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수평선까지 펼쳐진 포도밭… 풍요로움을 뽐내다 [박윤정의 알로 프랑스]
2023. 7. 22. 10:01
② 고르드
2022년 美 선정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뽑혀
노천카페엔 햇살 만끽하는 활기찬 사람들 가득
건축·와인 등 문화 조화 이룬 와이너리 독특
‘건축 예술 산책로’ 찾으면 거미 조각상 등 눈길
야외 테라스 앉아 와인 한잔 마시면 시름 잊어
2022년 美 선정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뽑혀
노천카페엔 햇살 만끽하는 활기찬 사람들 가득
건축·와인 등 문화 조화 이룬 와이너리 독특
‘건축 예술 산책로’ 찾으면 거미 조각상 등 눈길
야외 테라스 앉아 와인 한잔 마시면 시름 잊어
시차로 인한 피곤함으로 침대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창가로 스며드는 뜨거운 햇살에 눈이 부시다. 죽기 전 한 번은 꼭 가 봐야 하는 여행지로 꼽히는 남프랑스. 드디어 이곳 어딘가에서 눈을 비비며 아침을 맞는다.
프랑스 남부의 도시들은 저마다 품은 풍요롭고 다채로운 매력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남프랑스의 대표 휴양 도시로 이미 알려진 니스와 칸부터 아직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숨겨진 보석 같은 도시들까지 특히 여름이 면 시골 마을 구석구석에서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지난밤, 늦게 도착한 작은 마을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아침 식사를 하러 나선다. 미처 보지 못했던 호텔의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프랑스 남부의 특별한 에너지를 느낀다. 테라스에 차려진 테이블에 자리하고 실내에서 음식을 고른다. 프로방스 특유의 따뜻한 환대와 호텔 서비스의 세련됨을 갖춘 직원의 밝은 미소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한다. 눈앞에 펼쳐진 포도나무의 포도송이는 여름 태양을 받아 익어 가고 라벤더 향기는 아침 식사의 느긋함을 북돋운다. 찾아오는 길에 마주할 수 없을 것 같던 관광객들은 언제 어떻게 도착했는지 이른 아침부터 프로방스 여행의 가장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대부분 사이클 복장으로 자전거 투어를 나설 모양이다. 이들처럼 스포츠를 즐기며 태양을 마주 설 용기는 없어 렌터카로 경치를 만끽하며 이국적인 경험을 즐길 테다.
아침 식사는 여느 식사와 달리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하여 느긋하다. 뉴스에서 듣던 폭동의 소식도 테러의 위험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다. 동네 산책을 나설 채비를 마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호텔 직원에게 조언을 구한다. 축제가 있는 엑상프로방스를 비롯한 큰 도시를 피하고 근처 작은 마을을 둘러보란다. 2023년 미국 트레블 앤 레저(Travel and Leisure)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고르드(Gordes)를 비롯하여 근처 몇몇 마을을 지도에 표시한다. 문화, 음식, 와인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충분하니 굳이 위험을 안고 멀리 가지 말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호텔 컨시어지 조언을 받아 발레파킹으로 맡긴 렌터카에 오른다. 오전 시간임에도 차 안의 열기는 후끈거린다. 특별한 상황으로 인하여 지역 축제를 포기하지만, 프로방스의 활기는 충분히 느끼는 듯하다.
첫 번째 목적지인 고르드로 향한다. 작은 마을 주차장은 벌써 차량들이 가득이다. 작은 마을 도심에 펼쳐진 노천 카페에는 남프랑스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는 활기찬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물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엑상프로방스가 아니더라도 강물이 넘쳐 도시를 풍요롭게 적신다. 강을 따라 산책을 즐기고 종이를 만드는 물레방앗간도 방문한다. 마을과 마을을 넘나들며 세잔이 사랑한 생트빅투아르 산, 도심 10분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보랏빛 라벤더 밭, 달콤한 아몬드 디저트, 남부의 태양을 업는다. 라벤더 향기에 몸을 적시고 점심을 즐기기 위해 와이너리로 향한다.
엑상프로방스 북쪽으로 15분 정도 가다 보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와이너리가 있다. 도맹 비니콜 뒤 샤토 라 코스트(Domaine Vinicole du Chateau La Coste)! 와이너리라기보다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미술관이라 할 만한 장소이다. 건축, 와인 문화가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든다. 특별히 와인이 매력적인 것 같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작품과 건축물 그리고 향기로운 와인과 함께 점심을 즐기기에는 적당할 듯하여 샤토 라 코스트를 다음 장소로 정한다. 좁은 길을 따라 운전하면 포도밭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 넓은 포도 재배 지역을 포함한 포도원, 밤나무 숲, 올리브 밭이 프로방스 수평선까지 끝없이 펼쳐진다. 그늘진 주차장은 벌써 만차여서 야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 건물로 향한다.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는 작품들이 시선을 이끈다. 티켓을 구입하고 지도를 받아든 순간, ‘건축 예술 산책로(Promenade Art & Architecture)’를 따라 걸으며 오감의 향연이 펼쳐질 거라는 확신은 들지만, 더위로 인하여 온몸의 수분이 마를 것 같은 공포도 함께 든다. 산책로 전체를 둘러보면 약 두 시간 정도 걸린단다. 이곳에서 작업했던 현대 예술가들의 예술 작품이나 설치 미술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입구, 호수 위에는 프랑스계 미국인 예술가인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대한 거미 조각상을 시작으로 언덕 위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성당과 몇몇 유명한 작품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프랑스의 건축 거장 장 누벨이 설계한 와인 저장고에서 투어를 마치고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는다. 오가닉 화이트 와인으로 갈증 나는 목을 축이고 프로방스와 지중해식 요리에 샤토 라 코스트 지방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와인을 곁들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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