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하나쯤 있는 게”…재난시 절실한 ‘생존가방’ 뭐길래
재난가방 갖추고 대피장소 등 알아야
필요 없길 바라지만, 그래도 알아둘 것
낡은 농가는 순식간에 하릴없이 반파됐고, 안방과 거실에 모두 흙이 들어찼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A씨 부부는 당분간 마을회관에서 지내게 됐다. 곳곳이 무너지고 부서진 피해가 상당해 아예 집을 새로 지어야 할 노릇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우선 행정안전부 등 정부 기관과 각계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건 ‘생존가방’이다. 생존가방은 재난이나 위급상황 때 긴급하게 들고 나가서 2~3일 정도 생존할 수 있도록 여러 물품을 꾸려놓는 가방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가족 인원에 따라 인당 1개씩 갖출 것을 추천한다.
재난 상황을 대비해놓는 것이니만큼 가방은 아무래도 방수가 되는 소재가 좋다. 시중에서 세트로 판매 중인 제품을 구매해도 좋지만, 가정 내에 잘 쓰지 않는 등산 가방 등을 대신 활용해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 여러 물품을 담아야 해 너무 작지는 않아야 한다.
비상식량으로 종종 언급되는 라면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린다. 끓여 먹어야 하고, 또 비상용으로 갖춰둔 물을 사용해야 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컵라면 등이 겨울철 노약자의 체온을 유지해줄 수 있어 1~2개 정도는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구급약품도 챙겨야 한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특히 고혈압약이나 심장약 등 상시 복용해야 하는 약은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상황에서는 병원을 가기도 쉽지 않고, 조제와 처방에도 시간이 걸려 위급한 상황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화생방 대비 방독면도 필요하다. 밀폐공간일 수 있으므로 산소농도측정기와 유해가스 농도측정기도 있으면 좋다.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 외 전문가들은 생활필수품으로 수건이나 티슈, 또 지진을 대비한 안전모 등을 추천했다.
익명을 요한 군 특수부대 관계자는 “집결 장소를 최소 2곳은 정해놓기를 추천한다. 1곳만 정해둔 경우 군사적 공격이나 재난 상황, 형태 등에 따라 (집결지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며 “첫 집결지, 또 그 집결지에 모이지 못할 때 갈 장소가 각각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이나 학교, 회사 등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 5월 31일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쏜 뒤 서울시가 위급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만약 CPR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가까운 아파트 주민센터나 경찰 지구대, 지하철역 등에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전국 각지에 있는 편의점들에도 AED가 보급되고 있다.
편의점 4사(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는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AED 기기를 보급해오고 있다. 또 가맹점주와 직원을 대상으로도 사용법을 교육 중이다. 긴급 상황에서 편의점이 응급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하게끔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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