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사춘기’… 이런 이성친구 어디 없나요? [주말 뭐 볼까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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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맥주 양조 전문가로 막 창업을 했으나 원치 않은 이혼을 하게 됐다.
중년 남녀가 새벽까지 놀러 다니면 주위로부터 의심을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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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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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로즈 번)는 40대 주부다. 변호사인 남편, 세 자녀와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할 정도로 생활은 안정적이다.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실비아에게도 문제는 있다. 실력 있는 변호사였으나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 무엇보다 청춘은 어느새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상실감이 크다. 속내를 털어놓으며 무람없이 지내도 좋은 친구가 절실한 시기.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20년 지기 윌(세스 로건)이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①야한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
윌은 실비아와 사정이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맥주 양조 전문가로 막 창업을 했으나 원치 않은 이혼을 하게 됐다. 남다른 패션 감각과 고급스러운 취향을 지닌 그는 주위와 불화를 겪곤 한다. 맥주양조 사업만 해도 동업자들은 돈을 우선시하는데, 윌은 맥주의 품격을 앞세운다. 실비아보다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그도 중년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실비아와 윌은 예전처럼 거나하게 취해 철없는 청년들처럼 행동한다. 윌은 개 줄을 사서 목걸이처럼 하고 다니거나 야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생기를 느낀다. 그리고 언제 등지고 살았냐는 듯 다시 절친한 사이가 된다.
②로맨스 빠진 로맨틱코미디
중년 남녀가 새벽까지 놀러 다니면 주위로부터 의심을 살 만하다. 친구라 생각해도 둘 사이 야릇한 감정이 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실비아와 윌은 다르다. 서로에게 그저 ‘여자 사람 친구’이고 ‘남자 사람 친구’일 뿐이다.
드라마는 실비아와 윌이 겪는 일상에서 웃음을 길어 올린다. 실비아가 새 집을 찾아 다닐 때 윌은 좋은 조언가로 함께한다. 윌이 양조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실비아가 도움을 준다. 실비아가 재취업을 한 후 바로 처하게 된 난처한 상황을 윌이 해결해주려 하기도 한다. 물론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실비아와 윌은 서로를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는, 영혼의 단짝이다. 둘이 나누는 감정은 달콤하나 로맨스는 아니다. 로맨틱코미디처럼 이야기는 전개돼도 따스함이 스민 코미디만 있다.
③중년의 위기 친구가 있다면
중년이라면 누구든 실비아와 윌을 부러워할 듯하다. 흉금을 트고 고민 상담을 하고, 어려운 일을 맞이했을 때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기 마련이니까.
‘플라토닉’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이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슬쩍 질투와 의심을 하면서도 아내를 믿으면서 윌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 실비아의 남편 찰리(루크 맥펄레인)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로는 각성제보다 진통제가 인생에서 더 긍정적인 약효를 발휘할 때가 있다. 실비아와 윌, 찰리가 제조해내는 웃음은 고단한 일상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뷰+포인트
세스 로건과 로즈 번의 연기가 일품이다. 둘의 연기조합은 자연스럽다. 수십 년 관계를 이어온 오래된 친구 사이처럼 보인다. 로건은 능청스러우면서도 밉살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번은 화려한 듯 수더분한 면모로 웃음을 선사한다. 한국인이라면 일상에서 쓰기 힘들 야한 농담이 은근히 많이 등장한다. 스치듯 지나가는 대사가 의외로 웃기면서도 상징적이다. 윌이 실비아를 곤경에서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개의치 않고 몸을 던지는 대목은 웃음을 넘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이성친구 어디 없나’라는 누구에게나 나올 만하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2%, 시청자 74%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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