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m 홈런이 볼넷보다 낫다!"…'日 월간 MVP 출신'의 싸움닭, '리얼 베이스볼'을 꿈꾼다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8000m 날아가는 홈런이 볼넷보다 낫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부터 후반기 '도약'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외국인 선수의 교체였다. 한 장은 잭 렉스를 대신할 니코 구드럼을 영입하는데 사용했고, 나머지 한 장의 카드는 '털보에이스'로 불렸던 댄 스트레일리의 대체자로 애런 윌커슨을 품에 안는데 투자했다.
롯데는 지난 4월을 단독 1위로 마칠 때부터 외국인 투수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4월 돌풍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원·투 펀치'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들은 4월 내내 단 한 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도 기록하지 못했다. 롯데가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것은 나균안의 월간 MVP 활약과 탄탄한 불펜 덕분이었다.
롯데는 스트레일리와 반즈가 그동안 보여줬던 퍼포먼스와 커리어를 믿었고, 조금만 인내한다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이들은 5월 동시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롯데의 믿음은 적중하는 듯했다. 그러나 6월부터 다시 '퐁당퐁당'을 반복했는데, 특히 스트레일리는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6경기 연속 단 한 번도 6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끝에 롯데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외국인 선수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가 품은 선수는 윌커슨이었다. 윌커슨은 2014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17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4경기(3선발)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6.88,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58경기(133선발)에 출전해 58승 31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다.
롯데가 윌커슨을 영입한 배경에는 '아시아' 야구의 경험도 있었다. 윌커슨은 2022시즌에 앞서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1년 65만 달러(약 8억원)의 계약을 맺었고, 5월 4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하며 센트럴리그 월간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부진으로 인해 재계약을 따내지 못했지만,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와 연이 닿게 됐다.
윌커슨은 2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라이브 피칭을 실시할 예정, 그리고 다음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래리 서튼 감독은 "윌커슨은 일본에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베테랑 다운 존재감을 보여줬고, 오자마자 바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양한 구종이 있 때문에 그 무기를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며 "라이브 피칭을 잘 끝내고 몸 상태가 좋다면, 다음주 중에 등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소감은 어떨까. 윌커슨은 "지금까지는 다 좋다. 다만 한국에 온지 3일 밖에 되지 않아서 시차 적응을 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하면 다 좋다. 그리고 섭씨 45도의 애리조나에서 왔지만, 여기는 조금 습한 것 같다"며 "일본에서의 경험과 비슷하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 최대한 경기에 맞춰서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윌커슨은 롯데 유니폼을 입기 전 트리플A에서 성적은 3승 2패 평균자책점 6.51로 썩 좋지 않았다. 일본에서 월간 MVP를 수상했을 때와는 분명 달랐다. 부진의 원인으로는 로봇 심판과 피치클락 등 새롭게 도입된 제도 때문이었다. 그는 "트리플A에서는 오래 뛰었지만, 로봇 심판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진짜 야구(Real Baseball)을 할 수 있어서 좋다. KBO리그에서 경쟁하고 승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윌커슨이 KBO리그를 선택한 이유와도 연결이 된다. 일본에서의 경험이 아시아 무대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된 까닭이다. 그는 "일본에서 경험이 너무 좋았다. 일본에서도 계속 뛰고 싶었지만, 안 돼서 조금 좌절했었다. 원래 KBO리그에 오고 싶었다. 아시아 문화와 음식,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편하다. 작년의 경험을 통해 더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윌커슨이 KBO리그에 입성하게 된 배경에는 한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라울 알칸타라(두산)과 멜 로하스 주니어(前 KT), 브라이언 코리, 앤디 번즈(이상 前 롯데)의 조언도 있었다. 윌커슨은 "알칸타라와 로하스 주니어와는 한신에 함께 있었고, 롯데에서 뛰었던 코리는 트리플A에서 나의 투수 코치였는데, 좋은 것들만 들었다"며 "알칸타라는 일본보다는 한국에 더 있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대체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비슷해서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사직구장과 롯데의 이미지는 어떨까. 윌커슨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다. 팀에서도 지금까지 잘 대해주고 있다. 경기에 빨리 나서고 싶다. 투수기 떄문에 큰 경기장이 당연히 좋다. 나는 뜬공 유형의 투수인데, 최대한 공이 펜스를 넘어가지 않고 그라운드에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비디오 클립을 보면서 롯데 팬들이 얼마나 열성적인지를 알게 됐는데, 빨리 경험해 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윌커슨은 "나는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과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고, 이를 커리어 내내 유지하면서 메이저리그도 경험할 수 있었다.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고, 8000m를 날아가는 홈런을 맞는 것이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 낫다. 그만큼 출루 시키는 것을 싫어한다"며 싸움닭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끝으로 윌커슨은 "나는 (롯데의) 상승세를 위해 여기에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5등이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4등, 3등까지 더 치고 올라갈 수 있게 팀을 돕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반기 선발 투수들의 잇따른 부진으로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매우 컸던 롯데. 후반기 다시 한번 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선발진의 안정화가 필수적인데, 롯데가 도약하는데 윌커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5월 센트럴리그 월간 MVP를 수상했을 때의 투구가 필요하다.
[롯데 자이언츠 애런 윌커슨,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의 애런 윌커슨, 부산 사직구장. 사진 = 부산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게티이미지코리아, 롯데 자이언츠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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