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우산의 모습 [청계천 옆 사진관]

변영욱 기자 2023. 7.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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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비 치곤 가느다란 비가 내리는 서울 마포 나루터 풍경입니다.

지금이야 천으로 만든 우산이 주로 사용되거나 비닐 재질의 우산이 간편용으로 사용되지만, 조선시대에는 기름을 먹인 종이를 대나무 우산살에 붙여 사용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어릴 적인 1980년대 초반에만 해도 파란색 비닐 아래 대나무로 만든 우산살을 넣어 만든 1회용 우산을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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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사진 No. 28

▶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사진을 통해 오늘의 사진을 생각해보는 [백년사진]입니다. 1923년 7월 20과 22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입니다. 두 장 모두 비 내리는 서울의 모습입니다.

가는 비 내리는 날 – 십오일 오전 마포에서 / 1923. 7.20 동아일보
여름 비 치곤 가느다란 비가 내리는 서울 마포 나루터 풍경입니다. 배를 타고 서울로 전해진 물건을 실은 소달구지를 상인들이 점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상인들은 시내로 이 물건들을 갖고 가 시민들에게 이문을 남기고 팔겠죠?
소달구지의 주인들 머리에는 대나무 재질로 된 것으로 보이는 모자가 하나씩 얹혀 있습니다. 큰 비가 아니라면 비를 피하는데 충분한 것 같습니다.
가는 비 내리는 날 – 십오일 오전 마포에서 사진의 왼쪽 부분

네이버로 검색을 해보니 이 물건은 ‘갈모’라고 부르는데, ‘조선시대에 사용한 방수용 모자. 구불구불한 삿갓 모양으로, 뼈대 위에 기름종이를 발라 만들어졌는데, 접으면 부채처럼 되고, 펼치면 고깔모자처럼된다’는 설명입니다.

▶ 이틀 후인 1923년 7월 22일자 사진입니다.

비 개일 무렵 – 21일 거리에서, 1923. 7.22 동아일보

바퀴가 달린 수레 위에 놓인 매대 위에 참외처럼 보이는 과일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다양한 재질의 우산을 쓴 상인과 시민들이 수레 옆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 왼쪽 사람이 들고 있는 우산은 모양으로 봐서는 ‘지우산’ 같습니다.

비 개일 무렵 – 21일 거리에서 사진의 오른쪽 부분.
지금이야 천으로 만든 우산이 주로 사용되거나 비닐 재질의 우산이 간편용으로 사용되지만, 조선시대에는 기름을 먹인 종이를 대나무 우산살에 붙여 사용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어릴 적인 1980년대 초반에만 해도 파란색 비닐 아래 대나무로 만든 우산살을 넣어 만든 1회용 우산을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편의점에서 파는 ‘오늘 하루만 비를 피하도록 해주는 비닐우산’ 역할이었습니다. 100년 전 사진에서 종이 우산과 천 우산이 함께 등장한 걸 보니 이 시대는 전통과 신문물이 공존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두 장의 비 사진에서 빗줄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 장면이 모두 비오는 날 촬영된 사진이라고 믿습니다. 신문에 함께 실린 사진설명에서 비오는 날이라고 써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진 속 인물들의 모자와 우산이 독자들에게 비를 상상하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의 카메라와 신문 인쇄기술은 가랑비도 독자의 눈에 보이도록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서울에 내린 비 사진을 보면서, 지난 주 비 사진에 대한 사진기자로서의 소회를 잠깐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일주일 전인 지난 주 토요일 충청권과 영남권에 ‘극한 호우’가 내렸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와 달리 요즘은 신문사 기자들은 토요일이 휴무일입니다. 주 7일 24시간 가동되는 인터넷뉴스팀을 제외하고 그렇습니다. 신문사 사진부도 쉬는 날에 이번과 같은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평소와 달리 취재 현장으로 달려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 사진부의 경우는 새벽에 의사결정이 이뤄졌고 오전에 충청북도 괴산에 도착, 괴산댐 월류 모습부터 사진취재를 시작해 청주 오송 지하차도 주변 취재까지 했습니다. 근무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날은 자원자가 투입됩니다. 회사에선 필요한 차량과 비용을 지원합니다. 이렇게 취재된 사진은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에는 신문 발행이 없으니 인터넷 뉴스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자 신문 1면 등으로 통해 지면에 게재되었구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기록이기에 휴일이지만 현장으로 가야 하는 게 사진기자들의 삶입니다. 보기에 따라선 안쓰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토요 근무를 했던 그 사진기자는 평일에 대휴를 썼을 겁니다.

▶‘극한 호우’는 사진기자들은 사실 여러 번 경험하는 사건입니다. 치수가 점점 잘 되어 매년 수해지역이 줄어들고 있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수해 장면들이 생겨 그걸 보도하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자연의 변덕스러움이 문제인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아직 부족한 지 잘 검토해서 내년과 후년에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은 100년 전 서울에 내린 비를 기록한 두 장의 사진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저 사진에서 어떤 게 보이시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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