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번의 김여정 담화 경고와 행동 패턴
◀ 김필국 앵커 ▶
한미 핵협의 그룹 회의가 열리고,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은 42년 만에 처음으로 한반도에 기항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예민하게 반응했고, 자신들이 정한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은 최근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잇따라 대외 공세를 펴는가 하면 향후 대응을 예고하기도 하는데요.
담화에 담긴 속내를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8일,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 첫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커트 캠벨/미국 NSC인도태평양조정관] "(분명한 의지와) 공약을 가시적으로 실현하는게 중요하다고 저희는 믿습니다."
같은 날 오후 미국 전략핵잠수함 캔터기함이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길이 170미터에 폭 12미터, 세계에서 가장 큰 전략핵잠수함 중 하나로 사거리 1만 2천 km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인 트라이던트를 20여기 적재할 수 있는 미국의 핵심 전략무기입니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는 1981년 이후 42년 만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북한은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사거리는 550km 정도, 켄터키함이 입항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와 거의 일치합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평양 순안공항에서 부산항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의도적으로 설정을 하고 그 사거리의 무기를 쏜 것으로 보여집니다."
북한의 이런 군사적 대응은 김여정의 입을 통해 사실상 예고됐습니다.
14일과 17일 잇따라 담화를 내며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에 따라 북한의 대응 방식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경고했고, 한미핵협의 그룹과 전략핵잠수함 출현을 거론하며 충분한 실력행사로 강권과 전횡을 억제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김여정이 담화를 낸지 이틀 만에 계획된 수순인 것처럼 미사일을 쏜 겁니다.
"3,2,1, 발사!"
지난 12일,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화성 18형을 발사하기 전에도 먼저 으름장을 놓은 건 김여정이었습니다.
연거푸 미군 정찰기의 북한 경제수역 침범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신이 위임에 따라 북한군의 대응을 사전에 예고하는 거라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의지를 따랐다는 표현도 들어가 있거든요. 김여정 부부장의 개인적 사견의 형식으로 엄포를 놓는 방식이 아니라, 지도부의 의중과 내부적으로 대응할 무기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일종의 계획된 카드들을 갖고 진행된 일련의 과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할 때만 해도 김여정은 평화의 메신저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듬해인 2020년 3월부터 막말 담화를 쏟아내며 대결의 선봉장같은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북한에 미사일 발사 중단을 촉구하자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라는 거친 표현으로 맹비난했고, 이후 북한의 대남 강경메시지는 대부분 김여정의 입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2020년 6월엔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문제 삼으며 2주 간 3차례나 담화를 통해 독설을 퍼부었고,
김여정의 담화를 통한 엄포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이어졌습니다.
"꽝! 북남연락사무소가 완전 파괴됐습니다."
주로 대남 대미 메시지를 전하는 김여정의 담화는 지금까지 총 34차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는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며 5차례 냈는데 담화 이후 곧바로 남북간 통신선 단절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군사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김여정의 현재 공식 직책은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지만 정치적 위상은 직책을 초월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남 대미 업무를 총괄하면서 김정은의 위임을 받아 스피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김여정 담화 보도/2021년 8월]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나(김여정)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
선전선동 업무도 관장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여정은) 대남 대미 분야를 넘어서서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종의 위임 정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비상방역총화 토론자로 나선 김여정은 남측에 대한 반감을 여과없이 드러냈습니다.
[김여정/북한 노동당 부부장(2022년 8월)] "동족보다 동맹을 먼저 쳐다보는 것들,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저 남쪽의 혐오스러운 것들을 동족이라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자멸행위는 없습니다."
이런 적개심은 남한 정부를 향해 천치바보, 멍텅구리 등의 막말과 함께 인간 자체가 싫다는 조롱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극단적인 표현을 통해서 대남 비난을 했거든요. 따라서 남쪽 정부, 윤석열 정부와는 적어도 당분간은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 같고요."
강경 일변도의 대남 담화와는 달리 미국에 대해선 비교적 절제된 표현을 써왔지만 최근엔 대미 메시지도 좀 달라졌습니다.
전제조건없는 대화를 이야기하는 미국에 대해 황당한 소리와 같은 표현으로 비판하며, 더 이상 대화에 연연하지 않고 공세를 이어가겠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미국에 대화를 위한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는 주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당분간 북미간에도 강대강 맞대결이 격화될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날,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으로 내려가 미국 핵전략잠수함에 탑승하며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7월 19일] "북한이 핵 도발을 꿈꿀 수 없게 하고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북한 강순남 국방상은 미군 전략핵잠수함의 부산 기항이 자신들의 법령에 따른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된다며 위협하고 나섰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SBN(전략핵잠수함)이 부산항에 입항했다는 건 사실상 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것으로 볼 수 있고요."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후해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한미 양국과 북한이 한치 양보없이 강대강 대결에 나서며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06363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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