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걱정과 불안이 많다면, 의학적으로 검증된 이 방법

2023. 7. 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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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의 모든 것> 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요즘 상담을 하면 번아웃 증상으로 오시는 분들이 우울증보다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커져버린 시대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걱정이나 불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위험을 미리 생각하고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으니까요. '긍정적인 사람은 비행기를 만들고 부정적인 사람은 낙하산을 만든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지요. 다만 내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걱정과 불안은 문제지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래서 생각을 멈추는 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면 상담 오신 분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재열 님, 문득문득 생각이 떠오르는 건 마음대로 통제가 안 되잖아요?"
"하루 종일 걱정 안 해야지...명심할 수도 없고 오히려 의식하면 더 하게 돼요."

맞는 말 같지요? 저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피곤한 성격이라서 아주 공감합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생각을 멈추거나 환기시키는 '도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할게요.

자책이나 걱정 같은 부정적인 정서는 마치 냄새와도 비슷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요. 처리하기도 어려워요.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사람이 가만히 움츠리고 있을수록 더 심해진다는 거예요. 연휴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을 때를 생각해 볼까요? 어지른 것도 없고 그냥 그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며칠이 지나면 공기에서 묵은 냄새가 나잖아요. 이럴 때 필요한 건 뭘까요? 환기겠지요. 창문을 열듯이 생각도 한번 공기를 바꿔줘야 합니다. 어릴 때를 기억해 보면 하루종일 방안에 있는 날 엄마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창문을 열고 가시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생각의 창문은 누가 와서 열어주지를 않지요.그런데 스스로 열기는 어렵습니다. 연휴 내내 이불속에 있다 보면 어느새 이불과 내가 한 몸이 되어서 스스로 창문을 열기는커녕 화장실 가기도 정말 귀찮고 힘든 것처럼요.

이럴 때 외부 자극을 통해서 강제로 생각을 멈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사고 멈춤(thought stopping)이라고 하는데요. 노란 고무줄을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흔합니다. 고무줄을 손목에 차고 다니다가 걱정이 들면 고무줄을 당겼다가 탁- 놓는 거죠. 손에 따끔따끔하게 자극을 줘서 아야! 하면 생각의 맥을 한번 끊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무줄 당기기가 잘 안 되는 분들이 있어요. 사실 저도 그랬어요. 왜냐하면 고무줄을 자기 스스로 잡아당겨야 하잖아요? 하지만 불안이나 걱정이 시작되면 그걸 당겨야지라는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생각에 끝없이 빠져들어서 저항할 수 없게 된단 말이죠. 한마디로 능동적, 자발적 멈춤은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더라는 겁니다. 우리의 의지는 생각보다 약하고요. 이러한 상황 자체가 자책의 트리거가 될 수 있어요. '왜 이것조차 못하지?' 라고요.

그럴 때 저는 랜덤 종소리 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우선 앱을 켜는데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랜덤 한 간격으로 종소리를 울려 줘.'라고 설정하면 일상생활을 하던 중에 종소리가 띵... 하고 울려요. 그러면 잠시 하던 행동이나 생각을 멈추는 겁니다.

이렇게 자동적으로 설정된 외부 자극 즉, 가장 쉬운 난이도부터 시작해서 생각을 끊어주는 연습을 하는 게 핵심입니다. 내 의지력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방법으로 서서히 연습하는 거죠. 그러다 차근차근 종소리 없이도 스스로 멈추는 힘이 생기면 그때 고무줄같이 능동적인 것들로 옮겨가도 됩니다. 꼭 처음부터 내 두 발로 걸을 필요 있나요? 아기들 걷기 연습하듯이 보행기 타다가 허벅지에 힘이 생기면 두 발로 걸으면 되지요.

어떤 분들은 "그런 것에 의존하면 나중에 그거 없이는 못하지 않나요?"라면서 처음부터 스스로 해내려고 하십니다. 하지만 뭐든지 처음에는 무언가의 도움을 얻으면서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 그리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을 혼자 완벽히 하려는 마음 때문에 불안과 걱정을 더 많이 떠안고 사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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