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걷는게 낫겠다”...오토바이로 꽉 찬 도로, 운전 하시겠나요?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7. 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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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도로를 달리는 베트남 오토바이 부대. <게티이미지뱅크>
[신짜오 베트남 - 255]베트남 하노이에서 택시를 타면 “내가 여기에서 운전을 할 수 있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됩니다.

길을 다니다보면 차선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분명 3개 차선인데 차량은 4줄로 달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오토바이가 비집고 들어오면 더욱 차선 구분이 무의미해집니다.

오토바이가 사이드미러를 툭툭 치고가는 건 애교수준에 가깝습니다. 오토바이가 옆문을 긁고 가더라도 오토바이를 세워 보상을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차가 못가는 좁은 길을 오토바이는 갈 수 있기 때문인데요. 긁혔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이미 오토바이는 저만치 앞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운이 없었다’고 체념해야 합니다.

퇴근길에는 거대한 오토바이 부대가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점령해 ‘오토바이 파도’를 이룹니다. 인도는 사람이 걸으라고 있는 곳인데, 규칙을 따지고 할 상황이 아닙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베트남 정부도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베트남은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 초반의 개발도상국입니다. 여기서 경제성장 불꽃에 불을 지피려면 해외 자본이 들어와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개국이 주로 쩐주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 같은 나라는 현지 규정 투명성이 좀 미비하더라도, 나라가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과감하게 깃발을 꽃고 시장을 만들어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왜냐면 머지 않은 과거에 한국 역시 베트남 같은 과도기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도의 정치함을 중요시하는 미국 등 서구 자본은 좀 다릅니다. 웬만큼 제도가 정비되어야 자본이 들어갑니다. 베트남이 한단계 더 점프하려면 한국과 중국 자본외에 서구 자본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국 사모펀드 고위관계자가 자녀를 데려와서 살기 원하도록 사회 전반 인프라스트럭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이 들어오는 것도 결국 결정권을 지닌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 하는 선택은 ‘도시의 매력’ 같은 정성적인 요소가 분명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 베트남이 중장기 ‘오토바이 제한 정책’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베트남은 최근 ‘교통혼잡 방지를 위한 결의안’을 발표하고 2025년 부터 하노이 주요 도심에 오토바이 접근을 불허하는 규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에는 호치민, 하이퐁, 다낭, 껀터 등에서도 오토바이 이용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대폭 보강되어야 하는데 베트남은 2025년까지 전체 교통량의 30~50%를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에 나설 예정입니다.

오토바이가 초래하는 교통체증과 매연, 보행자 위협 등과 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2025년 이후 이 정책이 예상대로 먹혀들지 여부는 상황을 봐야할 것 같습니다. 오토바이가 전체 교통에서 기여하는 비중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거에 오토바이를 없애면 시민 불편이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버스와 지하철로는 도저히 커버하기 힘든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오토바이가 주는 ‘도어 투 도어’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일시에 오토바이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듭니다.

2년여만에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 올리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아마도 정책이 실행에 옮겨지면 시민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입니다.

이와 별도로 최근 경찰청은 외교부와 합동으로 베트남과 국제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한국에서 발급한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면 베트남에서 바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통상 국제운전면허증 유효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입니다. 대다수의 방문객은 베트남에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용감하게 베트남에서 운전대를 잡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운전하던 사람이 베트남 대도시에 건너와 도로 흐름을 타는 것은 ‘극한직업’에 가까운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를 사게 됩니다. 베트남도 물론 이런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 오토바이보다 차가 많아지는 날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걸릴 것입니다. 이 과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여부가 베트남 경제 성장 여부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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