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수비를' 잘했던 김하성, 세부지표는 이제 '공수겸장'이라 한다

이창섭 2023. 7. 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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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성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이 수비를 잘한다는 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올랐던 김하성은 올해 더 무르익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기록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메이저리그의 다양한 기록을 제공하는 '스탯캐스트'는 최근 수비 지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수비는 숫자로 담기엔 한계가 있어서 눈으로 직접 봐야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통계 분석 시스템의 발달로 수비 지표도 보다 정밀한 계산이 가능해졌다. 이에 현장 투표로만 선정된 골드글러브도 수비 지표 25%를 반영하고 있다.

'스탯캐스트'가 고안한 OAA는 이제 널리 쓰이는 수비 지표가 됐다. 'Outs Above Average'의 약자로, 직역하면 평균보다 얼마나 더 많은 아웃카운트를 처리했는지 나타낸다.

OAA는 원래 내야수들의 수비를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타구를 쫓아간 거리와 포구까지 소요된 시간은 외야수들도 해당되지만, OAA의 차별화는 타자의 스피드도 고려한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 1루에 송구를 해야 하는 내야수에게 적용된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해 아웃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확률을 구한다. 만약 아웃시킬 확률 10%의 수비를 해내면 해당 수비수는 0.9점을 얻는다. 반대로 놓치면 0.1점이 차감된다.

이 방식으로 집계된 OAA에서 김하성은 현재 플러스 10을 기록하고 있다. 2루수 부문 1위, 내야수 전체로는 완더 프랑코(+11)에 이은 2위다. 2루수 공동 1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왼손 골절상으로 아웃되면서 당분간은 김하성의 독주가 예상된다.

OAA가 인정 받은 '스탯캐스트'는 내친김에 더 포괄적인 수비 지표를 내놓았다. 수비 득점 가치(Fielding Run Value)다. 수비 영역과 송구 능력을 더해 수비수의 득점 가치를 매긴다. 포수까지 포함해 모든 선수들의 수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OAA와 다른 점이다. 김하성은 이 수비 득점 가치에서도 2루수 전체 1위다.

2루수 수비 득점 가치 (300이닝 이상)

8 - 김하성

6 - 타이로 에스트라다

6 - 마커스 시미언

5 - 니코 호너

수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놀라운 건 김하성의 공격력이다. 수비에서의 자신감이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작년보다 더 발전했다.

이번 시즌 첫 경기에서 안타, 두 번째 경기에서 3안타를 친 김하성은, 4월 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첫 홈런을 날렸다. 9회 말 끝내기 홈런이었다(이번 시즌 샌디에이고의 유일한 끝내기 승리다). 첫 홈런이 빨리 나온 김하성은 4월 10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도 홈런 포함 3타점을 올렸다. 타율 0.281, OPS 0.937은 KBO리그 시절 김하성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남은 4월을 홈런과 장타 없이 마쳤다. 18경기 타격 성적이 54타수 9안타, 타율 0.167에 불과했다. 초반 장타가 터진 게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바닥을 친 김하성은 5월에 회복세를 보였다(24경기 타율 0.276). 하위 타순에서 부담을 덜어내면서 재정비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6월 초반 적응기를 마친 후 현재 타석에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9경기 성적은 아래와 같다.

타 율 : 0.327 (107타수 35안타)

출루율 : 0.397

장타율 : 0.533 (6홈런)

6월 15일 이후 김하성의 OPS는 0.929다. 리그 15위다. 같은 기간 프레디 프리먼(0.893)과 폴 골드슈미트(0.786) 브라이스 하퍼(0.781)보다 더 높았다. 리그 평균 대비 공격력을 알아보는 조정득점생산력(wRC+)도 157로 수준급이었다. 한편, 이 기간 wRC+에서 236으로 차원이 다른 공격력을 뽐낸 선수가 있었다. 오타니 쇼헤이였다.

그 사이 김하성은 팀의 리드오프 자리를 탈환했다. 그동안 밥 멜빈 감독은 좌완 선발 경기에서 김하성을 간혹 리드오프로 내세웠다. 그런데 김하성이 워낙 잘 치고 있다 보니 우완 선발일 때도 김하성을 리드오프로 고정했다. '플래툰 신봉자' 멜빈 감독의 리드오프 플래툰을 물리친 게 한 상황은, 그만큼 김하성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 타자 김하성

타구에 힘도 실리고 있다. 5월까지 85마일에 머물렀던 평균 타구속도가 6월부터 상승하더니 7월에는 90마일 근처까지 올라왔다. 타구속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강한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는 건 고무적이다. 자기 스윙을 확실하게 가져가면서 날카로운 타구들이 늘어났다.

4월 - 85.5마일

5월 - 85.6마일

6월 - 87.8마일

7월 - 89.5마일

김하성은 약점으로 여겨졌던 95마일 강속구 이상 상대 성적도 개선했다. 2021-22년 도합 83타수 9안타(0.108)에 그쳤는데, 올해는 32타수 10안타(0.313)를 기록하고 있다. 좋은 타구들이 생산되고 약점이 보완되면서 공격력이 일취월장한 건 과정이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인과 관계가 분명하면 현재 성적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올해 김하성의 타격 성적은 불리한 판정을 딛고 이뤄냈다. '스탯캐스트'가 제공하는 게임데이 존 기준 아웃존 스트라이크 판정이 가장 많았던 선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알렉스 브레그먼과 볼티모어 오리올스 애들리 러치맨이다. 두 선수는 나란히 52구 아웃존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이 부문 최다 1위에 올라 있다. 내셔널리그는 워싱턴 내셔널스 토마스 레인이 46구로 가장 많았는데, 레인 다음으로 많았던 타자가 바로 김하성이었다(44구).

김하성은 공을 신중하게 지켜보는 타자다. 그래서 종종 억울한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실제로 김하성은 타석 당 지켜보는 공의 개수가 4.40개로 규정 타자 중 최다였다. 그러다 보니 실투가 들어와도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으로 들어온 실투 스윙률이 58.2%로 가장 낮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후속 대처를 보여줬다.

타석 당 지켜본 공의 개수

4.40 - 김하성

4.40 - 맥스 먼시

4.37 - 라이언 맥맨

4.35 - 이안 햅

1년차 적응기가 끝난 김하성은 지난해 수비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올해는 공격에서 눈을 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하성은 더 이상 수비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수비도' 잘하는 선수다.

내셔널리그 bWAR 순위 (베이스볼 레퍼런스)

5.1 - 로날드 아쿠냐

4.5 - 김하성

4.3 - 무키 베츠

4.2 - 코빈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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