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없는 약사가 불법 운영"…경기도 '전국 최다'
약사 면허 몰래 빌려 무자격자 등이 약국 운영
지난 2005년 개설된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약국. 약사 면허증이 없는 A씨와 B씨가 운영했던 곳이다. 이들은 약사 면허를 소지한 ‘진짜 약사 C씨’에게 면허를 빌려 해당 약국을 열었다. 현행 약사법상 약사 면허가 없으면 약국을 세울 수 없지만, A씨와 B씨는 C씨에게 월 400만원을 주고 약국을 몰래 세웠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9년까지 총 14년간 광주시 한의약품 도매상에 3억6천만원 상당의 의약품을 80회에 걸쳐 판매하는 등 불법영업으로 경찰에 고발돼 현재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약국면허 비소지자가 약사에게 면허증을 빌려 불법으로 약국을 개설·운영하는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이 수년째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도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에서 면대약국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통과한 가운데, 면대약국 개설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국 면대약국 적발 건수는 총 222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경기도 내 면대약국이 69곳(31%)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부산시(33곳·14.8%), 서울시(21곳·9%) 순이었다.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보더라도 상황은 같았다. 전국 204곳 중 경기도 내 면대약국은 69곳(33.8%)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시(39곳·19%), 서울시(20곳·9%)가 뒤를 이었다.
건보가 발표한 ‘불법 개설기관 가담자 현황’을 보면 면대약국 가담자는 대부분 현업에 종사하기 어려운 70대 이상 약사였다. ‘사업성’을 노린 약사면허 비소지자가 고령의 약사를 고용해 약국을 개설, 무자격자 등을 채용해 운영하는 형태인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사업성에 치중한 면대약국 특성상 ‘약의 신뢰성’이 의문스러운데다, 그 피해마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수 있어서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의약품은 부작용 위험이 있어 전문자격을 가진 약사의 복약지도 아래 처방받아야 하는데, 일부 면대약국은 무자격자가 단순 ‘돈벌이’에 치중해 자세한 설명 없이 약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선 지난달 30일 면대약국 운영 적발 시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대안)’이 통과됐고, 건보도 ‘의료기관지원실’을 구성하는 등 면대약국 적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사후책’ 외에도 ‘견고한 사전 예방 대책’이 우선돼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면대약국 개설은 암암리의 거래로 이뤄지다 보니 인근 약국 등 현장 신고제보가 없으면 사실상 적발이 어려울 뿐더러, 개설 등록 과정에서 결격사유에 대한 범위가 다소 좁은 점 등 ‘사각지대’가 존재해 불법 운영 사례가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약국·약사계 내부에선 구체적이고 일률적인 개설 등록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한다. 현재 약국 개설 허가 심의 과정에선 대표(약사)의 약사면허 소지·파산·행정처분 여부 등은 확인하고 있지만 과거 면대 약국 가담 활동 이력 여부, 개설 후 실제 운영 여부 등은 확인하지 않아서다.
또 약사법 안에 ‘시·도의 규칙으로 약국 개설 등록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어 지자체별 개설 허가 판단도 상이한 실정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판단기준이 각양각색이다 보니 같은 조건임에도 약국 개설이 되기도, 되지 않기도 한다. 세부적이고 일률적인 판단기준을 세워 면대약국 등 불법 개설 기관이 생겨나는 혼란은 없어야 한다”며 “정부·지자체·약사회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면대약국 적발을 위한 자율점검을 약사회 내부에서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면 약국업계 내부 자정에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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