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김혜수 "물속에서 느끼는 연대감, 특별하죠" [인터뷰]

서지현 기자 2023. 7. 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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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김혜수 인터뷰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김혜수가 1970년대 '힙'한 해녀로 변신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오랜만에 김혜수에게 객석과 인사하는 기쁨을 안겨준 '밀수'(연출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을 담고 있다.

얼마 전 언론배급시사회와 VIP 시사회를 마친 김혜수는 "객석에 인사하면서 '맞다. 우리가 영화하면 항상 이런 게 있었지'라면서 너무 오랜만인 기분이 들었다. 그때 좀 감동이었다"며 "아이맥스에서 하는 제 영화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영화를 볼 땐 '내가 어떻게 해야지'라는 생각보단 그냥 관객들이 보듯이 본다. 어떤 장면은 웃기기도 하고, 찍었을 때 생각도 난다"고 털어놨다.

밀수 김혜수 인터뷰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밀수'는 해녀 엄진숙(염정아), 조춘자(김혜수)를 필두로 밀수를 통해 생계를 이어나가던 해녀 무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혜수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캐릭터 앙상블이 관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인물들의 관계성이 어떻게 풀리고, 어떻게 발현되고, 조화나 발란스가 어떻게 완성되느냐에 따라서 이 작품의 재미가 원하는 목적에 도달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밀수'는 197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이 영화에 꽂혔던 이유는 70년대 해녀 이미지 때문이다. 1970년대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시대다. 히피 문화나 음악, 패션 등 제가 좋아하는 시대 중 하나"라며 70년대 시골 해안가 마을의 해녀들이 밀수를 한다는 내용이 너무 흥미로웠다. 실제로 이 시나리오가 기사에서 언급된 단 한 줄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다. 그 한 줄로 시나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다만 해녀 캐릭터를 연기하는 만큼 다수의 수중 촬영도 소화해야 했다. 김혜수는 "그 당시엔 몰랐는데 제가 겪은 것이 공황상태라고 하더라. 나중에 알았다. 제 몸을 본인이 통제할 수 없으면 공황이 온다더라"고 수중 훈련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해녀팀은 촬영 3개월 전부터 수중훈련을 했는데 저는 '소년심판'을 촬영 중이라 못 했다. 제일 걱정인 건 공황도 그렇지만, 이렇게 준비한 팀과 조화롭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며 "초반에 배우들이 테스트를 하는데 너무 잘하더라. 해녀들도 검수해 주느라 오셨는데 해녀보다 더 오래 물에 계시는 분들도 있었다. 각자 캐릭터에 맞게 정말 기가 막혔다"고 감탄했다.

동료들의 힘으로 김혜수는 물속에서도 용기를 얻게 됐다. 그는 "(동료들 덕에) 좀 벗어난 느낌이 있었다. 팀워크라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이번에 처음 경험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밀수 김혜수 인터뷰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혜수가 연기한 조춘자는 강렬하다. 살아남기 위해 눈치가 빨라졌고, 동시에 거침없고 당당하다. 그런 조춘자가 엄진숙 앞에선 한없이 약해진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김혜수는 "대본으로 봤을 때부터 이미지가 뭉클했다. 우직한 관계의 힘이 느껴졌다"며 "물속이라는 건 우리가 생업을 하지만, 생존이 기본이지 않냐. 서로가 밀고 당겨주는 관계인 거다. 거기서 시작해서 더 강렬하게 이야기가 펼쳐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진숙이는 작은 해안가 마을의 배를 가지고 있는 선장 아버지의 딸이다. 나름 해안가 마을에선 금수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숙이의 성정은 전체 리더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라며 "춘자는 혈혈단신 늘 떠돌이로 여기저기 전전하며 착취당하고, 이용당하고 살다가 아무렇지 않게 생존해야 하는 캐릭터다. 아마 그런 춘자를 처음으로 따뜻하게 받아준 인물이 진숙이었을 것이다. 춘자한테 진숙이는 개인적으로 친구, 우정 그 이상이다. 춘자한테는 가족이자 전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스타일링부터 다르다. 진숙은 춘자를 만나 화려해지면서도, 춘자가의 부재에 다시 쓸쓸하고 무채색의 사람으로 돌아간다. 반면 춘자 캐릭터는 1970년대 패션의 집약체다.

김혜수는 "사전에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소도시 항구 마을을 그리다 보니 70년대 패션이나 그런 문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며 "서울 종로 중심에서 고가의 모피나 사치품들이 거래되는 등 당시 생필품들을 불법적으로 거래하지 않았냐. 춘자도 그런 생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스타일링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춘자는 미스코리아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헤어스타일에 허리 라인이 강조되고, 알록달록한 색상과 현란한 무늬가 들어간 의상을 소화한다. 이에 대해 김혜수는 "춘자의 겉모습은 춘자의 생존을 위한 수단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밀수 김혜수 인터뷰 /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밀수' 속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와 조춘자의 묘한 텐션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익을 위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묘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김혜수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대본엔 늘 여지가 있고 그 여지를 배우가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완성된다"며 "사실 심플하게 인지한 건 두 사람이 상호목적에 의해서 서로의 수를 알고도 이용한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설정하지 않았던 것들이 효과적으로 잘 발현될수록 캐릭터가 잘 되는 것 같다"고 열린 답변을 내놨다.

김혜수는 '밀수'에 대한 후기로 '팀워크'를 꼽았다. 그는 "류승완 감독도 수중 장면들을 구현하는데 엄청난 고심이 있었을 거다. 처음에 3D 콘티로 보여줬는데 '이걸 우리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CG고, 만화였다. 근데 결국 다 해냈다"며 "저도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이라서 물속에서 스태프들, 배우들과 숨을 참고 말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느끼는 연대감이 새롭고 특별했다"고 이야기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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