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폭격에 밀 가격 '쑥'…개미들 ETN 뭉칫돈 넣는데, 전망은?

홍순빈 기자 2023. 7.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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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 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 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했다가 안정된 밀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든다. 러시아가 흑해 수출길을 막아버린 게 촉매제가 됐다. 투자자들은 밀 가격이 재차 상승할 것이란 예상에 관련 투자상품에 뭉칫돈을 넣고 있으나 증권가에선 밀 가격의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고 전망한다.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맥(밀) 선물가격은 지난 20일(현지시간) 1부셀당 7.275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부셀당 5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던 밀 가격이 다시 연초 수준으로 복귀를 시도한다.

끝나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밀 가격 폭등을 불러온 탓이다. 지난 17일 러시아는 1년 전 체결했던 흑해 곡물 수출협정을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흑해 곡물 수출협정은 식량 공급난 해소를 위해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호 협의한 것이다. 러시아는 서방국가의 비협조를 이유로 협정에서 나왔다.

아울러 러시아가 중요 항만시설을 타격하면서 곡물이 소실되는 일도 발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는 무인기와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항의 곡물 및 유류 터미널 시설을 파괴했다. 이번 일로 6만톤의 곡물이 소실됐다고 우크라이나 농무부는 밝혔다.

이런 러시아의 행보로 밀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 비중이 다른 원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만큼 밀 가격에 반영되는 지정학적 리스크 민감도가 크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흑해 곡물 수출협정으로 오데사 항을 통해 1년간 수출된 우크라이나 곡물은 총 3300만톤이다. 여기서 밀이 28% 정도로 약 924만톤을 차지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협정이 이대로 종료된다면 글로벌 곡물 공급 손실은 월 300만톤 내외가 될 것"이라며 "밀의 경우 글로벌 수출량의 8.5% 정도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7월은 우크라이나 밀 수확 및 수출 시기로 밀 가격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공급망 차질로 밀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예상에 따라 투자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밀 가격이 반등을 시작한 지난 17일 이후 밀 선물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증권상품의 거래량이 증가했다. 밀 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대신 밀 선물 ETN(H)의 1월 일평균 거래량이 1717주였던 것에 비해 7월17일부터 20일까지의 평균 거래량은 2만7800주다. 거래대금도 지난 20일 3억6800만원으로 연초(300만원)보다 100배 이상 늘었다.

증권가에선 밀 가격의 단기 변동성이 높아질 순 있더라도 지난해와 같이 크게 오르긴 힘들 것이라고 본다.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기타 수출국의 밀 수출량이 증가하고 절대적 생산량 또한 많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농무부에서 발표한 밀 생산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밀 생산량은 79억6700만톤으로 지난해(79억200만톤)보다 약 6500만톤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고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밀 수출 시장에서 4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EU(유럽연합)의 밀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며 "라니냐 기상이변 현상이 소멸하고 수확기로 접어들수록 흑해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밀 공급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의 밀 파종 면적도 지난해 4700만에이커(1에이커=485.6㎢)에서 약 5% 증가한 4900만에이커를 기록했다"며 "날씨 변수에 작황이 악화됐어도 미국의 밀 파종 면적 확대에 따른 절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많을 것"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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