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소유할 수 없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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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여인들이 정확히 누군지 알 수 없다.
미술 평론가 수잔 그리핀은 '코르티잔, 매혹의 여인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계를 훌쩍 돌리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수많은 상류층 여인을 그린 화가, 조반니 볼디니의 작품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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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작품 제목은 '꽃'이라는 의미로서, 로마신화에 나오는 '꽃의 여신' '플로라'(1515)다.
르네상스가 절정을 이루던 시기, 피렌체에 이어 미술의 중심지가 된 곳은 베네치아다. 피렌체가 '선의 회화'였다면, 베네치아는 '색의 회화'였다. 그 중심에 '회화의 군주', 티치아노가 있었다.
티치아노는 당시 최고의 권력가였던 카를 5세의 초상화를 다수 그렸다. 티치아노가 그의 초상화를 그리던 중 붓을 떨어뜨리자 그가 직접 붓을 주워줬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지상의 군주', 카를 5세에 빗대어 티치아노가 '회화의 군주'가 된 이유다.
아래의 다른 그림은 티치아노가 그린 여인들이다. 왼쪽부터 '바니타스'(1515), '비올란테'(1518),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1520)이다.
여인들이 정확히 누군지 알 수 없다. 같은 여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슷하게 생겼다. 한 명의 모델에서 뻗친 상상 속의 창조물일까?
독특한 공통점은 머리를 늘어뜨린 채 어깨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티치아노가 고급 창부를 그렸다는 설도 강력히 거론된다. 당시 보통의 여인들은 평소 머리를 풀어 헤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미술 평론가 수잔 그리핀은 '코르티잔, 매혹의 여인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유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때, 이미 존재하는 것과 상상하는 것을 끊임없이 창조해 낼 수 있다."
티치아노는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상상의 무지개를 펼쳐 관능을 향해, 이상을 향해 붓을 휘두르며 색을 보탰다.
시계를 훌쩍 돌리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수많은 상류층 여인을 그린 화가, 조반니 볼디니의 작품이 눈에 띈다.
아름다움을 넘어서 여인들이 생명력을 얻은 듯하다. 마치 '지금-여기'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 바로 앞에서 웃고, 말을 걸고, 고민을 토로하는 듯하다.
볼디니는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런던과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당대 최고의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했다. 초상화에 주력했는데, 그 대상은 상류층 여성들이었다.
그의 초상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붓 터치다. 물감을 바른 붓을 캔버스 표면에 강하게 누른 뒤 긁어내듯 밀어내는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마르케사 카사티의 초상'(1914)을 보자.
카사티는 이탈리아 거부의 상속녀로, '벨 에포크(좋은 시대)' 시기에 유럽 예술계에서 이름이 높은 패션 아이콘이었다. '20세기 초의 패리스 힐튼'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그녀의 일생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기행과 사치, 굴곡이 심했다고 하는데, 말년에는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비참하게 보냈다고 전해진다. 이 초상화에서 볼디니가 사용한 거친 선들은 그녀 인생에 대한 예견 같다.
"세월은 그녀를 시들게 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리고 카사티의 비석에 새겨진 비문이기도 하다.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인간의 욕망은 거부할 수 없는 일이며, 그로부터 예술이 탄생하고 발전한 것이지만, 그것에 집착하면서 문제가 된다. 인간의 헛된 욕망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인간인 것을….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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