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회식했다고 욕설·폭행한 아내, 이혼해야 할까요[양친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아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양친소 사연>
결혼 5년 차 이제 돌을 갓 넘긴 아이가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인데 결혼 초부터 경제적인 문제로 자주 다퉜습니다. 싸울 때 아내는 폭언, 욕설은 기본이고 심할 때는 치고받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내의 욕설과 폭력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제가 운전을 하고 아내가 조수석에 타고 있었는데, 사소한 이야기로 말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심지어 운전하는 저의 머리채를 잡고 놓아주지 않아 아찔했던 순간도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단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이해하려고 백번 노력했지만 아내의 폭력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얼마 전 회식을 마치고 좀 늦게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과 아이가 먹은 저녁 설거지를 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놀다가 온 것도 아니고 회식도 식사만 하고 눈치 보며 나왔는데, 아내는 제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안 하고 욕설 섞인 잔소리만 계속 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이럴거면 내가 집을 나가겠다’고 했더니, 아이도 데리고 나가라면서 소리를 지르고 저를 때렸습니다. 자는 아이를 깨워 저와 아이를 밖으로 밀어버리고, 심각한 폭력과 고성, 욕설이 오갔습니다
더 소름 끼치는 건 다음 날 아무렇지 않게 제게 말을 거는 겁니다. 저는 더이상 아내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런 사람한테 아이를 맡길 수도 없고요. 이혼하는 게 맞는 거겠죠?
-아내의 폭력은 이혼 사유로 충분해 보이는데요.
△당연히 남녀 성별을 불문해 타인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은 폭행입니다. 즉 손과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거나 심지어 가까이에서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위협하는 행위, 사람을 향해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것 모두 폭행에 해당합니다. 민법 840조 3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로 재판상 이혼 사유에도 해당합니다.
-사연처럼 매 맞는 남편이 많이 있나요.
△성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남편은 100명 중 1명이 넘는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성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아내는 100명 중 6명입니다. 때리고 밀치고 꼬집고 차거나, 여성이다 보니 신체적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흉기로 위협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례에선 딸의 폭행에 장모까지 가세해 피해를 키우기까지 합니다. 때리는 아내를 말리려다 몸싸움이 나 경찰이 오면 자칫 초동 수사에서부터 남자가 불리하게 판단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남녀 쌍방폭행이라고 하면 신체적으로 건장한 남편이 가해자, 같은 타격에도 더 크게 다칠 수 있는 아내가 피해자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내가 때리기 전 남편이 먼저 주먹을 휘두른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그래서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반드시 현장에 출동해서 즉시 부부를 격리 조치하고 각자의 진술을 듣게 됩니다.
-아이 앞에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행동은 아동학대 아닌가요.
△위협적 상황 즉 부부싸움과 같은 폭력적 상황에 노출시켜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로 처벌한 사안도 있습니다. 아내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자녀로 하여금 이를 목격하게 한 경우, 목을 조르는 장면을 보게 한 경우, 자녀 앞에서 망치로 집안 곳곳을 부수고 다닌 경우, 자살 소동을 벌인 경우까지도 아동의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거나 폭행한 것이 아닐지라도 ‘정서적’ 학대를 이유로 법원은 아동학대로 처벌했습니다.
-아내가 산후우울증이라는 고민도 엿보이는데요.
△출산 후 자신의 몸을 다 추스르기도 전에 아이까지 돌보아야 하니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사연자의 경우 맞벌이를 하고 있으니, 아내는 직장생활까지 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가사 일을 함께 한다고 해도 아내가 자녀를 돌보는 부분에 있어서는 좀 더 고단할 수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에 대해서는 전문의 상담 또는 부부 상담을 통해 아내의 고충을 살펴보고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편이 이혼을 결정한다면 어떻게 이혼을 준비하면 될까요.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서로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해결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우선 폭행에 대한 증거가 있어야 하므로 병원 진단서 등을 준비해야 합니다. 혼인 파탄의 사유가 아내의 폭행이므로 이혼의 유책배우자가 아내이고 아내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화 당사자 간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므로 아내가 대화 도중 폭언·폭행 하는 것을 녹음해 녹음 파일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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