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베이비! 뮤지컬 배우 손준호의 아들 주안이, 어떤 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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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프로그램 작가님과 인터뷰를 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주안이는 어떤 아들이에요?”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예요! 구체적으로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하며 소소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데 마음 한구석에서 뭉클한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는 게 아닌가. 주안이 또래의 부모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아이들의 성장에 대해 얘기 나누며 웃곤 했는데 말이다. 그 질문을 받고 순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와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3~4살의 주안이가 아닌 12살의 주안이를 소개하기 위해 최근 모습을 떠올려봤다.
‘걸을 때마다 항상 손을 잡고, 엄마와 아빠가 행복해할 때 더 행복해하고, 식사를 할 때 엄마 입에 꼭 맛있는 거 넣어주고, 내가 무슨 대회를 나간다고 하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해주고, 돌아오면 잘하고 왔는지 꼭 물어보고, 결과가 좋았을 때는 같이 기뻐해주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너무나 쿨하게 토닥이며 위로를 해준다….’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주안이는 분명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들이었다. 어느덧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피는 어엿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언젠가는 주안이가 얼굴에 하얀색 약을 바르고 나타났다.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하냐고 물어보니 여드름이 너무 싫다고 한다. “아빠는 중·고등학교 때 여드름이 하나도 안 났으니 만약에 네가 여드름이 나면 다 엄마 때문이야!” 하고 웃으며 말했더니 너무나 시크하게 “아빠, 왜 그래?” 하며 빨리 낫는 법이나 알려달라고 한다.
며칠 뒤에 보니 여드름이 잘 익어 있었다. “주안아, 아빠가 짜줄게!” 아내는 괜히 짰다가는 덧날 것 같다고 나를 말린다. 아플 것 같다고 망설이던 주안이가 잠시 이 상황을 보더니 “아빠! 세수 잘하고 세균 감염 안 되도록 잘 관리하면 될 것 같아. 그냥 짜지 마” 하고 넘긴다. 가만 보니 저번에 했던 내 말 때문에 엄마 편을 드는 것 같았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그걸 기억하고 신경 쓰는 게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빨리 철이 드는 게 아닌가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알려주지도 않은 행동을 할 때 놀랍고 신기하면서 고맙기도 하다.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나의 부족함에 미안함을 느끼고, 교육을 위해 당장 아들이 서운해하는 것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인터뷰 중 작가님이 던진 질문 하나가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 것이다. 주안이도 학교에서 “주안이 아빠는 어떤 아빠예요?”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있을 텐데, 주안이가 나에게 이렇게 많은 걸 주는 아들이듯 자신 있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아빠가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기획 : 하은정 기자 | 글 : 손준호 | 사진 : 손준호·김소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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