안 가는 요일을 알려주며 그때 보충학습을 해달라고 하더라. 근데 그 친구는 보충이 필요 없는 아이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아이가 선생님을 좋아해서 하고 싶어하는데 그것 좀 맞춰주면 안 되냐’고 했다. 그런 말들을 들으면 황당하다.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난다.”
—가장 힘든 점은?
현재 부산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5년차 교사 B씨는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3년간 근무했던 중학교에서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남자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인데 학교폭력 관련 악성 민원을 경험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학폭법에 따라 외부 발설을 할 수 없는데 법적인 대응까지 고려해서 정신과 상담을 받아놓았고, 담임 선생님 역시 정신과 치료를 받으셨다”고 말했다.
-외부 도움은 받지 못했나.
“이때 교육청 장학사님과 교육청 학폭 전담 변호사님께 도움을 많이 요청했는데 학폭법에서는 동일인이 아무리 악성 신고를 많이 해도 일단 무조건 조사는 진행해서 교육청에 보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본인들도 이런 민원을 어찌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교육청에서는 실질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실무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막아줄 수 없었다. 해당 학부모는 이런 법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 이상은 위법이 될 까 지금도 말하기 조심스럽다.”
B씨는 현재 근무하는 고등학교보다 중학교 시절이 학부모 관심이 커서인지 훨씬 더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학부모 관심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초등학교 교사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B씨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진상 학부모’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있지만 예외적으로 자신보다 어리다고 편하게 바로 반말하거나 수시로 연락하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실내 갈등 상황에서 교육청의 역할은 어떠한가.
“원인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자녀 수가 급감하면서 외동이 많아지다 보니 애정이 많이 집중되기도 하고, 학생들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소셜미디어를 많이 하면서 학교에서 겪은 일을 왜곡하거나 부풀리는 경우도 많다보니 교사의 행동이 많이 위축된 점도 있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제재하거나 제압할 정당한 수단이 없어서 특히나 더 가중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해결책까지는 어렵지만, 최근에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보장하기 위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대한 고시’를 개정했다고 들었다. 교권 침해에 대한 행위를 추가하여 정당한 생활지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러한 법도 강화된다면 좋지만 학교 현장이 워낙 개별적이고 특수한 상황이 많아서...딱히 큰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 항상 큰 이슈가 될 정도의 문제는 정말 특이한, 법이나 규제로도 막을 수 없는 정말 극성의 캐릭터가 만드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와 학생,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는 30대 여성 C씨는 폭증하는 민원을 전담하는 제3의 전문가가 학교에 배치되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C씨는 “학생이나 학부모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러 학생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빠른 해결이 어렵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가해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해당 학생과 매일 만나며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해를 줘야하는 것이 심적으로 힘들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교사로서 민원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상담이나 진단이 필요한 학생은 가정의 문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의 허락이 없으면 전문상담 연계나 진단치료를 진행할 수 없고 오히려 아이를 미워하고 차별한다며 민원의 대상이 된다. 또 아동학대로 고소를 넣기 때문에 학부모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학교 밖 (태권도학원 등) 각종 학원에서 발생한 문제들도 학교의 민원이 된다.
-특히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
“2년차일때 학부모에게 폭언 전화를 받았다. 협박하며 고함을 치는데 겁이 나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못했다. 또 수업방해 사례도 경험했다. 한 학생이 물통으로 책상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소음을 발생시켰다. 학생이 갑자기 분노가 폭발하여 다른 친구를 공격했다.(C씨는 5학년 남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돌진하는 것을 여교사 2명이 겨우겨우 막다가 팔목에 멍이 든 사례도 겪었다.)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하나.
“당시 학년부장님이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게 조치하고 해당 학부모와 부장님이 통화하며 해당 대화내역을 모두 녹음하여 중재해 해결했다.
(그런 사건이 벌어지면 현장에선)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 학생이 문제행동을 못하게 막고 나머지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동시에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문제행동을 중단시키다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위험이 있어서 어떤 행동도 하기 어렵다. 그저 하지말라는 말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즉시 분리시켜 나머지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수업권을 지켜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권이 무너진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문제다. 학부모가 학교생활에 대해 항의할 순 있지만 교사는 해당 학생과 계속 한공간에서 생활해야하는 특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제3의 민원상대인을 상주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폭력과 같은 문제는 권한도 없는 교사 개개인 처리가 아닌 처벌권 있는 경찰 개입이 필요하다. 또 분노조절장애 등 질병이 있는 학생 지도의 경우, 전문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학생은 학부모의 동의와 상관없이 전문적인 상담을 의무로 받게 해야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로 인해 학생을 교육시키지 못하는 시스템이 근본원인이다. 교육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현장에 참여해서 바로 법률기관으로 넘어가기 전에 아동학대인지 판단할 수 있어야한다. 현재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교사 본인이 증명하러 법원, 경찰서 등에 다녀야 하는데 이미 이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힘든 상황을 겪어야한다.”
조성민·이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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