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의 섬' 교동도에 싹튼 평화교육
◀ 김필국 앵커 ▶
한강 하구에서 북한 황해도와 마주하고 있는 교동도는 한국전쟁 피난민들이 많이 거주해서 실향민의 섬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곳에 최근 특별한 시설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폐교된 학교 건물이 평화교육 공간으로 만들어졌다는데요.
분단의 아픔, 교동도의 역사와 어우러지고 있는 평화교육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인천 강화도에서 민간인통제선을 통과한뒤 교동대교를 건너면 나타나는 '실향민의 섬', 교동도.
섬 서쪽, 한적한 시골마을 한 복판에 최근 깔끔한 새 건물 하나가 들어섰습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5년에 개교했다가 84년 만에 폐교됐던 마을의 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평화교육원입니다.
[김의중/인천난정평화교육원 운영위원장] "아이들이 많이 줄어들잖아요. 교동은 더 했어요 섬이니까. 그래서 이게 2019년에 폐교가 됐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과거 교문 옆을 지키던 느티나무 한 그루와 졸업생들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아담한 동상,
그리고 졸업앨범과 학교간행물 등이 남겨져 80여년 학교 역사의 명맥을 잇고 있었는데요.
[나택환/난정초등학교 1회 졸업생] "처음에 들어가니까 우리 말을 못하게 해요. 그래서 일본 말만 하는데 카드를 줍니다. 카드 7개를 주는데 카드를 뺏기면 화장실 청소를 해요. 그런데 카드를 안 뺏긴 사람이 별로 없어요."
이제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에서 북한과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교동도의 지리적 특성, 또 그로 인한 실향민, 남북 국지전 등의 역사를 교육하며 시민들에게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종태/인천난정평화교육원장] "6.25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비평화적 요소, 그로 인한 문제점들을 체감하고 실생활에서 평화와 공존을 실천하는 평화감수성과 역량 신장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실향민의 섬 이곳 교동도엔 분단과 전쟁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장소들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평화교육원에서 실내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잠시후 그 장소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데요, 저도 한번 따라가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교동도 북쪽 끝에 위치한 망향대.
[김민정/인천난정평화교육원 교수요원] "그 때(한국전쟁때) 저 건너편 황해도 연백군 연안읍에 살던 분들이 살기 위해 가까운 바다 건너 이곳 교동도로 피난을 오십니다. 그때 피난 온 인구는 3만 명이에요. 이 작은 섬에 그렇게 많은 피난민들이 오게 됩니다."
고향을 잃은 피난민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마련했다는 망향대에서 바라본 북한 땅.
날이 흐려 희미하게 보이긴 했지만 처음 바라본 북한의 모습은 어린 학생들에겐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임성율/중학생] "맨날 TV나 유튜브에서만 보던 북한이 지금 제 눈 앞에 차로 3분 거리에 있으니까 거의 잘 믿기지도 않고 좀 신기한 것 같아요."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저마다 가슴에 품은 메세지를 망향대에 남긴 채, 이번엔 피난민들의 삶이 녹아있는 장소로 향했습니다.
실향민들이 황해도 연백군의 시장을 본떠 만들었다는 대룡시장.
가장 먼저 눈에 띈건 처마 밑, 곳곳에 있던 제비집들이었습니다.
"제비는 매년 고향으로 둘아오는 새입니다. 그래서 실향민들이 고향으로 매년 돌아오는 제비를 환대해주고 있고요. 그래서 이 시장에는 제비가 굉장히 많습니다."
또 이제 살아계신 분이 얼마 남지 않게 된 실향민 1세대와 그 가족들을 찾아뵈며, 사진도 찍고 옛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할머니, 몇 살에 여기 오셨어요?" "20살에 왔어, 20살에"
[김성현/중학생] "나이가 많으시고 이북에서 오셨다니까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막상 옆에 가서 여쭤보려니까 좀 부담이 많이 가더라고요."
옛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는 시장의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실향민들이 남기고 그 후손들이 잇고 있는 음식과 문화를 맛 보기도 했는데요.
[김기훈/중학생] "학교에서 배웠을 때는 딱히 실감이 안 났는데 이렇게 직접 와보고 보면서 느끼니까 확실히 많이 체감도 달랐고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아 기뻐요."
갑갑한 교실을 벗어나 의미있는 장소에서 가져본 뜻 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이미영/중학교 교사] "학교에서 배운대로만 우리나라 분단의 현실에 대해서 생각했겠지만 막상 여기 와서 직접 체험하고 보면 훨씬 그걸 더 현실적으로 많이 가슴에 와 닿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교육적으로나 애들이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아마 좋은 것을 경험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평화를 이야기하고 실천의 마음을 품게 하자는 평화교육.
[김민정/인천난정평화교육원 교수요원] "실향민의 섬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교동에는 그 실향민들을 받아주고 같이 산 교동 주민들의 이야기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곳이 얼마나 평화공존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인지 그리고 아이들이 와서 이곳에서 우리가 얼마나 평화에 대해서 알고 실천해나가야 될 필요성에 대해서 좀 느끼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북한과 마주한 접경지역,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민통선 섬에서 평화의 씨앗은 그렇게 조금씩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06369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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