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따는 벌, 꽃가루 옮기는 벌…맞춤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겨레 2023. 7. 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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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정성훈 충남대 교수
“우리가 느끼는 ‘꿀벌의 위기’는 화분매개 실패
양봉산업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해결이 빨라져”
꿀벌이 꽃에서 수분 활동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기후변화 특별기획|꿀벌 실종사건의 진실
① 꿀벌은 사라졌나, 그대로인가? (기사 보기 http://rb.gy/600ib)
② 아인슈타인의 거짓말? 꿀벌에 대한 오해들 (기사 보기 http://rb.gy/j7nxj)
③ 기후변화가 만든 허약한 꿀벌들 (기사 보기 http://rb.gy/s97s8)
기후변화팀의 특집 시리즈 ‘꿀벌 실종사건의 진실’을 보고 정성훈 충남대 교수(곤충분류학)이 제언을 보내왔습니다. 사라지는 꿀벌을 막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의 제보와 기고를 기다립니다.

십여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양봉의 주 곤충자원인 ‘서양꿀벌’의 집단 폐사가 문제가 됐고, 몇 년 전부터는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여 큰 이슈가 되었다.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관련 부처에 많은 예산을 들여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통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작물 생산량의 90%가 화분매개를 필요로하고, 이 중 70%를 서양꿀벌이 수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이 꿀을 생산하기 위해 양봉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양봉의 가장 우수한 동물자원인 서양꿀벌이 세계로 확산하고 개체 수가 급등하면서 생긴 일종의 인위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양봉의 가장 큰 역할은 서양꿀벌이 한다. 토종벌이라도 불리는 토종꿀벌은 서양꿀벌(20세기 초 국내 도입)이 들어오기 전(고구려 주몽 때 중국에서 건너옴)에 양봉으로 사용됐고, 지금도 이 두 종이 국내에서는 양봉으로 사용된다.

물론 토종벌은 서양꿀벌에 비해 시장 규모가 매우 작다. 고구려 때라면 매우 오래 전 같지만, 식물-곤충 공진화의 역사로 볼 때, 고구려부터 현재까지는 찰나의 시간이다. 자연생태계적으로 보면 두 종은 어쨌든 외래종이고, 현재에는 양봉산업으로 인해 작물 생산과 자연생태계에서 화분매개자로서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두 종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었으니, 화분매개자의 감소로 인한 농업과 자연생태계의 피해는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과연 서양꿀벌과 토종벌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건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먹이원을 늘려서 그 개체 수를 다시 되돌리면 해결될 문제일까?

이 문제는 좀 더 다각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면서 서양꿀벌을 작물생산에 필요한 화분매개자로 사용한 이유에는 양봉을 통한 이들의 개체 수 증가 및 유지 그리고 작물의 생산성 향상과 고품질 유지라는 ‘상호 윈윈’을 위해 이용(꿀의 생산과 작물의 수분작용)한 측면이 크다. 서양꿀벌로 인한 양봉산업의 발전으로 꿀의 생산량 증대와 작물 생산량 증대라는 혜택을 입었던 것도 사실이다.

양봉산업은 꿀과 그 부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직접적인 경제 활동이자 산업이다. 반면 그로 인한 화분매개 활동은 (특히 자연생태계에서) 간접적이자 부수적인 활동으로, 누군가에게 직접 이윤이 돌아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양봉산업은 관련 농민의 직접적인 소득과 연관됐기에 화분매개 활동보다는 위기 시 더 즉각적인 대처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꿀벌 개체 수 감소로 우리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지구의 ‘절대적 화분매개자’로 우리가 키워낸 이들이 그 역할을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꿀벌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양봉’과 ‘화분매개’라는 각각의 두 시각으로 따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5월16일 ‘세계 벌의 날’(20일)을 앞두고 서울환경연합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원, 가로수, 궁궐 등 공공 녹지공간에 치명적인 농약을 사용하지 말 것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양봉산업을 위한 꿀벌의 개체 수 유지 방법(계통 선발, 꿀벌 천적 방제 및 항생제 사용, 인위적인 먹이원 조성 등)과 화분매개자 생산 및 유지 관리는 따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화분매개의 대상은 작물과 자연식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양봉산업 때문에 특히 다른 화분매개 자원과 자연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꿀벌이 다른 야생벌과 먹이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고, 특정 식물과 특정 화분매개자의 공생관계에 개입하는 비정상적 수분 활동을 할 수도 있으며, 질병 전파 그리고 양봉용 특정 수종의 우점화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과감히 양봉 개체 수를 줄이거나 방법을 바꿀 필요도 있다.

꿀벌의 작물을 위한 화분매개 역할도 양봉 개체군만을 활용하기보다는 각각의 작물에 맞는 다양한 수분역할용 벌을 이용해야 한다. 양봉의 또 하나의 가치인 수분매개 역할은 ‘화분매개자 생산 및 이들의 관리 유지’가 목적이다. 따라서 꿀벌류를 포함한 모든 화분매개자를 연구하는 독립적인 연구분야로 설정해야 한다.

양봉, 작물 수분(농업), 자연식물 수분(자연생태계 유지) 등 이 셋이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거나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각각을 독립적인 분야로 접근해야 곤충 중에서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인 꿀벌도 살리고, 다른 곤충들도 함께 살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인간이 바꾸어 놓은 지구 생태계와 인간을 공존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 꿀벌은 여전히 중요해

꿀벌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화분매개 벌들, 그리고 많은 곤충의 수가 줄었다. 식물과 절대적으로 공생 관계인 꿀벌을 포함한 다양한 곤충 화분매개원의 감소로 앞으로 분명히 생태계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곤충의 수가 준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서식처(먹이원) 파괴, 농약 사용, 기후변화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꿀벌의 수가 줄어든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설명했듯 꿀벌은 인간 때문에 이제 생태계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양봉을 포함한 모든 관련 농업 활동과 작물 생산도 지구 생태계 자원을 이용하는 인간의 생산 활동이고, 이는 당연하게도 지구 생태계가 무너지면 유지되기 힘든 활동이다. 즉, 꿀벌을 인간이 생산하는 가축 자원의 하나로 축소하지 말고, 자연 생태계 내에서 다른 곤충들과 공존하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꿀벌 감소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싶다.

정성훈 충남대 응용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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