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같지 않다" 교사들의 울분에 귀 기울여야 [사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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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경위를 놓고 학교 폭력, 학부모 악성 민원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합니다.
사실 교권 침해 사항을 학생부에 등재하는 교원 지위법 개정안은 발의돼 있고, 일각에선 담임의 학부모 민원 업무 부담을 줄여주자며 학교별 일원화된 민원 창구 운영 방안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일선 교사들 중심으로 불붙은 제도 개선 목소리가 진영 갈등에 발목 잡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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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민원' 등 비행정업무 과다... 담임 업무 개선 및 교권 보호 제도 마련 시급
지난 19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경위를 놓고 학교 폭력, 학부모 악성 민원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합니다. 고인은 더이상 말이 없고, 이제 남은 건 경찰과 교육청 등 당국의 조사입니다. 정확한 결과는 기다려봐야 하지만, 어쩌면 사적인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음에도, 교사들은 공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근조 화환으로, 분향소 조문으로, 카카오톡 추모 프로필로, 저마다 방법대로 고인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남 일' 같지 않아서입니다.
2년차 교사로 올해 1학년 담임을 맡고 있었던 고인. 학교 측 설명은 고인의 희망이 반여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통상 담임은 기피 1순위입니다. 신학기를 앞둔 교장, 교감이 매년 골머리를 앓는 이유입니다. 그때만큼은 일선 교사들에게 사정도 해보고, 복직을 앞둔 휴직자가 있는지, 막내 교사나 기간제 교사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살피기 바쁩니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제비뽑기나 투표를 하는데, 담임에 배정되면 휴직하는 교사도 적잖다는 전언입니다.
그렇다면 왜 담임을 꺼리는 걸까요. 담임을 맡으면 업무는 2배,3배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교과 수업 외에 학생 생활기록부, 행정 업무, 학부모 민원 등 처리할 게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들 기피하니 경제적 보상이라도 커야 할텐데 현실은 다릅니다.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 주어지는 수당은 2016년 이후 변동 없이 매달 13만 원입니다. 주5일, 4주 기준 20일 근무로 볼 때 담임이라서 받는 보상이 하루에 만 원 꼴도 안됩니다. 2003년에 11만원이었으니 20년 동안 겨우 2만 원 오른 겁니다.
게다가 통상 같은 학년, 같은 보직을 잇따라 하면 수월한 면이 있어야 하는데, 담임은 예외라는 분위기입니다. 한 해동안 맡게 될 아이며, 학부모 민원이며 가늠할 수 없어 늘 새롭다는 겁니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 글입니다. 1학년 아이가 신발을 잃어버려 2~30분 찾아주다가 일단 집에 실내화를 신고 가자 했더니, 학부모가 항의 전화를 했다는 겁니다. 아이가 집에 가고 나면, 생활기록부 작성 등 밀린 업무를 퇴근 전에 마치기도 벅찬데, 아이의 신발이 나올 때까지 찾아줘야 하냐고 작성자는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교사는 "아이가 아직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로 힘드니 하루만이라도 에어컨을 꺼달라"는 학부모의 문자를 소개하며 " 자녀의 감기만 보이고, 35도 폭염 속에 괴로워할 남은 20여명의 아이들은 왜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꼭지가 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화를 참고 정중하게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드렸지만, 이렇게 끝날지 겁이 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학부모 민원 내용은 대개 자신의 아이만 특별 대우해달라는 요구가 깔려 있는데,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520건. 2016년 572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학부모가 가해자인 경우는 241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절반에 가깝습니다. 오죽하면 교권 침해 보험도 나왔는데, 교사들 사이에서는 '일단 담임을 맡고 나면 보험부터 들어놓자'는 말이 더이상 농담이 아니라는 전언입니다.
교원단체들은 오늘(2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잇따라 추모행사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제도 정비를 주장할 예정입니다. 사실 교권 침해 사항을 학생부에 등재하는 교원 지위법 개정안은 발의돼 있고, 일각에선 담임의 학부모 민원 업무 부담을 줄여주자며 학교별 일원화된 민원 창구 운영 방안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일선 교사들 중심으로 불붙은 제도 개선 목소리가 진영 갈등에 발목 잡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디 교사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충실할 수 있는 교권 보호 장치가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오지예 기자/ 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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