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전투력 떨어졌어”...육아휴직 당연한 ‘신의 직장’ 부럽네요 [초보엄마 잡학사전]
출생·육아제도 우수한 기업 살펴보니
[초보엄마 잡학사전-188] “그 친구 아이 낳고 전투력이 떨어졌어.”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아이 엄마가 된 여성 직원들에게 면전에서 이런 말을 공공연히 내뱉던 남성 관리자들이 많았다. 개인 저녁시간까지 할애해 상사를 모시는 게 일반적이었던 당시로서는 아이를 봐야 한다고 회식 자리에 불참하고 아이가 아프다고 조퇴하는 여성 직원들이 성에 차지 않았을 테다. 근무시간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더라도 육아휴직을 썼다고, 회식에 불참했다고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아이에게는 늘 미안하고 회사에서는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다 보니 복합적인 이유로 퇴사하는 여성이 늘고, 그런 선배들을 보며 미혼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근이 버티는 워킹맘조차 아이 낳기가 두려운 건 마찬가지다. 아이 하나도 버거운데 하나 더 낳으면 가정과 일의 양립이 어려워 경력단절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이 둘 낳고 싶어도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둘째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출산지원금이나 아동수당 조금 더 준다고 맞벌이 부부가 애를 더 낳을 리 만무하다. 돈 몇십만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차별 없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근무제도가 필요하다.
롯데그룹은 아이를 낳으면 육아 휴직이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했다. 상사의 결재 없이 출산휴가 후 1년간의 육아휴직이 시작된다. 직원들이 눈치를 보거나 부담을 가질 걱정이 없는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도 6년 전 기존 1년에서 최대 2년으로 연장했다. 남자 직원들도 육아 휴직을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써야 하며 육아휴직자 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 복직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도 지난해 육아 휴직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육아 휴직을 쓰는 해의 성과 평가는 평균 이상으로 보장한 점도 눈에 띈다.
아쉬운 점은 우수사례로 소개된 일터가 대부분 대기업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대체인력이 부족해 임신 기간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서는 것은 물론이고 육아휴직조차 쓸 수 없는 곳도 많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병원에 매달 정기검진을 다니고 출산휴가를 쓰기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육아휴직 후 기존 업무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인사상 불이익이 있는 곳도 많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만큼 출산·육아 제도를 쓸 수 있다면, 고용노동부가 기업들의 출산·육아 우수 제도 사례집을 발간할 필요가 없어 진다면 0.78명 수준인 한국 출산율은 1명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애 못 키우겠다” 사교육 금지시켰더니...더 기막힌 일 터졌다 - 매일경제
- 에코프로 주가급등에 공매도 ‘백기투항’…하루 만에 5000억 청산 - 매일경제
- 문재인 “최저임금 1만원, 사람답게 살 권리 상징”…스스로 “과하게 올렸다” 언급도[대통령
- “여보, 우리도 그랜저 사요”…‘판매 1위’ 속사정, 아내의 유혹은 강렬했다 [왜몰랐을카] - 매
- 자녀 학비 6천만원 내면 빈털터리…“내가 왜 굳이 그 나라에서” - 매일경제
- 에코프로랑은 또 다른 코스닥 2차전지株…차주는 이 종목이 간다! - 매일경제
- 엄마 정경심 가석방 좌절된 날…딸 조민이 수재민 위해 한 일 - 매일경제
- “뽑아도 뽑아도 부족하네”…채용 활기에 승무원 준비생 ‘웃음꽃’ - 매일경제
- 아파트 분양가 10억원 훌쩍 넘겼다…한국의 미래라는 이 나라 - 매일경제
- “항저우에서도 ‘삐약이’ 울려 퍼집니다.” ‘女탁구 대세’ 신유빈, 마음까지 예쁘게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