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근조 화환에 ‘예쁘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편지…‘상식’을 믿고 싶은 교사들

김동환 2023. 7. 22. 10: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24~27일 합동 조사단 운영…제기된 의혹 등에 대한 사실 확인
서이초 ‘학교폭력 신고 사안 없었다’…서울교사노조 “있었다” 반박
“교권 위기 느끼지 않는 교사 없다”지만 아직은 ‘상식’ 믿고 싶은 교사들
지난 20일 서이초 인근 근조화환 속 작은 편지…“저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사망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에 지난해 해당 교사의 제자였던 초등생 등이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가 놓여 있다. 김동환 기자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 ‘공교육 몰락’이라는 우려까지 쏟아지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작금의 교실을 돌아보고 교권을 끌어올릴 기회를 우리 사회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목소리 낼 수 있는 교사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단체 활동을 하지 않던 교사들 사이에서도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추모에 동참하는가 하면, ‘9월 하루 휴업’ 제안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권 회복을 위한 현직 교사들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경찰 조사와 별도로 서울시교육청 그리고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함께 합동조사단 운영에 들어간다. 사건이 발생한 서이초등학교도 합동조사단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언론 등에서 제기된 의혹의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오는 24~27일 나흘간 집중 조사를 펼칠 방침이다.

서이초에서 교장과 교감, 동료 교사 등 면담으로 사안을 파악하고 숨진 교사의 업무 분장과 학교폭력 사안처리 현황 등을 중점 확인해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낼 계획이다.

앞서 서이초는 지난 20일 교장 명의 공식 입장문에서 ▲지난 3월1일 이후 해당 학급 담임교체 사실이 없으며 ▲숨진 교사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권한 관리 업무를 했고 ▲1학년 배정은 본인의 희망에 따른 것이며 ▲해당 학급에서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다는 점 등을 밝혔었다.

이는 사건 발생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돈 각종 의혹에 대한 학교 측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울교사노동조합은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는 서이초 입장에 지난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학교폭력 신고 사안은 없었지만 학교폭력 사안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고인은 가해자와 피해자 중재에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가해자, 피해자, 고인인 교사가 대면한 가운데 학교폭력 사안이 마무리됐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 관련자의 신고가 학교 측에 접수되는 것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며, 신고되지 않았어도 발생한 갈등을 통칭하는 것이 ‘학교폭력 사안’이라는 설명이었다.

아울러 “서이초 가정통신문에서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나, 고인을 학교에서의 일과 관련짓지 않으려는 태도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이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는 사이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상주 머리핀’을 2학기가 개학한 후 꽂고 다니자는 등의 추모 의견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9월4일이 고인의 ‘49재’인 점을 들어 교사들이 병가라도 내어 파업 성격의 시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공분은 교사들의 교원 단체 가입으로도 이어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가입 문의 전화가 수백통 걸려왔으며, 교사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도 적잖게 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이번 일을 보며 교권의 위기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A씨는 “학부모들과 소통을 할수록 상처 입을 일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며 “경력이 오래될수록 가능하면 학부모와 소통하는 일을 줄이려 노력한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A씨도 자신을 문제 삼는 ‘익명’의 민원 전화가 교무실에 걸려온 적 있었다며, 전화를 건 이가 누군지 알 수 없어 최소한의 해명조차 할 수 없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는 ‘교권 위기를 느끼는 교사가 많다’가 아닌 ‘교권 위기를 느끼지 않는 교사가 없다’는 말이 더 적절한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장의 초등교사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마음만 먹는다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며 “누구도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들 지도에 열중할수록 오히려 위험에 노출되는 역설이라면서다.

주변 학생들의 증언 등을 통해 실제 징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겠지만, 이 과정을 겪는 자체는 교사들에게 큰 고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씨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대놓고 ‘너한테 징계 없을 건 알지만 너를 괴롭히려고 신고하는 거다’라는 사례를 교사 커뮤니티에서 접한 적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대부분 교사와 학생·학부모는 상식적이라고 했다.

다만, 그렇지 않은 극소수의 학부모·학생으로 인한 행동 그리고 이로 인한 교사의 고통은 다른 선량한 학생·학부모에게 직·간접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공교육의 몰락은 학교 구성원을 넘어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가 ‘상식적’이라는 A씨의 말은 숨진 서이초 교사 추모 근조화환에 놓인 작은 편지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이초 주변을 둘러싼 근조화환 행렬 속에 놓인 작은 바구니 편지는 숨진 교사의 지난해 제자였던 초등생 등이 쓴 것으로 보였다.

버스정류장 인근에 놓여 있던 화환 속의 이 편지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잘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작았고 그만큼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저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사랑해요. 저희가 모르는 것과 알지만 더 복습해서 제가 2학년이 되어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과 따뜻함으로 예쁘게 첫 제자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하고 따뜻함 뿐이네요. 계속 생각날 거예요…. 이제 아프지 마세요. 언제 어디서나 선생님을 생각할 거예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