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인 코스맥스에 궁금한 점 '셋'

안준형 2023. 7.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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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이경수 회장, 왜 미국법인에 투자했나?
소액주주들은 돈 떼인 코스맥스를 어떻게 볼까?
배임 혐의 재판 중인 제너시스BBQ 회장과 차이는?

지난 20일 코스맥스가 이경수 회장이 투자했던 회사 등에 빌려준 4622억원 중 2574억원을 떼였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정상적인 기업의 거래에서 보기 힘든 경우인 만큼 아직 풀리지 않은 궁금점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3월 기준 코스맥스는 특수관계자에 대해 총 4622억원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이중 2574억원은 대손충당금으로 쌓았습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대여금에 대해 장부상에 손실을 미리 반영한 것이죠. 사실상 돈을 떼인 셈입니다.

가장 큰 빚을 진 계열사는 미국법인 코스맥스 웨스트입니다. 지난 3월 기준 2억4396만달러(3125억원)를 코스맥스로부터 빌렸죠. 이중 얼마를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코스맥스 대여금 68%가량이 이 미국 법인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당금의 대부분이 미국법인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코스맥스 웨스트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코스맥스는 코스맥스 웨스트 자산 가치를 0원으로 재산정했죠. 코스맥스 웨스트의 열악한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코스맥스로부터 빌린 돈을 갚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자금이 필요한 자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경우는 많습니다. 자회사의 재무상황이 열악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을 때 모회사가 대여금으로 지원을 해주는 것이죠. 

하지만 코스맥스는 조금 경우가 다릅니다. 코스맥스 웨스트는 2017년 회사 설립 초기에 이경수 회장이 개인적으로 투자한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코스맥스 웨스트의 초기 자본금 3000만 달러 투자처를 보면 코스맥스 1500만 달러(50%), 이 회장 1400만 달러(46.7%), 뉴트리바이오텍(현 코스맥스엔비티) 100만 달러(3.3%) 등입니다. 

현재까지 코스맥스와 코스맥스엔비티는 코스맥스 웨스트 지분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아직까지 코스맥스 웨스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지만 회사 측에서도 이 회장 개인이 지분을 투자한 회사란 점은 부정하지 않고 있죠.

첫 번째 드는 의문점은 왜 이 회장이 코스맥스 웨스트에 개인 자격으로 지분을 투자했는지 입니다. 회사 측은 책임경영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투자규모가 300억원대에 머문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코스맥스가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도 아닐뿐더러, 당시 이 회장은 코스맥스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어 굳이 개인 지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책임경영이 가능했습니다.

이 회장은 초기에 비교적 적은 자금을 들여 코스맥스 웨스트 지분 절반 가까이 확보했는데, 이후 코스맥스 웨스트의 추가 투자재원은 코스맥스 주머니에서 나온 모양새가 된 것이죠.

코스맥스 주주들은 이번 거래를 어떻게 볼까요. 회사의 자산인 현금이 오너가 일부 지분을 투자했던 회사로 대여되는 과정과 그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요? 

이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개인 돈을 미국 법인에 투자했다고 하지만, 코스맥스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책임 회피입니다. 코스맥스 웨스트의 재무상황이 열악하다면, 대여금이 아닌 자본보강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유지하고 싶다면 개인 돈을 더 투자해야 하죠.

이 같은 거래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을까요? 여러 정황을 살펴봐야하는 만큼 속단하기 이르지만 비슷한 사례는 있습니다.

최근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2013~2016년 윤 회장의 개인 회사인 GNS하이넷에 아무런 담보도 없이 제너시스의 자금 43억원을 대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죠. 

물론 코스맥스와 BBQ 사안은 다릅니다. 코스맥스 웨스트는 이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개인 회사도 아니고, 담보 설정 등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코스맥스 웨스트가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코스맥스에 손해를 끼친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회사 측은 코스맥스 웨스트가 올해부터 크게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코스맥스 웨스트의 재무상황이 나아지면 대여금도 갚을 것이라고 덧붙였죠. 앞으로 코스맥스 웨스트가 코스맥스의 돈을 떼먹지않을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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